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유출·내부자 매수·해킹…中, 한국 상대로 기술 절도 총공세

강우찬
2021년 3월 5일
업데이트: 2021년 3월 5일

미∙중 과학기술 각축전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의 아시아 동맹인 한국도 중국에 맞서 기술 지키기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이 노리는 한국의 산업 분야는 전자∙조선∙방산 등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술을 훔쳐가기 위해 인재를 빼내거나 내부자 매수하고 해킹을 동원하는 등 총공세를 펴고 있다.

중국 기업들, 연봉 2배 제시하며 유혹

‘중국 기업 구인’, ‘한국 반도체 대기업 10년 이상 근무 경험 필요’, ‘사택과 자녀 교육비 지원’ 등 한국의 헤드헌팅 사이트에서 이런 구인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패널 등 전자과학기술 업계에선 중국 기업들의 ‘인재 빼내기’가 일상화돼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에서 일하며 한국과 중국을 자주 오가는 A씨는 VOA와 인터뷰에서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은 회로 기판 설계 등 기술 인재가 주로 필요한 만큼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고 전했다.

A씨는 “기본적으로 연봉이 두 배로 오른다”며 “모듈 공장의 표면 스프레이 공법이란 게 있는데, 공장마다 공법이 다르다. 국내(중국)에 이런 인재가 많지 않아 한국 업체에서 엔지니어를 구해 2년 계약을 하는데, 한국의 2배 월급에 집도 제공하고 보험비도 전부 내준다”고 주변의 한 사례를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 엔지니어 연봉이 8000만~9000만원으로 중국돈 50만위안 정도인데, 중국에서는 100만위안을 벌 수 있다. 한국인에게 있어 2년은 그리 긴 시간도 아닌 데다 이 조건까지 더해지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기술뿐 아니라 한국의 관리 체계, 생산 기술 표준을 배우는 것도 중국 기업이 인재 빼내기를 하는 목적이다.

A 씨는 “(한국에서) 비교적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과거에는 (중국에 오면) 총감독, 부사장 등을 맡아 기술 분야를 총괄했다. 하지만 기술은 세대교체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보통 2년만 계약한다. 2년이면 아래에 있던 중국인이 거의 다 배우고 필요 없어진다. 쓸모 있을 때 짜낸 뒤 사람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중국 기업에 있어 높은 연봉으로 인재를 빼 오는 전략은 투자 대비 효과가 높다고 보고 있다.

그는 “독자기술 개발엔 많은 돈과 노력이 필요한데 국내(중국) 기업들은 빨리 이익을 보고 싶어 하니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기술이 중국보다 앞서 있어 사람을 빼 오면 신제품을 담당하고 산업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또한, 인재 유동이라는 게 규제할 수 없고 설비 같은 게 아니라서 중국이 다른 나라의 통제를 우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수, 해킹… 수단 방법 안 가리는 중국 기업들

상명대 정보보안공학과 박원형 교수는 VOA에 “헤드헌팅은 그저 겉으로 드러난 부분일 뿐, 기업 내부 인사를 매수해 기술을 사고파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1월 말 SK하이닉스, 삼성전자 계열사 관계자 17명이 메모리 반도체 국가 핵심 기술을 중국 경쟁사에 유출한 혐의로 검찰과 국정원에 의해 기소됐다.

2월 초엔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 2명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OLED 패널 관련 기술을 중국에 팔아넘기려다 검거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해킹을 통한 기술 유출이라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중국 해커들은 취약한 부분을 찾고 공격하는 데 능한데,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방법은 SHODAN 등 인터넷 검색 엔진을 통해 기업 CCTV 시스템의 빈틈을 찾아 연구소, 생산 시설 등 중요한 장소를 감시해 기밀을 빼내는 것이다.

대기업의 보안 취약 부서도 공격 대상이다. 삼성전자의 러시아, 이탈리아 고객센터는 비슷한 수법의 해킹 공격을 받았다.

박 교수는 “보고서에 나온 악성 코드를 보면 기본적으로 중공 해커의 짓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왜 중요하지 않은 고객센터를 공격했을까? 나는 그들이 우선 보안이 약한 부분을 뚫고 내부에 침입한 다음 보안이 강한 본부를 공격하려 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이건 중공 해커들이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금전적 매수든 해킹이든 문제는 이런 행위가 중국 정부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9월, 카이스트 교수가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중국 대학에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카이스트는 세계 50위권에 드는 정상급 대학으로, 해당 교수는 카이스트가 충칭이공대(重慶理工大學)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 교육 협력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었으며 중공의 ‘천인계획’에 참여했거나, 중공 정부로부터 별도의 자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 교수는  “중국 해커 역시 인민해방군(중공군) 소속으로, 중국 정부가 고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한국 기술 유출의 최대 행선지가 됐다. 국정원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0월까지 5년간 123건의 기술 유출 사례가 적발됐으며, 이 중 83건의 행선지가 중국이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서 한국은 관련 법안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중국(중공)이 기술 훔치기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더욱 은밀하고 쉽게 발견되지 않는 수법을 사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로 기술을 사고팔고, 더 많은 해킹 공격을 하는 등 그들의 수법은 더욱 교묘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공산주의 중국, 왜 과학 기술에 혈안인가…전략적 의도

중국 공산당(중공) 정권의 과학기술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반도체 등에서 크게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 기술 수준 차이는 1년으로 줄었고,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수출 유사도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고부가가치 기술제품을 주로 수출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공의 위상도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전 경제통상관이었던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은 VOA에 “중국이 이전엔 글로벌 제품 사슬에 머물렀다면, 이젠 가치사슬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소장은 “지난해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었지만, 유엔 보고서를 보면 중국이 유치한 외국인 직접 투자 금액은 여전히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하던 외국 자본은 철수했지만 수많은 지식 및 기술 집약형 기업들이 대(對)중국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재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나 공급 업체의 80%가 중국에 분포해 있으며, 나머지 20%는 한국, 대만, 일본 등 주변 국가에 있다. 중국 위주의 가치사슬을 깨면 고부가가치 제조업 전반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의 배경으로 삼으면 더욱 의미가 크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생산방식이 미래의 경제 패러다임을 결정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전 세계 정치∙경영 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국은 이를 전략적 기회로 삼을 것이 분명하고, 미∙중 관계 역시 분수령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박 소장은 “그동안의 기술시대와 고부가가치 기술시대를 분리해 보면, 미∙중 관계는 ‘늑대와의 춤’처럼 서로 필요해서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평화롭게 공존했던 건데, 4차 산업혁명이 변화를 가져왔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을 제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이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하게 계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중공)도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은 분명 미국과 관계없이 각자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기술 독립, 자력갱생을 제시하며 튼튼한 공업 토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즉 중요한 재료, 부품과 설비가 전부 중국에서 생산돼야 하지만 내수 시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게 바로 중국이 내부 순환이 주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라며 “결국에는 중국 가치 체인’(China Value Chain)을 구축해야 한다”는 개념을 제시했다.

박 소장은 “이 과정은 매우 길겠지만, 중국(중공)은 현재 상황에서 미국에 직접 도전할 수는 없으니 멀리 보겠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어떤 미래를 보고 있는지에 대해 박 소장은 직접 대답하기보다는 전자화폐를 예로 들었다.

그는 “현재 중국(중공)은 전자화폐 배치를 서두르고 있고, 내년부터는 전면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국은 중국에 뒤지고 있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지배하는 통화 공급의 영향은 엄청나게 크지만, 전자화폐에서의 규칙과 위상은 완전히 다를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미∙중 관계 문제는 이미 테이블 위에 놓여 있어 뒤로 물러설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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