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위기에 ‘지방소멸’ 가속화…독일식 ‘이민정책’ 해법 될까

제5회 서울인구심포지엄 개최
이윤정
2022년 07월 7일 오후 6:12 업데이트: 2022년 07월 7일 오후 6:12

독일, 저출산 대책 성공…이민자 수용해 인구 자연 감소 상쇄
전국 228개 시군구, 25년 후엔 ‘소멸위험’ 진입
지방 인구 유입 대안으로 재택근무 확산 제언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81명에서 올해는 0.7명 대로 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엔 0.6명대로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기관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지방 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인구절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저출산과 지방 소멸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7월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인구 지역소멸 극복…생태학적 균형발전 모색’을 주제로 제5회 서울인구심포지엄이 개최됐다.

파이낸셜뉴스, (사)서울인구포럼, 한국인구학회가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독일의 사례가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독일 역시 저출산·고령화가 악화일로였지만 지난 2019년 출산율이 1.57명을 기록하며 1972년 이후 가장 큰 수준으로 증가했다.

7월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인구 지역소멸 극복…생태학적 균형발전 모색’을 주제로 제5회 서울인구심포지엄이 개최됐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하나 베커 주한독일대사관 1등 서기관은 강연에서 “독일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이민자 증가 덕분”이라며 “1950년대부터 전반적으로 이민자가 늘어나고 있어 인구 자연 감소분을 상쇄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이민자를 받는 나라”라며 “2019년까지 매년 2100만 명 정도가 독일로 이민을 왔다”고 설명했다.

베커 1등 서기관은 “노동자들은 주로 유럽에서 들어오고, 그 외 인도적인 이유나 망명 신청도 많다”면서 “독일은 이민 오기에 좀 더 매력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민을 통해 독일에 정착해서 능력 있는 노동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신부터 출산, 교육, 일자리, 가족 형성까지 전주기적으로 지원하는 독일은 “모든 연령대가 다 중요하다”는 전략을 핵심으로 인구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월 취임식에서 “이민청 설립 검토를 포함해 이민정책을 수준 높게 추진해 나갈 체제를 갖춰나가자”고 밝힌 바 있다. 한 장관은 같은 달 20일 열린 제15회 ‘세계인의 날’ 기념식에서도 “선진화된 이민 법제와 시스템 구축으로 우리 사회와 지역 경제에 동력이 될 수 있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외국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변동식 파이낸셜뉴스 사장은 개막사에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충격의 파장은 단순히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감소와 국가 재정 위기를 넘어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현실화하고 있다”며 “과거 인구가 늘어나던 시절에 ‘수도권 인구 집중’은 수도권 인구가 지방에 비해 더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했지만, 요즘은 인구 전체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지방 인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심각한 병폐 현상을 뜻하는 용어가 됐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여성가족비서관을 역임한 이재인 서울인구포럼 대표는 “4회 심포지엄까지는 인구문제의 화두가 저출산·고령화로 어떻게 하면 출산율을 끌어올려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막을까에 전 관심이 집중됐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뿐 아니라 인구 감소 시대까지 대비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라고 했다. 이어 “인구자원이 줄어드는 문제는 한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경력 재배치, 부동산, 주거, 경기 다 관련이 있다”며 “개별 정책이 아니라는 판단을 반영해 처음으로 저출산을 넘어 ‘지방 소멸’이라는 주제를 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인 서울인구포럼 대표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를 통해 “정부가 지난 10여 년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했지만, 오히려 출산율은 더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인구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단순히 국가 경쟁력 저하뿐 아니라 지역 간의 인구 차이가 있어 지방소멸론까지 대두됐다”며 “수도권 과밀화와 지역 간 격차 해소, 노동시장의 세대 간 공존 가능 시스템 구축, 저출산 완화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박진경 대통령직속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은 기조연설에서 “정부 예산에서 저출산지출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처장은 “우리나라 저출산 예산은 GDP 대비 1.4% 수준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다”고 진단하며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집중투자를 시작해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 정부 인구정책은 실효성 있게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인구와 미래전략 TF에서 제안된 대통령 직속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성용 한국인구학회장(강남대 교수)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확산된 재택근무가 ‘지방 부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재택근무의 활성화는 도시 인구의 유출 요인인 동시에 지방 인구의 유입 요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부동산 급등으로 인해 젊은 세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주거비가 상승했다”며 “높은 주거 비용은 일하기 좋은 쾌적한 주택 마련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교통 발달로 전국 어디서나 1일 출퇴근이 가능해 재택근무와 출퇴근 융합 근무도 적합하다”고 설명한 뒤 “전국적으로 인터넷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재택근무에 따른 지방 유입 요건이 된다”고 부연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지방 소멸 위험이 양적 확대에서 질적 심화 단계로 진입했다”고 진단하며 “25년 후에는 전국 228개 시군구 전체가 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하고 이 가운데 70%에 달하는 157개 지역은 소멸 고위험 지역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방 소멸 속도는 저출산·고령화에 청년인구 유출이 맞물리며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지역 소멸은 국가 전체의 인구 감소와 경제 쇠퇴로 이어져 국가적 위기로 귀결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청년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는 매력적인 곳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일자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양질의 서비스업·4차 산업혁명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