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트램에 치여 숨진 韓유학생 사건 부실 수사 논란

이서현
2020년 10월 7일
업데이트: 2020년 10월 20일

지난 2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트램에 치여 숨졌다.

현지 검찰이 피해자 과실에 따른 단순 사고로 수사를 종결하자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여대생 A(21)씨는 지난 2월 10일 자정 무렵 밀라노 시내 철길을 건너다 트램에 치여 숨졌다.

사고는 A씨가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내고 헤어진 직후 발생했다.

당시 A씨는 트램 정거장의 철길을 건너다 턱에 걸려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려던 순간, 정거장에서 막 출발한 트램이 A씨를 보지 못한채 그대로 진행했다.

트램 | Pixabay

A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작년 9월 영국 대학에 입학했다.

사고 당시에는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밀라노를 여행하던 중이었다.

밀라노 검찰은 곧바로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5개월간 진행된 수사의 결론은 피해자 과실이었다.

A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갑자기 철길을 건넜고 트램 기관사는 운전석에서 넘어진 피해자를 볼 수 없었다는 것.

검찰은 ‘기관사가 예상하기 어려운 사고’였다며 지난 7월 30일 법원에 수사 종료를 요청했다.

밀라노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 종결 요청서 | 유족 제공=연합뉴스

유족 측은 명백한 부실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운전석 앞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시야가 넓게 트여 있다는 것이다.

만약 기관사가 전방 주의 의무만 제대로 지켰다면 피해자를 충분히 식별할 수 있었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트램 기관실 내 CCTV 영상에도 피해자가 철길을 건너는 순간부터 넘어졌다가 일어나려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유족 측은 이 CCTV가 기관사 눈높이와 같은 위치에 설치돼 있다고 했다.

그래서 피해자가 넘어진 후 트램이 출발하기까지 약 5초 동안 기관사의 시선이 다른 데 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한다.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검찰 측 주장도 목격자의 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CCTV 속 A씨의 모습에 흔들림이 없었고, 부검에서도 알코올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밀라노 경찰이 사고 발생 직후 자살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는 등 초동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사고 이후 밀라노총영사관의 영사 조력을 제대로 받았는지도 의문이다.

유족 측은 “총영사관에서 영사관측 고문 변호사를 소개해주고 법적 조치와 관련한 안내 설명을 한 뒤에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다.

밀라노총영사관은 사고 후 8개월 가까이 유족과 직접 소통이 없었고, 수사의 핵심 물증인 CCTV 영상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 측 변호인은 최근 수사상 결점을 적시한 재수사 요청서를 법원에 보냈다.

유족 측은 “피해자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대충 한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원의 재수사 결정을 통해 사고 책임 소재가 명확히 가려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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