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지용 계명대 교수 “홍콩 보안법 강행, 中 공산당에 감당 못할 후폭풍 올 것”

이가섭
2020년 6월 7일
업데이트: 2020년 6월 7일

국제외교 전문가 이지용 계명대 국제학부 교수
“홍콩 보안법 강행…중국 공산당 막판 몰린 것”
“중국의 경제적 보복? 경제구조상 쉽지 않다”

서울 = 중화인민공화국(중공) 정부가 거수기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지난달 28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키며 홍콩 시민사회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강화했다.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는 즉각 비판 성명을 내고 홍콩 보안법 제정에 반대했다. 영국령 홍콩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 등 전 세계 정치인 186명도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중국을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주한 중공대사 싱하이밍(邢海明)은 중국 관영 CCTV 저녁 뉴스프로그램에 화상 출연해 “우호국 한국은 우리(중공)를 지지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중공 정부가 한국에 지지를 요청했다는 언론 분석도 제기됐다.

중공의 홍콩 보안법 입법은 이제 한반도와 무관하지 않은 사건이 됐다. 한국 시민사회에서도 반대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정부를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정부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제외교 전문가인 전 국립외교원 교수 이지용 계명대 국제학부 교수와 중공의 홍콩 보안법 제정 배경과 추이, 향후 전망과 한국이 나아갈 바를 이야기해봤다.

다음은 이 교수와 에포크타임스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중공이 신종코로나(중공 바이러스) 사태 와중에 전인대를 통해 기습적으로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어떻게 봤나?

▲ 중국 공산당의 본질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약속했으나 결국 홍콩을 중국화하겠다는 것. 대외적인 약속을 하지만 실질적인 목적과 행동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이는 중공의 속성이다.

또 공산당이 막판에 몰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홍콩은 공산당 상류층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얽힌 곳이다. 홍콩 보안법을 추진하면 홍콩의 경제적 위상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치, 경제적인 피해를 예상하면서 무리수를 둔 것인데, 그만큼 다급하다는 거다.

— 앞으로 중국에서 일어날 일이 궁금하다.

▲ 중국 집권세력인 공산당이 감당하지 못할 정치적, 경제적인 후폭풍이 예상된다. 우선,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직격탄이 된다. 홍콩 보안법 추진으로 홍콩의 자치권이 저해되면, 미국 정부가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를 박탈하게 된다. 중국 경제의 대외 통로인 홍콩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중국 경제에 문제가 된다.

정치적으로는 홍콩의 거센 반발이 중국 본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홍콩 보안법 시행이 되더라도 자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살아온 홍콩인들은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런 반발은 중국 내부로까지 번질 수 있다.

— 하지만 리커창 중공 총리는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일국양제 유지를 약속했다.

▲ 당치 않은 말이다. 일국양제를 폐기하는 홍콩 보안법을 강행하면서 일국양제를 계속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공산당의 선전일 뿐이다.

중국 정부는 늘 대외적으로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기만은 중국 공산당의 본성이다. 공산당은 중국에서 국민당과 권력을 다투는 과정에서도 기만술을 사용했다. 개혁개방 이후에 국제사회에 많은 약속을 해왔지만, 실제 목적과 전략 행동은 말과 달랐다.

이번 홍콩 보안법 추진도 그렇다.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부분을 놓쳐왔다. 각성해야 한다.

— 국내 시민단체에서 한국 정부의 홍콩 보안법 반대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랬다가는 중공으로부터 경제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 한중 양국의 경제구조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사실은 중국이 보복하기 쉽지 않다. 최근 국내에서 사드 논쟁이 있었다. 중국은 국가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저울질하도록 한국 내에서 여론전을 폈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적당히 타협하자는 ‘실용론’이 지배하게 됐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상호의존 관계다. 한국의 대중 수출품 96~97%가 기술재·자본재·중간재다. 만약 중국이 정말로 한국에 대대적으로 경제보복을 한다면, 오히려 중국 경제가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호주가 우리와 비슷한 사례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교역국이다. 그런데 호주는 중국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중국은 호주에서도 ‘경제보복을 피해야 한다’는 여론전을 폈지만, 호주 여론은 돌아서지 않았다. 공산당의 침투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통일전선전술로 호주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스며들었다. 정치인들을 부패시키고 친(親) 중공 인사들을 만들었다. 교육계, 언론에도 침투해 호주의 가치를 침식했다. 그래서 호주사회의 여론도 각성했다.

호주는 경제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지만, 그만큼 중국도 호주의 자원과 농산물에 의존한다. 그래서 여론전을 펴는 것이다. 만약 호주와 교역을 중단하면 중국도 큰 피해를 입는다. 단기적으로 호주의 피해가 부각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타격이 더 크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 소식이 알려지고 지난 5월 24일 홍콩 시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NTHONY WALLACE/AFP via Getty Images

— 사드 논쟁을 거치면서 한국 내에서 중국의 경제적 보복에 대해 민감해졌다.

▲ 그렇다. 중국 공산당은 한국에 경제적으로 보복하면 자신들이 피해를 입는 걸 알기에 일부러 한국인들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해 여론전과 심리전을 전개했다.

사드 때 대표적으로 여행업과 롯데의 유통업을 건드렸다. 유통업은 중국 경제에 직격탄이 되지 않는 분야다. 대신 한국인들에게는 심리적인 공황과 강한 압박을 줄 수 있는 상징성이 크다.

일본과 중국이 극한으로 대립한 센카쿠열도, 즉 댜오위다오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일본 경제에 대대적인 보복을 할 수 없어 희토류만 보복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그래서 중공은 물밑으로 일본에 관계 정상화를 계속 타진했다.

한국도 이러한 경제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중국의 여론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 싱하이밍 주한 중공 대사가 한국이 중공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에 입법 상황을 공유했다고도 했다.

▲ 만약, 한국의 정책 당국자와 사전조율을 거친 후 한 발언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한국 정부가 자유의 가치를 전면으로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의 국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중공의 본질을 드러내는 사안에 동의하는 잠정적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러한 발언을 통해 한국 정부에 간접적으로 압박을 주는 것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단호히 거부하고 국제사회와 나란히 이번 사태에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본다.

— 톈안먼 참사 31주기였던 지난 6월 4일 시민단체가 한국 정부의 반대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 홍콩 보안법 문제는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과 관련된 문제다. 국제사회는 인권과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협력 체제를 발전시켜왔다.

인권은 가장 기본적인 가치다. 한국 사회는 홍콩 시민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입을 닫는다면 오늘의 홍콩이 내일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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