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갔다가 잠적했던 ‘불법체류 베트남인’ 설득한 경찰관의 정체

김연진
2020년 5월 20일
업데이트: 2020년 5월 20일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언제나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경찰관이 되고 싶어요”

방역 당국이 경기도 부천의 메리트나이트클럽을 방문한 코로나19 베트남인 확진자에 대해 발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한 경찰관의 역할이 컸다.

그 주인공은 바로 베트남 출신 귀화 경찰관인 이보은 경장(사진)이다.

경기도 광주경찰서 소속 이 경장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잠적한 불법체류 베트남인에게 베트남어로 연락을 취해 그를 설득하고 소재를 파악하는 등 역학조사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18일 방역 당국과 경기 광주경찰서에 따르면, 이태원의 한 클럽을 방문했던 베트남인 A(32)씨는 코로나 증세를 보여 지난 15일 부천시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진단 검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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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인 16일 A씨는 양성 판정을 받았고, 방역 당국은 A씨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였던 A씨는 신분이 드러나 강제 출국 조치를 당할 것이 두려워 잠적했다.

위치 정보를 조회한 결과, A씨가 경기도 광주에 거주한다는 사실까지는 확인했다. 더이상의 정보는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사회 감염과 추가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 그런데 이때, 경기 광주경찰서 소속 이보은 경장이 A씨의 동선 추적에 투입됐다. 이 경장은 국내에 단 8명밖에 없는 베트남 출신 귀화 경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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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장은 우선 A씨를 안심시켜야겠다고 판단, 베트남어로 연락을 취했다. “베트남 사람인 경찰관이다.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니 전화를 받아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후에도 계속 전화를 걸었다.

“불법체류라는 신분 때문에 처벌을 받거나 강제 출국을 당할 일도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라며 수십차례 A씨를 설득했다.

그 결과, 이 경장은 A씨와 연락이 닿았다. 현재 당국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불법체류자 단속을 유예하고 있는데, A씨는 한국말이 서툴러 이 사실을 몰랐다. 강제 출국이 두려워 연락을 끊고 집에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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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장은 A씨의 이름, 자택 주소 등을 알아내 곧장 방역 당국에 알렸다. 이후 A씨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 이송돼 역학조사를 받았다.

확인 결과 A씨는 지난 10일 자정께 부천에 있는 메리트나이트클럽을 다녀왔고, 직장 동료인 B(43)씨도 감염된 사실을 밝혀냈다.

이 경장의 활약이 없었다면, 부천 메리트나이트클럽이 또 다른 집단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경장은 “확진 판정을 받고 혼란스러워하던 A씨를 최대한 안심시키려고 노력한 게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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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경장은 지난 2004년 소방관인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하며 한국에 귀화했다. 이후 끝없이 노력해 한국어를 공부한 뒤 중고교 검정고시를 2년 만에 통과했다.

광주시 다문화지원센터에서 상담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던 이 경장은 가정폭력을 당하는 결혼 이주민 여성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며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경찰관이 되겠다고 꿈꿨다.

지난 2013년, 비로소 경찰에 입문한 이 경장은 경기 광주경찰서에 발령받아 지금까지 경찰관으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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