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간 내면의 순수함 끌어내는 게 예술의 역할”

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이윤정
2023년 01월 12일 오후 5:44 업데이트: 2023년 01월 12일 오후 11:47

문화·예술, 장르별로 형평성 있게 지원해야
시대 변해도 ‘전통’ 따르고 지키는 일은 중요
월드클래스 션윈 예술단 내한 공연 환영

문화·예술 관련 종사자 및 전문가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이 시대 최고의 문화·예술평론가’라고 칭하는 사람이 있다. 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장석용 회장은 중앙대 외국어과와 신문방송대학원을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했다. 신일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서경대 대학원에서 문화비평론을 강의했다.

시인이자 무용·영화평론가인 장석용 회장은 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회장, 한국영상작가협회 회장 등을 맡았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PAF 비평상, 올해의 최우수예술인상, 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 한국문화예술상, 무용비평상, 제1회 르몽드영화평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제5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으로 해외 언론에 우리 예술을 알리고 있으며 한국 문화 전반을 조망하고 있다.

“코로나, 경제 불황 등으로 각박한 시대일수록 인간 내면의 순수함 끌어내는 예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장 회장을 1월 10일, 서울 마포구 에포크타임스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나 문화예술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문화·예술 관련 종사자 및 전문가들은 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을 이 시대 최고의 문화·예술평론가라고 칭한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예술평론가, 예술가들의 모임입니다. 주변의 삶을 아름답게 채색하는 사람들이죠. 예술 전 장르에 걸쳐 비평적 의견을 공유하고, 건전한 예술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1980년 설립됐습니다.”

장 회장은 2011년 제5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장으로 선출된 이래 공헌예술가, 올해의 최우수예술가, 주목할예술가, 청년예술가 등을 발굴·시상해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무용, 문학, 미술, 연극, 영화, 음악을 기본 영역으로 하고 해마다 전통, 사진, 의상 등을추가해 영역별 예술 활동에 대해 심사합니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지속적 창작활동과 비평을 하고, 그 결과를 ‘올해의 최우수예술가’ 시상식에서 발표합니다. 수시로 세미나도 열고 자료집, 책자도 발간합니다.”

-수상자 선정 시 가장 중점을 두는 기준이 있나요?

“본 회의 이념인 자유주의와 자유 창작 정신에 부합하는 예술 활동을 활발히 하는 예술가로서, 해당 분야에서 객관적으로 업적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심사 대상 작품이나 공연 활동을 본 협의회 회원 다수가 참관하고 주목해 온 예술가를 대상으로 선정하는데요. 주로 예술의 사회적 순기능, 자유주의적 가치 지향, 자유 창작 정신을 존중하는 예술가를 뽑게 됩니다. 올해 제43회 시상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는 해마다 장르별 ‘올해의 최우수예술가’를 선정해왔다. | 장석용 회장 제공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으로서 우리나라 문화·예술 전반에 관해 평가하신다면요.

“다양한 장르, 다양한 주제, 재발견된 소재를 통해 우리의 문화와 예술이 골고루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에서 찾아낸 소중한 문화자산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국격을 높이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우리의 문화 예술에 특정 이데올로기를 입히기 시작하면 예술이나 문화적 행위가 균열을 일으켜 혐오하는 매체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특정 이념 맹신과 잡다한 편 가르기를 경계합니다.”

-한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앞으로 예술계와 정부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예술에 대한 믿음과 열정으로 해마다 두드러진 성과를 이루는 작가를 지원해야 하고, 숨어있는 예술가들을 발굴해내야 합니다. 가능성 있는 젊은 예술가들을 지속해서 지원하고 국제적 감각을 갖추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정부는 ‘간섭 없는 지원’이라는 기조는 유지하되, 예술을 빙자한 불건전한 문화 파괴 단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최근 폐지된 ‘강릉국제영화제’와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국제영화제는 수입 영화를 상영하는데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기존의 큰 영화제들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습니다. 굳이 지역별 혹은 단체별로 만들 필요는 없는 거죠. 지역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우후죽순식으로 지역 영화제가 자꾸 생겨나면 다양한 예술 분야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게 됩니다.”

“지역별로 이러한 ‘빨대’ 행사와 지원을 감별해내고 기회주의적 속성의 예술계 종사자들의 준동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균형 감각을 갖춘 문화 감별사가 필요합니다. 장르별로 지원의 형평성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죠. 건강한 예술 발전을 위해 특정 세대나 집단을 배척하는 풍조도 사라져야 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레드 카펫 행사에 참여한 장석용 회장 | 장석용 회장 제공

-문화·예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힘은 어느 정도일까요?

“지대합니다. 우리 생활 속에 문화·예술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어요. 자고 일어나면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면서 생활하죠. 우리 주변에는 의식주에서 시작되는 문화와 오감을 이용한 예술이 즐비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그 영향력이 지대하기에 문화·예술의 순기능이 더욱 중요합니다. 새로움이 없는 ‘새로운 원년’ 따위의 정치적 구호나 영화제라는 이름을 달고 지역 예산을 갉아먹으면서 타 장르의 정상적 예술 행위를 방해하는 집단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경기 침체 등으로 예술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예술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자발적으로 협력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많은 비영리기구에서 활동하고 있고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안으로 메타버스를 통한 작업, 화상통화 등의 방법을 시도하면서 돌파구를 찾아냈습니다.”

영화배우 안성기, 이정재 등과 함께 찍은 사진 | 장석용 회장 제공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요?

“겉으로는 과격하고 윤리 파괴적인 담론을 일삼는 사람들도 마음속에는 순수한 것들이 깃들어 있다고 봅니다. 예술은 인간 내면 깊숙이 들어 있는 순수한 감성, 착한 마음 같은 것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갈수록 순선순미(純善純美)한 전통·정통 예술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아쉽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문화예술이 상업주의에 오염된 결과이며, 시대 변화에 따른 예술가들의 관객 비위 맞추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관객들의 책임도 큽니다. 강요할 수는 없지만, 관객들이 냉정하게 판단할 문제입니다. 관객들은 예술가들이 펼쳐나가는 행위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서 동참해야 하며, 이 땅을 살아가는 공동 인류로서 전통·정통 예술을 사랑할 의무가 있습니다.”

“현대 문명이 아무리 발달하고 시대가 변해도 전통을 따르고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는 정서적인 면이 기본이 돼야 하는데 지나치게 감각적이거나 유해한 것들도 많죠. 인류 보편의 전통 가치와 도덕성이 회복되면 더욱 아름답고 신성한 전통예술도 부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는 2월 한국을 찾는 뉴욕 션윈 예술단은 공산주의 이전의 5천 년 중국 전통문화를 되살리겠다는 사명으로 설립됐습니다. 션윈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세계적인 예술단의 방한을 환영합니다. 전 아직 션윈 공연을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트레일러 홍보 영상에서 몽골 춤, 항아 여신 등 몇 작품만 보더라도 인간 내면의 순수한 마음을 일깨우고 끌어낼 수 있는 게 굉장히 많더라고요. 지역과 세대를 다 수용하고 아우르는 작품들 속에는 ‘순수함’이 들어 있었습니다.”

“션윈은 모방할 수 없는 독창적 공연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며, 중국 5천 년 역사를 통관하는 시대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민속을 대표하는 춤에서 기예적 신비성이 느껴졌습니다. 음악 평론가 김진묵 씨가 션윈 공연을 10년 전에 봤는데 너무 완벽한 공연이었다고 했어요. 여러 사람이 그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장석용 회장은 “문화·예술의 영향력이 지대하기에 그 순기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순수문화예술공연인 뉴욕 션윈 공연을 못 하도록 중국 대사관이 집요하게 방해해 왔다고 하는데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정부든 어떤 단체든 문화 활동에 대해서 강제할 권리는 없습니다. 문화예술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수용해야지 막아서는 안 되는 거죠.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겁니다.”

“미국에서 오는 예술단 공연을 중국 대사관이 나서서 간섭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민주주의 국가, 자유주의 시스템에서는 이해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행위입니다. 현재 공산주의 정권 치하의 중국은 전통 중국의 순수한 자유 문화와는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안무가의 문화적 주장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신년 계획과 비전을 말씀해주세요.

“제 개인의 발전이 단체나 구성원을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원들의 창작 의욕을 일깨우고자 시집이나 공연의 대본을 쓸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장르에 구애되지 않고 평론 활동을 지속하면서, 서울에서 세미나도 개최할까 합니다. 코로나로 미뤄둔 지역 문화 투어와 세미나를 통해 지역 예술가들을 격려할 예정입니다. ‘예술평론’ 간행과 다른 방식의 시상식도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