[인터뷰]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하는 세력과 결별해야 “

'K-데모크라시' 출간한 주대환 통합과 전환 운영위원장
최창근
2022년 11월 16일 오후 12:54 업데이트: 2022년 11월 16일 오후 3:33

건국-산업화-민주화 거쳐 선진국 된 대한민국은 성공한 역사
좌든 우든 대한민국 긍정해야
건국의 아버지들 존중 필요 

11월 15일 오후, 서울 충무로 한반도선진화재단 회의실에서 조촐한 출판 기념회를 겸한 토론회가 열렸다. 주인공은 주대환 정치 플랫폼 ‘통합과 전환’ 운영위원장이다. 그는 2019~22년 대한민국 건국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강연문을 묶어 ‘K-데모크라시’라는 책으로 펴냈다.

책에서 주대환 위원장은 대한민국 건국의 정당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주사파 문제,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을 부정하고 폄훼하는 현실, ‘K-데모크라시’라 이름 붙인 한국식 민주주의의 현실과 문제를 다뤘다.

좌우 이념 갈등이 극심해져 내전(內戰) 수준으로 평가받는 현실에서 원로 노동운동가로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주대환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사회의 좌우 혹은 보수 진보 대결이 극심해졌습니다. 원인은 무엇이라 보나요?

“이제 반전(反轉)을 위한 막다른 끝에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극단(極端)에 이르러야 반전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현재 대한민국 상황이 그러한 느낌입니다. ‘갈등’ 양상을 두고서 미국, 영국, 독일 등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양상과 속을 들여다 보면 차이가 크니까요. 한국만의 독특한 역사·문화 조건이 있습니다.”라고 전제한 주대환 위원장은 1948년 건국 이후 75년의 역사를 지닌 신생(新生)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이야기했다. 더하여 현실은 혼란스럽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는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갈등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좌우 진영 간 내전(內戰) 상태라 진단하기도 합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1953년 6.25전쟁 정전(停戰)협정 이후로부터 헤아리자면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시행된 지 70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직 젊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안정적이지 않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봅니다. 한국 민주주의가 불안정하고 갈등이 첨예해지는 원인 중 하나가 저는 ‘정당(政黨)’이라고 봅니다. 보수·진보 진영 가릴 것 없이 매 대선·총선을 즈음하여 신당을 창당했습니다. 정당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방증(傍證)이죠. 전문 정당 연구학자가 아니고서는 기억도 하지 못할 정도로 정당명이 바뀌어 오면서 개인별, 정치 세력별로 이합집산(離合集散)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정당 정치문제를 비롯해서 종합적으로 볼 때 한국 민주주의는 아직 성숙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 봅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제도적 민주주의’는 확립됐다는 것입니다. 1987년 6·29 민주화 선언 결과 만들어진 제6공화국 헌법 시행 이후 선거라는 민주적 제도에 기반하여 안정적 또한 주기적으로 정권이 이양되고 있습니다. 선거라는 ‘룰(rule)’에 승자와 패자가 승복하고 있는 것이죠. 이건 대단한 일이라 봅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0.73%포인트 차이로 나눠졌지만 결과에 승복했죠.”

진보 보수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 연합뉴스.

갈등을 통합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다방면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저는 이런 제안을 하고 싶어요. 대한민국(大韓民國)의 건국 스토리, 다른 표현으로 ‘건국설화(建國說話)’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좌든 우든 보수든 진보든 이념·당파를 초월하여 건국설화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물론 각론(各論)에서는 이견이 있을지 모르고 이견이 있는 것이 당연할 수 있으나 총론(總論)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른바 ‘미국 건국의 아버지(Founding Fathers of the United States)’들에 대한 존중과 합의가 있는데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은 점이 안타깝습니다. 달리 말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건국한 선조들이 서로 다른 비전을 가지고 토론도 하고 경쟁하고 했지만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그 결과물로서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다는 큰 줄거리에 대해서는 합의하고 역사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대환 위원장은 최근 출간한 강연문집 ‘K-데모크라시’에서 한국판 건국의 아버지들과 한국 정당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하늘에는 우남(雩南·이승만)이라는 해와 해공(海公·신익희)이라는 달이 떠 있습니다. 죽산(竹山·조봉암)이라는 동산이 있고 인촌(仁村·김성수)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 한가운데는 고당(古堂·조만식)이라는 집이 있습니다. 우남은 국민의힘에서 해공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조상으로 모십니다. 하지만 두 사람 해와 달은 허공에 떠 있고,이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분만 모셔서는 이념 대립과 갈등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사는 땅에는 죽산과 인촌과 고당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정당 체제가 실용 중도좌파 정당과 실용 중도우파 정당으로 발전하거나 재편된다면 인촌을 조상으로 모시는 실용 중도우파 정당과 죽산을 조상으로 모시는 실용 중도좌파 정당으로 재편되리라고 봅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식. | 연합뉴스.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두고 진보에서는 정부 수립’, 보수에서는 건국이라 주장하여 의견 합일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에는 서로 다른 나라 국민이 살고 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긍정하는 집단과 이를 부정하는 집단이죠. 저는 여기에서 문제의식이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무시하고서 영미권 국가나 유럽 국가에서처럼 좌와 우,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고 분석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죠. 한국 진보 진영이나 보수 진영은 근본적으로 구미(歐美)의 그것과 맞지 않다고 봅니다.”

주대환 위원장은 북한체제와 남한체제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북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고난 속에서도 해체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건국신화(建國神話)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설화 수준을 넘어서는 강력한 신화를 전 국민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 비춰 볼 때 대한민국은 좌우 양쪽이 공유하는 건국설화가 존재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지적한 그는 대한민국에서 건국설화가 폄화되는 이유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 책임이 크다고도 했다. 무리하게 장기 집권하고 부정선거를 하다  4.19혁명으로 하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두 번 연임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세 번째는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미국 민주주의의 아름다운 전통이 됩니다. 미국에서 공부하신 이승만 대통령도 그렇게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랬다면 인촌 김성수 선생이 대선배로서 후견하는 가운데 3대 대통령은 신익희, 4대는 조봉암이 물려받았다면, 우리나라도 더 아름다운 건국사를 자랑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등 수정주의 사관으로 기술되고 대한민국 정당성을 부정하는 책의 문제점도 지적받고 있습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등이 나온 시점은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30년 정도밖에 안 되었을 때입니다. 당시 신생 대한민국의 미래는 불안정했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영속성을 지닐 수 있을지 의문인 시기였죠. 이 속에서 ‘대한민국사(史)’가 아닌 민족사, 항일운동사 사관(史觀)으로 역사를 기술했습니다. 역사 기술의 중심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없었던 것이죠. 그러다 2000년대 들어 뉴라이트(신보수)가 등장하면서 대한민국의 탄생-성장-발전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제는 건국된 지 70년이 넘었고 대한민국은 건국-산업화-민주화 과정을 지나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 건국 스토리를 써야 합니다. 주지할 점은 내용이 포용적이고 여유 있으며 휴머니즘 등 인류 보편 가치를 바탕에 두고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좌파 우파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좌파 우파 혹은 보수 진보를 재정립해야 하고요.”

주대환 위원장은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우파의 역사관과 역사 기술 방향은 옳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 진영에서 대한민국 중심 사관을 정립한 것은 옳다고 봅니다. 다만 ‘영웅 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건국의 대통령’ ‘근대화의 아버지’ 등으로 영웅시하면서 역사 서술도 두 사람에게 치우친다는 것이죠. 당시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합니다. 우여곡절도 있고 극적인 반전도 있는 ‘흥미로운’ 건국 설화를 기술해야 합니다.” 그는 대한민국 건국설화를 기술하는 것은 차세대 식자층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주대환 위원장이 꼽은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 이승만, 김성수, 신익희, 조봉암, 조만식. | 자료사진.

대한민국 정통성 논란은 어떻게 바라 보나요. 좌파에서는 정통성이 결여된 국가라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는 어떠한 역사의식이나 건강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로가 아닙니다. 심하게 표현하면 집단 광란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더 위험한 것은 광란이 대한민국 건국 가치와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자유와 평등의 나라, 모든 사람에게 재능을 발휘하고 노력하여 성공할 기회가 주어지고 모든 사람에게 하늘이 준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야 합니다.” 그는 대한민국은 주춧돌부터 잘 놓인 나라라고도 했다.

다음은 주대환 위원장이 쓴 책의 한 구절이다. “만약 이 나라가 진정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이고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 친일파가 득세한 나라였다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잘 만들어진 나라였습니다. 나라를 세울 때 주춧돌을 잘 놓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발전한 것입니다. 잡석을 제거하고 밑거름을 충분히 준 밭이었기 때문에 농사가 잘된 것입니다. 누가 그런 일을 하였습니까? 바로 유엔이하고 미군정이 하고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하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주사파와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주대환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놀랐다.”고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치 이력이 짧은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쳤다는 사실을 듣고 놀랍다고 생각했습니다. 협치(協治) 와 통합의 대상에 대해서 나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었다는 점에서요. 문제는 본질적인 문제는 무시한 체 피상적으로 ‘통합’ ‘협치’를 외치는 사람들입니다.”

통합과 협치는 지양해야 할 가치 아닌가요?

“1980년대 대학을 다니고 이후 유학을 가거나 학교에 남아 연구를 한 정치학자 중에서 통합과 협치를 강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런 학자들이 순진하게 주사파에 접근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상아탑에 주로 있다 보니 이른바 민주화운동, 반(反)독재 진영과는 물리적 거리가 있어서 주사파가 장악한 진보진영의 실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합니다. 오늘날 ‘주사파’ ‘종북(從北)’ 문제 등을 제기하면 ‘요즘 세상에 빨갱이가 어딨어?’ ‘젊은 학생 때나 북한 추종하고 했지만 지금은 아닐 거야’라는 식으로 반응합니다. 그러면서 보수 진영의 이념공세라고 항변하기도 하고요. 한국 사회에 넓고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주사파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입니다.”

문제를 진단한 주대환 위원장은 주사파에 미온적인 한국 사회 풍토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군 철수’ ‘반미’ 등을 외치는 소수집단만이 주사파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헌법재판소 판결로 정당 해산된 통합진보당 등 겉으로 드러난 세력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민족주의라는 미명하에 친북적인 사고가 한국 사회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주사파를 옹호하거나 동조하면서 스스로 민족주의자라 생각하는 것이고요.” 그는 주사파나 북한 체제에 호의적인 현상이 특정 세대의 병리(病理)현상이라고도 했다. “대략 1962년생부터 1977년생 정도 나이로 따지면 40대 중반에서 50대 후반에 이르는 세대에게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종의 민족주의 중독 현상을 보이고 있죠.”

주대환 위원장은 한 강연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주사파가 학생운동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전이지만, 주사파가 학생운동의 주류가 되고 또 학생운동이 모든 대학 캠퍼스를 장악한 것은 민주화 이후였습니다. 즉 주사파의 전성기는 민주화 이후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한 해에 수 만명 씩 사회로 쏟아져 나가는 NL(민족해방계열) 주사파, 친북 민족주의자들이 나중에 한국 사회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국 민주화 세력 중 일부는 북한 김일성이나 중국 마오쩌둥을 추종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상은 그러합니다만 그 사람들에게 ‘김일성이나 마오쩌둥(毛澤東)을 존경하냐?’고 질문하면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스스로 부정하지만 묘하게 이런 정서를 공유하는 집단이 광범위하게 존재합니다. 저는 ‘민족주의가 지성을 마비시킨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바로 이러한 명제에 해당하는 세대 혹은 집단이 분명 있습니다. 범(汎)주사파라 정의할 수도 있습니다.”

주사파가 전향해서 대한민국 테두리 속으로 다시 들어올 가능성은요?

이 질문에 주대환 위원장은 “세대 교체만이 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만든 나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나라라고 인식 하는 이른바 ‘X86세대’가 한국 사회의 중추입니다. 오늘날은 전성기라 할 수 있죠. 세월이 흘러 이들의 퇴조하고 젊은 세대가 주류가 되면 가능하겠죠. 무엇보다 통일이 되면 근원적인 문제가 해소될 것이고요. 다른 한 가지 문제는 스스로 민족주의자라 정의하는 범주사파들이 자신들의 사고가 올바르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아닌 한민족이라는 민족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는데 패러다임이 쉽게 바뀌지 않죠. ‘대한민국 체제로 들어오라’고 설득해서 될 일은 아니라 봅니다.”

김일성 동상에 절하는 북한 주민들. | 연합뉴스.

한국 진보 정당이 구미식 진보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한국은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 국가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판단합니다. 대신 ‘신대륙(新大陸)’ 즉 미국과 유사점이 많다고 봅니다.”라며 주대환 위원장은 나름의 전통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구대륙(舊大陸·영국을 포함한 유럽)과 한국은 역사적·문화적 토양이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는 봉건시대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한국은 신분제가 철폐되어 양반-상놈 구분이 없죠. 신대륙 미국과 비슷하고요. 한국 사회 풍토에서는 소셜리즘(사회민주주의)보다는 리버럴리즘(자유주의)가 더 맞다고 봅니다. 정당면에서 보면  영국의 경우 군주제(君主制)를 옹호하고 귀족 계급에 기반을 둔 보수당(Conservative and Unionist Party), 이름 그대로 노동자 계급 정당 노동당(Labour Party), 중산층 중심의 자유주의 정당이라 할 수 있는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이 주요 정당입니다. 기본적으로 계급 정당이라 할 수 있죠. 독일의 경우 기독교민주연합(CDU·기민당)은 기독교에 기반하고 있고 사회민주당(SPD) 은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합니다. 녹색당(Die Grünen)은 환경주의 정당이고요.”

의회민주주의의 원조로 꼽히는 영국 하원 의사당. | 연합뉴스.

한국 진보 정당이 미국식 리버럴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가요?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 자리한 한국은 근대 문명 세계에 가장 늦게 편입된 나라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 봉건 왕조였던 조선은 완고하게 주자(朱子)-성리학(性理學) 체제를 고수하며 개혁·개방을 거부했습니다. 한국은 자력으로 근대화하지 못했죠. 다만 1894년 갑오개혁, 1949년 농지개혁을 등을 거치면서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제 사회, 지주-소작 관계 등 전근대적 요소가 모두 소멸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구대륙(유럽)의 군주제를 탈피하여 대통령중심제라는 새로운 정치제도를 만들고 공화당(보수정당)-민주당(진보정당) 양당 체제가 확립된 미국과 한국은 유사점이 있습니다. 그 점에서 한국 진보정당의 지향점은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보다는 미국 진보(리버럴)정당인 민주당(Democratic Party)이 가깝다고 판단합니다. 미국 민주당은 나름 미국식 사회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고 봅니다. ”

세계 보수 정당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영국 보수당도 필요시에는 과감한 혁신을 합니다. 최근에는 구식민지였던 인도계 총리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보수정당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미국에서 첫 흑인 출신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탄생한 것보다 지난날 대영제국(大英帝國) 식민지였던 인도 혈통의 리시 수낵(Rishi Sunak)이 보수당 출신 영국 총리가 된 것이 인상적인 일이다.”라고 이야기 한 주대환 위원장은 굳이 영국 보수당에서 한국 보수 정당의 혁신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다고 했다.

“오늘날 한국 보수 정당의 대표인 국민의힘에서 지도자로 받드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은 사실 당대 가장 진보적인 지도자였습니다. 혁신적이었죠. 다만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가 되어 현실 정치를 주도했기 때문에 주류가 된 것이고 보수 정당 지도자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당시 시점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보수’로 분류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한국 보수 정당이 개혁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늘날은 사회적 모순이 누적되어 있고 개혁 과제도 쌓여 있습니다. 혁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 것이죠. 진정한 보수정당이라면 사회 주류 가치를 지켜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혁신을 주도해야 합니다.”

주대환 위원장의 말은 보수의 ‘보수의 유언’이라는 책에서 보수 정신의 본질을 ‘불역(不易)과 유행(流行)’이라 정의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전 일본 총리의 말과 일맥 상통한다.

나카소네 야스히로는 “‘불역(不易)과 유행(流行)이란 말이 있다. 변하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으면서 때로는 발전과 전개(유행)해서 갱신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보수의 본류이다.’라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좌)과 박정희 대통령(우). 주대환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을 당대 가장 진보적인 정치지도자로 평가했다. | 자료사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서도 보수진보 진영 간 시각차가 큽니다. 합일된 역사 평가가 가능할까요?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시기까지는 ‘건국 초기’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1950년 6.25전쟁, 1961년 4.19혁명, 5.16군사정변을 거쳐 건국이 완성됐습니다. 6.25전쟁 같은 경우는 대표적으로 대한민국이 치른 ‘홍역’이라 할 수 있죠. 앞서 강조했듯이 대한민국 건국설화에 대해서 합일(合一)이 필요합니다. 한국 진보 진영에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강하게 거부하면서 마치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간주하는 듯한데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봅니다. 이러한 관점은 실제 사실에서 한참 벗어났으니까요.”

이른바 K-데모크라시라 부르는 한국식 민주주의의 명암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에 의하여 정권이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것은 정착됐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을 의미합니다. 특히 한국 국회는 초선 의원 비율이 높은 편인데 정치권의 인적 물갈이가 잘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심연(深淵)을 들여다 보면 문제가 많습니다.” 주대환 위원장은 K-데모크라시(한국식 민주주의)의 문제점으로 중우(衆愚)정치, 금권(金權)정치, 선동(煽動)정치를 들었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정당 정치의 후진성을 들 수 있습니다. 선진국식 정당체제가 자리 잡지 못했죠.”

주대환 위원장의 강연문집 ‘K-데모크라시’. | 교보문고.

한국 정당 정치 후진성 문제점을 더 지적해 준다면요.

“정치 선진국에서 정당(政黨)은 식자(識者)집단입니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현자(賢者) 혹은 철인(哲人) 정치적 요소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한국 정당은 이 부분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그는 공무원·교사 등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한국 ‘정당법’에 근원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느 나라나 공무원, 교사, 언론인 등은 대표적인 인텔리 집단입니다. 이들의 정당 활동이 법적 제도적으로 금지되니 자영업자, 소상공인, 영업사원 등이 정당의 기층에서 활동합니다. ‘지적 결사체’로서 정당을 구성하고 운영하는데 근본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의미입니다. 정당 운영에서 민주주의 가치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주대환 위원장은 한국 정당의 문제점 지적을 이어갔다. “철인 정치 요소가 결여된 한국 정당은 폭주하는 기관차 같습니다. 철학자 집단, 지식인 그룹으로 정당이 존재하고 영속성을 지니면 인물, 국정 운영 경험이 축적 됩니다. 정당 자체가 거대한 역량의 집합체가 되는 것이죠. 이는 신인들이 정계 입문하는 것에도 도움이 됩니다. 정치에 관심 있는 젊은 세대가 정당 시스템 속에서 훈련받고 역량을 키워 국회의원, 각료, 총리 등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죠. 선배 정치인이 후배에게 노하우를 전수할 수도 있고요.” 그는 한국 정당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신뢰 결여’라고 강조했다. “정당 시스템이 발달한 구미 선진국에서 일반 국민들은 정당이 공천한 후보를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선거 시 주권자로 권리 행사를 합니다. 한국에서는 정당과 정당이 공천한 후보의 자질을 신뢰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대환 위원장은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운동을 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