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호상 비철협회 부회장 “中 거대 기업 한국 상륙…다른 산업으로 이어질까 우려돼”

이윤정
2020년 6월 15일
업데이트: 2020년 6월 15일

2018년 11월, 중국 알루미늄 생산 2위 업체인 밍타이 그룹이 전남 광양에 상륙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업체가 한국에 진출한 첫 사례였다.

밍타이는 총사업비 400억 원을 들여 전라남도 광양만 세풍산업단지(광양읍 칠성리 일대) 2만 5천 평 부지에 알루미늄 포일과 판재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하 광양청)과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밍타이의 국내 진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는 컸다. 부동산이나 서비스업에 투자해왔던 중국이 제조업 기초 소재인 철강·금속 분야 국내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 거대기업의 국내 투자 소식이 이슈가 된 지 1년 반. 주민들의 행정소송이 제기되는 등 반대의 목소리가 여전하지만, 밍타이는 예정대로 공장 건립 수순을 밟고 있다. 당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던 강호상(63) 한국비철금속협회 부회장을 만났다. 강 부회장은 “외국인 투자가 국내 기업의 피해로 돌아오면 안된다”며 “제2, 제3의 밍타이가 계속 몰려올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국내 비철금속 산업 규모는 어떻게 되나?

우리나라 비철금속 생산량은 세계 7위, 소비량은 세계 5위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작년에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13%의 수출 성장을 이뤘다. 동, 아연, 알루미늄, 니켈 등 철 이외의 모든 금속이 비철금속에 속하는데, 전기, 전자, 반도체, 통신, 자동차, 기계, 금속, 조선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기초소재로 쓰이는 중요한 산업이다.

— 중국 밍타이 그룹 투자협약 체결 후 1년 반이 지났다. 현재 어떤 상황인가?

2018년 7월에 밍타이 그룹이 광양청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투자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환경오염 문제로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밍타이는 처음에 요청한 ‘7년형’ 법인세 감면이 ‘5년형’으로 변경돼 세제 혜택이 줄어들자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스크랩 같은 것들을 직접 리사이클링(재활용)할 수 있는 ‘용해로 설치’를 투자 조건으로 내걸었다. 광양청은 환경에 큰 문제가 없는 LNG 가스연료를 쓰는 조건과 국내 환경 규정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용해로 설치를 허가했다. 그렇게 해서 1년 정도 지연됐던 투자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작년 12월에 기공식을 한 걸로 알고 있다.

— 투자협약 당시 비철협회에서 밍타이 그룹의 투자를 강하게 반대했었다. 반대한 이유가 뭔가?

투자유치를 하더라도 국내산업발전에 도움이 되고, 국내기업과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밍타이는 중국의 2위의 알루미늄 압연 업체다. 그에 반해 국내 알루미늄 압연 업체는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등 상당히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당시 밍타이 측에서는 우리 국내업체와 겹치지 않는 제품만 생산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국내 생산제품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고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원가 경쟁에 밀린 우리 기업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 대창 AT가 중국 제품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알루미늄 판재 사업을 포기한 것이 그 사례다.

더구나 2018년 5월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우리나라 알루미늄 제품에도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로 인해 우리 국내기업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밍타이는 생산제품의 90%를 수출하고 10%만 내수를 하겠다고 했지만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 노동력이나 자본, 토지 등 조건을 고려할 텐데, 중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2018년 4월에 트럼프 행정부 측에서 중국 알루미늄박 업체에 고율의 덤핑 관세(최대 106.09%)와 상계 관세(최대 80.97%)를 부과했다. 그래서 한국을 우회 수출을 위한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왜냐하면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인건비 같은 생산비용 측면에서나 환경규제 기준 강화 측면에서도 상당히 불리한 생산 여건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50년 임대,  5년간 법인세 면제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으로 만들면 미국은 물론 한국과 FTA를 체결한 여러 국가에 진출하기에 유리해 전략적으로 투자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중국의 한국 투자로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우려한다고 했었는데 이유가 무엇이었나?

밍타이가 광양만에 알루미늄 공장을 설립하는 것과 관련한 기사가 언론에 많이 보도되면서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관심을 보였다. 그 당시 우리 협회에 전화를 걸어 밍타이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공장 신설 진행 상황, 우회 수출 문제 등에 대해 세세히 문의했던 거로 기억한다. 그래서 미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 외국인 투자가 많아지면 ‘고용창출’과 ‘선진기술도입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투자 촉진법에 근거해 외국인 투자가 자유화돼 있다. 정부에서는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오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산업과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국제적 흐름에 맞춰서 그렇게 한 것 같다. 밍타이 측에서는 1단계 투자에서는 160명, 2단계 투자 때 400명 정도, 합쳐서 560명 정도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알루미늄 업체 종사 인력은 17,500명 정도다. 밍타이 공장이 건설돼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면 국내 생산 제품과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에서 좀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국내기업은 고사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 점진적으로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 알루미늄박(포일) 분야에서 ‘초박막’기술은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상당히 우위에 있다. 지금까지 중국 기업에서 높은 급여를 조건으로 한국 우수 인력을 스카웃한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고급 기술인 ‘초박막 생산기술’의 중국 유출 가능성도 우려된다.

— 이번 밍타이의 투자가 한국에는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보나?

소비자 측면에서 볼 때는 좋은 점이 있을 수 있다. 식품 포장재로 쓰는 알루미늄 포일 같은 제품을 좀 싼 가격에 구매할 수는 있을 것이다. 밍타이가 국내에 투자해 생산하려는 규모는 판재 10만 톤, 알루미늄박 2만 톤인데 이건 국내 업체 2곳의 생산량을 합친 규모로 볼 수 있다. 밍타이 측에서는 10% 정도만 국내에 판매하고 90%는 수출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러면 기존의 국내 생산업체에는 별 피해가 없을 거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미 상당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10%도 워낙 많은 물량이라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밍타이의 투자로 인해서 국내기업의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미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 국가가 ‘탈중국화’를 표방하며 중국의 공격적 투자에 대한 견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의 협력,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자국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여러 가지 정책들을 강화하는 추세다. 정부의 외국인 투자 자유화 정책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국내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투자유치를 위해서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외국인투자유치를 할 때 국내 산업을 충분히 살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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