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외교안보, 국익 중심 실용주의 노선 견지”

이윤정
2021년 11월 25일
업데이트: 2021년 11월 27일

“정치인은 국민의 대리인, 자신의 이상과 가치 실현보다는 국민이 원하는 성과 내야”
“미국과는 동맹 관계 심화,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대일 강경파라는 시각은 오해, 투트랙 방식으로 한일관계 풀어야”
“필요에 따라 대북 강경·유화책 쓸 수 있지만 햇볕정책이 효율적이라 평가”

“나는 실용주의자다. 주권자인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국가의 발전과 국민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해 내야 하는 정치인이다. 이상적인 상태에 매달려서 성과를 못 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국민에게 유용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실용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내 이상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를 하지 않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11월 25일 극단적인 진보·개혁주의자가 아니냐는 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가 개최됐다. 대북정책과 외교안보정책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는 “이념과 선택 논리를 뛰어넘는 ‘국익 중심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견지하겠다”고 밝혀 실용에 방점을 찍었다.

실용주의에 주안점을 둔 이재명 후보의 외교정책은 북한 및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국 외교관계에도 투영됐다.

대(對) 미국 관계에서는 한미동맹의 공고한 발전을 강조했다. 한미 동맹은 지속해서 심화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중관계는 전략적 협력관계 증진을 도모하겠다고 주장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현실적으로 경제교류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도 백안시하거나 경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도 표명했다. 그 전제로 198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인용, 일본 정부가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의 기조를 지켜나간다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정책 관련해서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대북 유화정책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재명 후보는 하노이 회담 이후 고착상태에 놓인 비핵화 문제 관련, 당사국인 미국 현 바이든 행정부에게 아쉬운 점을 묻는 프랑스 AFP 기자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뿐 아니라 주변국, 특히 미국에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미 정상 간 대화를 통해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보려 한 것은 매우 유용한 방식이지만 지나치게 낭만적인 접근이었다고 생각한다. 핵 문제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가 존재하는데 단칼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덧붙여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미·중·일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국익을 위한 하나의 의제일 뿐이지만 한국민들에게는 당장 현실의 생존 문제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신뢰 회복이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불신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에 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 정부의 면밀하고 주도적 노력이 필요하고 하루라도 빨리 대화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 격화 속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외교 공약을 묻는 인민망 기자 질문에 이 후보는 “구체적 질문에 답하기 전에 한반도가 처한 상황에 대해 잠깐 언급하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반도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중간에 위치해 있다. 반도국가가 흥하기 위해선 강력한 국방력을 포함한 국력과 그 기초 위에 국가의 리더가 뚜렷한 의지를 가지고 자주적인 외교, 균형 잡힌 외교를 해나갈 때 번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전제한 이재명 후보는 미중 간 선택을 강요받는 현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 미중 간 경쟁 국면이 격화돼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안보동맹 관계도 무시할 수 없고 한미동맹도 심화발전 시켜나가야 할 입장이다.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고 현실적으로 경제교류 규모가 계속 커지는 중국도 백안시하거나 경시하기 어렵다. 중국과의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란 관계를 역시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상황이다. 다만 대한민국 외교 원칙은 국익 중심 실용 기조로 가야 한다. 어디에 휘둘리거나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라 ‘국익’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는게 외교의 방향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경제력 세계 10위, 군사력 세계 6위 정도로 평가받을 만큼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펼쳐 나가야 한다.”

향후 한일관계를 묻는 교도통신 기자 질문에는 “국가간 관계에서도 보상을 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전후 독일이 유럽국가들에 대해 취했던 태도를 일본은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對)일본 강경파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일본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한 측면만 본 오해”라며 “한국과 일본이 가장 지리적으로 가깝고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어서 협력하고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의 국가 간 관계, 한국인과 일본인의 국민 간 관계를 위해서라도 한일관계는 정상화되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 현실적으로 현재의 특정한 정치 권력들이 국가의 이익 또는 각각 국민의 이익에 좀더 부합하도록 의사결정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용적 한일관계 정립에서는 “한일관계에 장애가 되는 과거사 문제, 독도를 둘러싼 영토 문제, 사회경제 문제를 분리해서 투트랙으로 접근하는 게 좋겠다. 과거 문제와 미래문제를 분리해서 대응한다. 영토는 영토대로,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적 교류와 협력 문제 역시 분리한다. 이런 입장을 관철하면 충분히 쌍방 합의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첨예해진 징용공 배상 판결문제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상대국가의 현실적 문제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차이가 한국은 입법, 사법, 행정이 헌법상 명확히 분리돼 있어서 행정부가 사법부 판결에 절대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본은 행정부와 사법부가 완전히 분리된 게 아니라 행정적 요구에 따라 사법적 결정이 바뀔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사법 판결과 집행에 대해 이해하는 입장과 객관적 상황이 다르다. 그런 전제하에서 가해 기업과 피해 민간인 사이에 이미 이뤄진 판결을 집행하지 말자고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구체적인 징용공 배상 판결 문제 해결 방법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이라며 “남은 배상 문제는 충분히 현실적 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북정책에서는 대북 유화정책 기조 계승을 천명했다. “한반도 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전쟁을 막는 것이다”라고 강조한 이 후보는 현 정부의 유화적 대북 기조를 이어갈 계획인지를 묻는 ABC뉴스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유화책을 채택할 것인지, 강경책을 채택할 것인지는 당시 객관적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맞다. 필요하면 당근도, 채찍도 쓸 수 있고 두 가지를 동시에 쓸 수도 있고 정책 비중 조정해 나갈 수도 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통해 한반도의 상당한 정도의 안정을 가져왔다고 믿는다. 제재와 압박이라는 강경정책이 과연 서방국가가 원하는 만큼 결과 만들어 내 왔느냐는 점에 있어선 100% 확실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앞으로도 유화적 정책이 유용할지, 강경 정책이 유용할지는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 상태로 평가한다면 유화 정책이 강경한 대결정책, 제재정책보다 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믿는다.”

남북관계 경색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2020년 6월 북한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에 대해서는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문제는 당연히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고 우리로선 매우 아쉬운 일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지는 이재명 후보의 말이다. “남북 간 합의 내용을 최대한 지키려고 상호 노력해야 한다. 대결을 통해 함께 망하는 길로 갈 게 아니라면 쌍방 합의된 것들을 지켜내고 잘못에 대해서는 명확히 지적하고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상호 이익이 되는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시간과 노력을 쏟을 만한 충분한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 취재본부 이윤정 기자 yunjeong.lee@epochtimes.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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