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언론, 中 선전 도구로 전락?…대선에 악영향 미칠 수도”

정향매
2023년 12월 4일 오후 9:30 업데이트: 2023년 12월 4일 오후 9:30

다수 인도네시아 매체가 중국 관영 매체와 뉴스 콘텐츠 공유를 비롯해 다방면에서 정보 교류 협정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관영 매체와 협력 협정을 체결한 인도네시아 매체들이 중국 당국의 신장 위구르 정책을 미화하고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폐단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언론의 친중 보도는 내년 2월 치러질 인도네시아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中 당국 입장 전재하는 인도네시아 매체”

중국 관영 일간지 ‘차이나데일리(中國日報)’는 지난 11월 30일,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미국이 필리핀의 도발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도네시아 중문 매체 메트로 뉴스(Metro Xin Wen)는 다음날인 11월 31일 해당 뉴스를 전재하며 “중국은 ‘워싱턴의 개입은 남중국해 분쟁을 더욱 악화할 뿐’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11월 27일, 중국 관영 매체 신화망(新華網)은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 소식을 전했다. 메트로 뉴스도 같은 날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발언 내용을 인용해 해당 소식을 보도했다. 

미국의소리(VOA)는 이러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메트로 뉴스는 11월 14일 차이나미디어그룹(中央廣播電視總台, China Media Group) 본사와 협력 협정을 체결했으며 두 매체는 뉴스 보도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협력·교류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메트로 뉴스는 향후 중국 공산당 관련 소식을 현재보다 더 많이 보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차이나미디어그룹은 CCTV, CGTN, CNR(중국인민라디오), CRI(중국국제라디오)을 총괄하는 국영 미디어 기업이다. 

무하마드 줄피카르 라흐마트 인도네시아 싱크탱크 ‘경제·법률 연구소(CELIOS)’ 산하 중국·인도네시아 연구센터장은 VOA에 메트로 뉴스뿐만 아니라 다수 인도네시아 매체가 중국 관영 매체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네시아 매체들이 중국 당국의 제노사이드(대량 학살)를 미화하는 프로파간다 도구로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中 프로파간다, 인도네시아에서 효과 거두고 있다” 

라흐마트 센터장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사용한다. 그중 하나가 콘텐츠 공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차이나데일리, 신화망 등 중국 관영 매체는 해당 방법을 통해 인도네시아 영문 일간지 자카르타 포스트(The Jakarta Post) 등과 뉴스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매체들이 중국 관영 언론의 보도 내용을 대량 전재함에 따라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는 인권 침해가 없다”는 소식이 인도네시아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19년, 2022년 각각 인도네시아 기자들을 신장 위구르 자치구로 초청한 적이 있다. 다수 기자는 귀국 후 “중국 관련 소식을 보도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후 인도네시아 매체들은 “이른바 ‘신장 인권 침해 사건’은 서구 언론의 정치 선전”이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미국 싱크탱크 프리덤하우스 중국 문제 전문가 사라 쿡 선임 연구원도 VOA에 “중국 공산당 선전 기관은 최근 인도네시아 언론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공세는 일정 부분 성공적이다”라고 말했다. 

쿡 선임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국민의 대(對)중국 인식은 지난 2020년부터 나빠지고 있다. 그들은 중국과의 경제 교류에서 이득을 볼 것이라고 믿지도 않는다”면서도 “인도네시아의 특정 정치인이나 무슬림 단체는 중국 당국의 신장 위구르자치구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의 프로파간다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방증이다”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매체, 일대일로 프로젝트 편파 보도

라흐마트 CELIOS 중국·인도네시아 연구센터장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의 신장 위구르자치구 정책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것 외에도 현지인들이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건설을 포함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국은 소셜미디어 콘텐츠 공유 협정을 통해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인도네시아에 가져온 이점을 계속 홍보하고 있다. 

예를 들면 주(駐)인도네시아 중국대사는 자신의 X 계정(구 트위터)에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이와 관련, VOA는 “해당 프로젝트가 일부 사람에게 혜택을 가져다줬지만, 동시에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해 주변 주민에게 부정적인 영향도 끼치고 있다. 매체들은 이러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지상파 방송 아이뉴스TV(iNews TV) 국제부 프로듀서 웰라 셜리타(Wella Sherlita)는 VOA에 “중국 이슈를 자유롭게 보도하고 있다”면서도 “방송사가 소속된 미디어 그룹 설립자가 인도네시아 화교 출신이어서인지 회사가 ‘최대 투자자’를 잃을까 봐 걱정해서인지 최근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프로젝트 소식을 전할 시 중국 당국을 미화하는 내용을 적잖게 보도했다”고 털어놨다. 

“中 언론 침투, 인도네시아 대선에도 영향 미칠 것”

암방 프리용(Ambang Priyonggo) 인도네시아 누산타라멀티미디어대학(UMN·Universitas Multimedia Nusantara) 언론학과 조교수는 VOA에 중국 당국의 이러한 여론전은 내년 2월에 치러질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인도네시아 각계 인사와 다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자국의 정치·경제에 이익이 되는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말했다. 

이와 관련, 쿡 프리덤하우스 선임 연구원은 VOA에 “중국이 인도네시아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여론 조작을 시행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미디어의 영향력을 이용해 특정 후보를 대대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상투적인 방식으로, 비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미·중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 속에서 아세안(ASEN) 최대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특별한 지정학적 가치를 지닌다. 중국 당국은 인도네시아 대선 기간에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반미(反美) 내러티브를 확산함으로써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정치·경제적 유대를 강화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