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망자 명단공개 고발 쇄도…한동훈 “불법유출 가능성 높아”

정향선 인턴기자
2022년 11월 16일 오후 6:40 업데이트: 2022년 11월 16일 오후 8:08

이태원 할로윈 압사 사고(이하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 무단 공개와 관련한 형사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불법 경로로 명단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2차 피해 보고를 이미 받고 있다”고 밝혔다. 

친야당 매체, 사망자 명단 무단 공개…유족 반발에 일부 비공개 전환

지난 14일 인터넷 매체 ‘민들레’는 유튜브 채널 ‘시민언론 더탐사’와 협업해 이태원 참사 사망자 155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매체는 이름을 한글과 영어 알파벳으로 명기했다. 나이, 성별, 거주지 등 다른 신상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유가족이 해당 매체에 이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자, 매체 측은 “(이름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윈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이름을 삭제했다”며 사망자 20명을 비공개 처리했다. 

개인정보보호법위배·명예훼손·명단불법유출…형사고발 쇄도 

해당 매체가 유가족 동의 없이 사망자의 실명을 공개한 것을 두고 위법이라는 비판과 함께 형사고발이 이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과 시민단체 신자유연대는 각각 서울경찰청을 통해 사망자 명단을 공개한 두 매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보수단체 ‘새희망결사단’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 팬카페인 ‘건사랑’도 이날 ‘민들레’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일방적인 명단 공개는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도 사망자 명단을 유출한 것이 공무원일 것이라며 해당 공무원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했다. 

한동훈 법무 “사망자 명단 유출 경로, 불법 가능성…2차 피해 이미 발생”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사망자 명단 무단 공개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공개된 사망자 명단의) 유출 경로에 불법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단은) 철저하게 공적 자료이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50여 명의 (명단이 들어있는) 자료를 더탐사나 ‘민들레’가 훔친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제공했을 가능성이 제일 크지 않겠나”며 “공적 자료가 유출된 과정에서 어떤 법적 문제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사망자 명단 공개가 유가족의 개인정보 침해 및 희생자 조롱·모욕 등 2차 피해로 연결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사망한 피해자들을 거명한다는 것은 결국 유족에 대한 2차 좌표찍기 의미가 있다”며 “돌아가신 피해자들에 대해 음란물 유포라든가 모욕, 조롱 같은 범죄 행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들에 대해 음란물 유포나 모욕, 조롱과 같은 식의 범죄행위가 있을 수 있고 그런 범죄행위가 이미 발생해서 제가 보고를 받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명단 공개 자체 처벌 가능성은 낮은 듯…명예훼손죄 적용도 쉽지 않아”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 공개를 처벌할 근거가 희박하다는 의견이 많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경향신문에 “개인정보보호법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개인정보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공개된 이름이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정보이다 보니 현행법상 처벌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생년월일이나 사진 등의 정보 없이 이름 공개만으로도 그 사람을 특정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신문은 “사자명예훼손은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해야 성립하기 때문에 ‘민들레’와 더탐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한일본대사관도 ‘사망자 실명 공개’ 두고 외교부에 항의 

한편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 공개와 관련해 주한일본대사관이 외교부에 항의한 사실도 알려졌다. 

15일 외교부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공개된 것에 대해 일부 주한 대사관으로부터 항의가 있었고 해당 매체에 그런 항의와 시정요구를 곧바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망자 26명 중 1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유가족들이 이름 공개를 원치 않았다”며 “그 중 8명은 이름뿐만 아니라 국적까지 철저히 비공개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구) 이후 사망자 유족들의 뜻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진 않지만, 이런 (명단) 공개에 따라 일부가 유감을 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