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4천만 재산피해 14조…중국 재난현장서 공산당 지도부 실종

이진
2020년 7월 17일
업데이트: 2020년 7월 17일

중국 남부지방에 쏟아진 한 달 이상의 기록적 폭우로 27개 성에서 4천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중국 공산당(중공) 지도부가 재난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실종됐다. ‘더 바쁜 일’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온다.

지난 15일 중국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지난 6월초부터 44일 연속이다.

중국 서남부 대도시 충칭, 중서부 우한·허페이는 지역에 따라 아파트 4층까지 물이 찼고, 창장(양쯔강) 하류지역은 폭우에 상류에서 내려온 물이 더해지면서 심각한 홍수피해를 겪고 있다.

CCTV 등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장시, 안휘 등 서남부 27개성에서 3천789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국은 사망·실종자를 141명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보다 줄여서 발표했을 가능성이 지적된다.

지난 12일 정오까지 피난민은 224만 6천명으로 집계됐으며, 주택 2만8천여 채가 파손됐고 농경지 353만2천 헥타르가 물에 잠겼다. 직접적인 경제손실만 14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재해 상황에도 바이두, 소후 등 중국 대형포털에는 수재민들의 참상을 다룬 뉴스보다는 당국의 대비상황을 다룬 뉴스가 주를 이룬다. 위챗, 틱톡 등 SNS에는 이용자들이 올린 홍수 소식과 동영상이 넘쳐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번 재난을 대하는 당국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인민일보는 폭우로 인한 피해상황을 다룬 기사를 딱 1번 냈다. 6월 7일자 기사를 제외한 모든 기사는 정부의 재난대비에 초점을 맞췄다.

예년에 비해 홍수 피해 현장에서 수재민들을 위로하거나 방역을 지휘하는 당 고위 지도부의 모습도 빈도가 훨씬 줄었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폭우가 한 달 이상 지속한 지난 6일과 7일 홍수 피해가 발생한 27개 성 가운데 구이저우를 찾아 피해복구 상황과 빈곤탈출 문제를 점검했다. 구이저우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지역이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12일 처음으로 홍수 피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시진핑은 창장, 화이허 유역이 경계수준을 넘었고 충칭, 장시 지역에서 농경지가 물에 잠긴 점을 언급하며 “민중이 다시 빈곤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이와 관련 시진핑이 2016년 수해 당시 2주 동안 세 차례에 걸쳐 홍수 대비를 강조하며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의 복구현장 투입을 지시한 것과 비교하며 홍수보다 빈곤탈출에 더 신경을 쓴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또한 중국의 저명 정치학자 우창(吳强)을 인용해 “현재 시진핑에 권력이 집중돼 모든 일을 직접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피로감이 누적된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 Kevin Frayer/Getty Images

우창은 “시진핑이 현재 남부지방 수해 대응을 회피하는 것은 의사결정의 어려움과 압력이 크기 때문”이라며 “할 일이 너무 많아 수해 대응를 지휘하지 못하고 있다. 권력이 너무 집중돼 발생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수해 지역 시찰이 없는 것을 둘째치고 베이징에서조차 시진핑의 모습을 보기 어려운 것으로 두고 다른 일로 더 바쁘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관영언론에 따르면 시진핑은 지난달 30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의 ‘공부 모임’인 집단학습 참석을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비추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과 당 정치법률위원회 부문에서는 문책성 해임과 인사이동이 계속되고 있다.

중화권 언론인 탕하오는 “재난 대응보다 더 심각한 내부투쟁을 처리하는 것일 수 있다”며 “내부 불만을 해소하려 대만 등 대외 문제에서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 경우 오히려 현재 국제적인 반공 기조를 자극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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