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반공연대 합류할까? 체코 상원의장 대만 방문에 대중관계 변동 조짐

한동훈
2020년 9월 4일
업데이트: 2020년 9월 4일

유럽연합(EU) 회원국 체코 방문단이 지난달 30일부터 엿새 일정으로 중화민국(대만)을 방문 중이다.

체코 의전서열 2위인 상원의장이 포함된 대규모 방문단의 대만 도착은 유럽과 중국 공산당(중공) 사이 설전을 촉발했다.

국제 외교가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킨 이번 방문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미-중공 신냉전 구도가 더 빨라지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체코 상원의장인 밀로스 비스트르칠을 단장으로 하는 체코 방문단이 지난달 30일 오전 11시(현지 시각) 대만 국적기 중화항공 전세기편으로 대만 북부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했다.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은 체코가 민주국가로 전환한 1989년 이후 대만을 방문한 체코의 최고위 인사다.

하루 뒤인 지난달 31일 왕이 중공 외교부장(장관)은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에게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을 공언했다.

유럽 5개국 순방의 일환으로 프랑스에 머물고 있던 왕이 부장의 발언은 체코는 물론 EU 국가들 사이에서도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프랑스 외무부의 아녜스 폰 데어 뮐 대변인은 이달 1일 “EU와 중국의 관계는 대화, 상호존중 및 호혜성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 이는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운을 뗀 뒤 “이러한 관점에서 특정 회원국에 대한 중국의 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체코 지지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마지막 순방지인 독일에 도착한 왕이 부장은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체코 방문단의 대만 방문이 “중국 내정 간섭”이라며 또 한번 체코를 비난했다.

하지만 마스 외무장관은 “유럽인들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존중한다. 위협은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예의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그는 “중국은 홍콩에서 일국양제를 완전하게 이행하고,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홍콩 입법원 위원(국회의원 격) 선거를 재개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중공 정권의 위협에 맞서 자유 진영 국가의 단결을 호소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월 캘리포니아주 연설에서 “우리가 공산 중국을 바꾸지 않으면 그들이 우리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새로운 민주적 동맹을 맺을 때”라며 유엔(UN),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주요 7개국(G7), 주요 20개국(G20)의 협력을 통해 중공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공에 대한 체코 정치권의 견해는 복잡하다.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친중, 친러 정책을 추진하며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 화웨이를 자국 5G 네트워크 사업자로 선정했다.

반면 ‘프라하의 트럼프’로 불리는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중공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화웨이를 퇴출하라”고 압박하고, 즈데니에크 흐리브 프라하 시장은 중국 상하이와 자매결연을 끊고 대만 타이베이시와 자매결연 맺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와 체코 주재 중국대사의 위협적 발언 등을 겪으면서 체코 내 여론은 대중 강경론으로 기우는 추세다. 이번 상원의장을 단장으로 한 체코 방문단의 대만 방문도 이러한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으로 망명한 중국 법률전문가 겸 비평가인 위안홍빙(袁紅氷) 전 베이징 법대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에 “체코 상원의장의 대만 방문 자체가 큰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안훙빙은 “국제사회가 대만에 대한 이전까지의 대우가 부당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중공의 폭정, 자유 대만에 대한 억압, 홍콩 자치권 탄압이 잘못됐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의 경제와 사회적 발전 수준은 세계 200대 국가 가운데 상위권”이라며 “역사적으로 중공처럼 자신의 의견을 다른 나라에 관철하려는 정권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대만은 국제사회로 복귀할 것이며, 이번 사건은 그러한 흐름의 하나”라며 “미국과 대만 사이 관계가 크게 호전됐다. 양국 외교 관계가 머지않은 시점에 정상 회복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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