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급한 태양광 발전 추진은 에너지 안보에 불리”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이윤정
2020년 9월 22일
업데이트: 2020년 9월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지난 7월 16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공동 발표한 ‘그린뉴딜’ 계획에 ‘그린에너지’가 핵심 과제로 포함됐다.

2017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높인다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63.8GW까지 확대하고 이를 위해 신규 설비 용량의 95% 이상을 태양광 ·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태양광 발전을 둘러싸고 경제성, 환경오염, 특혜의혹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에포크타임스는 지난주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를 만나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 교수는 “과학 기술과 경제에 무지한 사람들이 이념적 시각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재생에너지는 수급 안정성 불안…에너지믹스 필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재생 에너지가 확산되고 있는 것 아닌가.

“태양광·풍력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가장 심각한 논리적 오류는 ‘세계적 추세’라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환경적 조건을 갖춘 지역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활용하면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우리나라는 4계절 변화가 뚜렷해서 여름과 겨울의 햇빛, 바람의 양에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 일조량은 캘리포니아의 65%밖에 안 된다. 똑같은 규모로 투자한다고 해도 효율성이 캘리포니아의 65%밖에 안 되는 것이다.”

“거기다 인구밀도가 높고 빈 땅이 거의 없어 태양광 같은 저밀도 에너지원을 무한정 확대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지리적, 자연적, 환경적인 조건에 대한 고민 없이 남이 하니까 우리도 주 에너지원을 태양광·풍력으로 만들겠다는 주장은 아주 비현실적이다.”

—태양광·풍력은 친환경에너지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때는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 거품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태양광·풍력의 경우는 지나치게 과장됐고 기술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정부에 의해 과도하게 포장됐다.”

“사실 친환경이란 말도 성립될 수 없다. 인간을 위해서 자연에 있는 에너지를 쓰는데 환경적 영향이 전혀 없다는 기적 같은 일은 기대할 수 없다.”

—포장됐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말인가.

“태양광·풍력은 ‘간헐성’문제가 가장 어렵다. 아무리 전기를 만들고 싶어도 햇빛, 바람이 없으면 안 된다. 올여름 장마가 길어지면서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가 전체 전력 생산의 1%도 안 된다. 그나마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버텼다. 태양광·풍력으로만 발전하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지만,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그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LNG 발전소를 돌려야 된다. 친환경으로 포장됐다고 말하는 이유다.”

-LNG는 청정에너지라는 인식이 있다.

“청정하지 않다. 시커먼 매연이 안 나오니까 그렇게들 생각하는데 눈에 안 보이는 이산화탄소, 질소화합물이 나온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 질소산화물은 초미세먼지의 주범이다. 정부가 이런 단점들은 외면한 채 3년 전부터 서울시 근방에 LNG 발전소를 잔뜩 지어놓고 마구 돌려댄다. 친환경이라는 가면을 쓰고 사실상 LNG 발전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이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 오염이 더 많을 수 있다.”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도 있지 않나.

“원자력, 석탄 발전은 기저 전원으로 써야지 첨두 전원으로 못 쓴다. LNG가 대표적 첨두 전원이다. 태양광·풍력은 간헐성 때문에 첨두 전원으로 못 쓴다.”

이 교수의 설명이다.

기저 발전은 24시간 최소량의 전기를 기본으로 두는 발전이다. 원전, 석탄 발전의 발전 단가는 저렴한 편이지만 발전소를 한 번 켜기도 어렵고 끄기도 어렵다. 석탄 발전은 거대한 물탱크를 가열하는 데 12~24시간 걸리고 원전은 안전성 때문에 가동하는 데만 길게는 1주일 가까이 걸린다. 첨두 발전은 발전 단가가 비싸서 전기 공급이 많이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발전 방식이다. LNG는 가스보일러처럼 스위치만 켜면 발전이 가능하고 출력 증감도 쉽지만, 석탄보다 2~3배 비싸다.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ESS(에너지 저장장치)에 저장해 두었다가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던데?

“여기서 말하는 ESS는 휴대폰에 쓰는 배터리를 수십만, 수백만 개 합쳐 놓은 거다. 대규모 저장은 불가능하다. ‘상온 초전도체’ 기술이 나오기 전에는 전기를 저장한다는 건 아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기는 실시간 생산, 실시간 소비가 원칙인 아주 독특한 상품이다. 모든 전기 생산자와 전기 소비자가 송전망이라는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어야 하고 생산량과 소비량이 비슷해야지 어느 한쪽이 초과하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된다. 이걸 조절하는 게 한전의 임무다. 태양광·풍력은 이걸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이 교수는 2011년 전국적으로 발생한 9·15 순환 정전 사례를 들었다. 원인은 가을 날씨답지 않은 이상 고온 현상에 따른 전력수요예측 오차 때문이었다. 당시 전력거래소가 양수발전기를 가동하며 전력수급을 맞추려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한전은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강제로 정전을 시켰다.

—경제성 측면에서 어떤 에너지를 쓰는 게 가장 바람직한가.

“경제성이라는 게 단순히 발전소별 단가를 비교해서 계산되는 게 아니라 첨두, 기저 발전 비율에 따른 효율성을 총괄적으로 따져 봐야 한다.”

“경제성을 비교할 때 빠트리는 부분이 원전 수명은 80년인데 태양광 수명은 평균 20년이라는 점이다. 설치 비용은 큰 차이가 없지만, 태양광이 4배 비싼 셈이다.”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 화석 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원가가 같아지는 시점)는 언제쯤 가능하다고 보나.

“원전의 4분의 1밖에 안 되는 수명을 극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에너지를 모르는 정책전문가들이 만들어낸 말장난이지 현장에서는 전혀 가능성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최선의 에너지는 무엇인가.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LNG 발전소, 석탄발전소, 원전 모두 필요한데 일부를 버리자고 한다. 우리는 에너지원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 어느 한 기술에 올인하는 건 위험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 특히 아직 미완성인 기술에 치우칠 경우 국제적 상황에 따라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피해를 볼 수 있다. 몇 안 되는 LNG 생산국들이 담합으로 가격을 올리면 우리는 속절없이 당하는 수밖에 없다.”

태양광 보급과정에 도덕적 해이 심각…환경파괴 비난 면치 못할 것

—태양광 패널이 대부분 중국산이라고 하는데 국산과의 가격 차이 때문인가?

“태양광 패널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들여오는 패널은 중국이 자국 내에 설치하는 것보다 한 세대 이전 제품이다.”

—재고를 덤핑하는 것인가?

“덤핑 정도가 아니라 중국이 과잉생산으로 거의 버리다시피 하는 걸 주워 온다. 한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부터 태양광 산업 중간 업자들까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태양광 확산의 주역인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며칠 전 구속됐다. 서울시뿐 아니라 모든 지자체에 큰 손들이 있다. 이들이 중국의 싸구려 재고품을 마구 들여와 전국의 태양광 시설을 다 쥐고 흔들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내 태양광 부품 기업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고 중간 업자들 배만 불리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국내기업을 보호해줘야 하지 않나.

“우리 정부는 그럴 의지가 전혀 없는 게 확실하다.”

—올여름 산사태 때문에 태양광 난개발이 도마 위에 올랐다. 태양광 설치한다고 나무를 230만 그루 이상 베어냈다고 한다.

“2016년까지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태양광·풍력을 혐오 시설로 지정했다. 그걸 한 해 만에 뒤집었다.”

“축구장 1000개 정도의 산림을 날린 거다. 우리나라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숲 면적이 늘어난 유일한 나라다. 이는 FAO(세계 식량농업기구)와 UNEP(유엔환경계획) 공식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1962년부터 1979년까지 박정희 정부가 조림사업으로 이룬 자랑스러운 성과인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자르고 있다. 이 정부의 윤리적 문제에 버금가는 가장 심각한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다.”

—수상 태양광 때문에 수질 오염 문제도 심각하다고 한다.

“수질오염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실한 설비다. 직접 가보면 놀라울 정도의 엉터리 제품을 간신히 물 위에 띄워 놨는데 몇 년만 지나면 다 부서진다.”

—그런데 환경론자들이 반대하는 목소리가 안 들린다.

“정부가 말하는 환경은 구호다. 우리나라 환경운동은 90년대 말 동강댐에서 시작했다. 당시 동강댐 반대 운동했던 사람들이 다 80년대 운동권이다. 전문성도 없고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다. 엄청난 숫자의 시민단체들이 알맹이도 책임감도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앵무새처럼 환경, 안전을 외치고 있다. 환경을 외치면서 환경을 망가트렸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태양광 패널은 재활용이 가능한가?

“아직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우리가 15년쯤 사용한 제품을 업자들이 뜯어서 아프리카로 보내면서 재활용한다고 말한다. 기부나 할인 명목으로 주지만 사실은 쓰레기를 주는 거다. 이런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다.”

—정부가 2023년부터 EPR 제도(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도입한다는데.

“애초 태양광 발전 도입 단계에서부터 고려했어야 한다. 생산자에게 재활용 의무를 지우겠다는 것인데 패널 생산자는 대부분 중국이거나 이미 파산한 기업이다. 중간업자, 수입업자가 책임질까? 설비업체들은 100% 영세기업이다. 이 회사들이 20년 후에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다. 실효성이 전혀 없다.”

“결국, 그 책임은 보조금 믿고 노후 대책으로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든 사람들한테 가 있다. 지금이야 보조금 받아서 생활하니까 좋겠지만 보조금도 계속 줄어들고 있고 이 사람들은 20년 후에 그 산더미 같은 유리를 처리하는 비용이 발생할 거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아무도 얘기를 안 해준다.”

—그럼 폐패널은 어떻게 처리하나.

“태양광 패널은 사후서비스(AS)가 안 되고 깨지면 버리는 게 제일 싸게 든다. 아마 매립하는 수밖에 없을 텐데 유리 주성분인 규산은 십만 년 지나도 안 썩는다. 앞으로 전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패널 양과 처리에 드는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할 거다.”

태양광·풍력은 미래 에너지…지금은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정부가 태양광·풍력 확대로 2025년까지 일자리 3만 8천 개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에너지 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면 안 된다. 에너지 산업은 생산산업이 아니라 생산성을 창출해주는 기반산업이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산업에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는 것은 인건비가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만큼 연료비가 비싸지고 산업 생산성은 떨어진다. 이는 에너지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적 효율’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전기료가 오르면 물건값은 다 올라간다.”

—탈원전으로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전에 적자가 쌓이기 시작했다. 전기요금을 안 올릴 수 없다. 한전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회사라 적자를 계속 내면 증시에서 퇴출당하고 그 후유증은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한전의 경영상태를 정상화해줘야 되는데 그 유일한 방법이 전기요금 인상이다.”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원전은 위험하니까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자동차, 비행기, 휴대폰도 위험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건 그걸 극복할 기술과 제도에 투자할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안전하게 관리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정부는 탈원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60~70년 투자해서 만든 창원 기계 산업이 무너져내리고 있고 두산중공업은 문 닫게 생겼다.”

“원전 수출부터 끊어졌다. 우리나라가 UAE(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지어 놓고도 관리를 못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체코에 원전을 팔겠다고 하는데, 국민 안전이 걱정돼서 우리는 안 쓰겠다는 기술을 체코에는 괜찮으니까 써보라고 하는 게 과연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인가. 윤리적으로 하면 안 되는 일이다.”

—이 교수 이야기대로라면 정부 정책에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경쟁력 있는 원전을 버리고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 원전은 위험하고 더럽다는 식의 주장을 확산하면서 그 뒷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덕적 해이는 조만간 신적폐가 될 것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한 방안은.

“태양광·풍력은 우리가 개발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미래 에너지지 지금 당장 우리가 쓸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된 에너지가 아니다.”

“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과속하면 안 된다. 에너지 생산 방법이 다양하지 않고 석유, 석탄은 언젠가 고갈될 수 있어서 새로운 에너지원은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자원도 없고 기술도 없는 경우에는 속도 조절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재생에너지를 제한적이나마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할 시점이지 이렇게 무분별하게 나무 잘라낼 때가 아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서울대에서 화학과 학사·석사를 마치고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85년부터 서강대에서 화학·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수로 후학을 키워냈다. 국제화학올림피아드 운영위원장, 대한 화학회 회장, 기초과학단체협의체 회장을 역임하고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과학 분야 스테디셀러인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이덕환의 과학 세상’을 저술하는 등 30여 권의 책을 냈다. 강연, 방송 출연,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과학 주제들에 대한 명쾌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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