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호주의 K-9 자주포 도입에 중국이 뿔난 까닭은?

2021년 6월 11일
업데이트: 2021년 6월 11일

요즘 이른바 ‘K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호평받고 있다. 본디 제식 번호에 ‘K’가 붙어 K 시리즈 원조라 할 수 있는 무기체계도 예외가 아니다. 그중 한국 육군 주력 자주포인 ‘K-9 자주포’ 인기가 상한가다.

2017년 미군의 경상북도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후, 대(對)한국 보복으로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을 내렸던 중국은 K-9 자주포 등 한국산 무기에 대해서도 경계령을 내렸다. 지난 한한령이 문화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무기로 옮겨간 양상이다.

중국이 K-9 자주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성능이 자국(自國)산 인민해방군 주력 자주포 PLZ-05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둘째 K-9 자주포를 운용 중이거나 도입 예정인 국가가 중국과 불편한 관계인 인도와 호주이기 때문이다.

K-9 자주포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삼성테크윈(현 한화디펜스)이 공동 개발했다. 1999년 첫 시제 차량이 생산됐고 2020년 실전배치를 완료하여 전력화를 완성했다. 1,000마력 디젤엔진을 탑재한 K-9은 최대 67km/h까지 달릴 수 있다. 이는 한국군 주력 전차 K-1과 동등한 수준의 기동력이다.

화력 면에서 52구경장(약 8m)의 155mm 포신을 채택하여 유효 사정거리가 40km 이상이다. 위치 확인 장치, 자동 사격통제장치, 포·포탑 구동장치 및 통신 장치를 탑재하여 스스로 계산한 사격 제원 또는 사격지휘소로부터 접수된 사격 제원에 따라 포를 자동으로 발사할 수 있다.

K-9은 미국의 M109A6 팔라딘, 영국의 AS90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 K-9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유일한 자주포는 독일의 PzH 2000 정도이다.

성능에서는 PzH 2000이 앞서지만 가격 면에서는 뒤진다. K-9이 1문당 40억 원 선인 데 비해 PzH 2000는 180억 원 선으로 4.5배 비싸다. ‘가성비’ 면에서는 K-9이 압도하는 셈이다. 비싼 가격 때문에 PzH 2000는 독일이 도입한 300문을 포함하여 총생산량이 480여 문에 그친다.

K-9의 가성비는 수출 실적으로도 입증됐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 자주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48%로 절대적이다.

같은 기간 독일의 PzH 2000 자주포가 189대, 프랑스 카이사르(Caesar) 자주포가 175대, 중국 PLZ-45 자주포가 128대 수출된 반면 K-9 자주포는 572대 수출됐다.

실전에서 K-9이 성능을 과시한 것은 2019년 카슈미르를 둘러싼 인도-파키스탄 간 전쟁 때였다. 파키스탄군은 중국산 SH-1 150mm 자주포 36문으로 공격했다. 인도군은 2017년 도입, 2019년 실전 배치한 K-9 10문으로 맞섰다.

단순 수량비 3.6대 1이라는 불리한 전력에서도 K-9은 목표 사격 지점을 정확히 타격한 반면, SH-1은 표적을 타격하지 못했다. 자주포 대리전에서 한국산이 중국산에 완승한 것이다. 이후 인도군은 초기 도입 완제품 10문에 더하여 ‘K-9 VAJRA-T’라는 이름으로 90대를 현지 조립생산함으로써 총 100문의 K-9을 구매했다.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 한국산 자주포에 망신당한 중국이 K-9에 민감한 이유는 총 100문을 도입한 인도 육군이 인도-중국 국경 분쟁 지역인 라다크에 K-9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추후 포격전이 발발할 경우 중국 측은 대리전에서 패한 데 이어 실전에서도 패할 수 있다. 실제 인도 군사 전문가와 국민은 무력 충돌 시 K-9이 중국 인민해방군 자주포를 격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군이 K-9 자주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자 중국은 반격에 나섰다. 3월 5일,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나웨이보(新浪微博) 군사 전문 페이지 시나군사망에는 “인도가 최근 배치한 K-9 자주포는 중국의 신형 자주포에 비해 훨씬 성능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K-9의 카탈로그 데이터만 우수할 뿐 실제 성능은 떨어진다는 비난이었다. 더하여 인민해방군 신형 자주포 PLZ-05 성능이 K-9을 압도한다고도 주장했다.

중국 측의 주장이 허장성세(虛張聲勢)임이 여실히 드러난 것은 PLZ-05 개발사 중국북방공업(中國北方工業)이 공개한 PLZ-05 훈련 영상이다.

영상 속 PLZ-05는 포탄을 쏠 때마다 차체가 요동쳤다. 이는 사격 반동을 상쇄하는 주퇴복좌기(run-out cylinder)와 차체의 서스펜션 성능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즉 차체 제어장치 문제로 인하여 발사한 포가 제대로 탄착점에 명중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호주도 2020년 K-9 자주포 30문, K-10 탄약 운반 장갑차 15대 납품 단독협상대상자로 한화디펜스를 선정했다. 2010년 자주포 도입을 시도했으나 국방 예산 삭감으로 백지화됐다 10년 만에 성사된 것이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접적(接敵) 지역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호주가 K-9 수입을 결정한 배경에는 중국 견제 목적이 깔려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진출 야욕을 최근 수년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호주 안보 정책은 미국과 연합하여 중국의 해양 진출을 막는 것이다. 호주 국방백서인 ’2020년 국방전략 갱신’에는 중국을 사실상의 잠재 적국으로 간주하는 표현이 들어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호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보지 못한 지역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어 전략을 채택할 것임을 천명했다.

공교롭게도 K-9을 도입했거나 도입하려는 인도와 호주는 미국·일본과 더불어 ‘쿼드’ 4개 회원국이다. 중국 측에서는 인도·태평양지역 대(對)중국 포위망에 속한 두 나라에서 한국산 자주포를 운용하는 셈이다. 이래저래 중국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최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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