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의원들, EU-중국 정상회담서 中 인권문제 논의 촉구

이은주
2020년 9월 14일
업데이트: 2020년 9월 14일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정상회담이 14일(현지 시각)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유럽의회 의원들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논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럽의회 의원 63명은 최근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서한을 보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EU가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삼고 논의할 것을 요청한다”면서 중국 공산당(중공) 정부가 “인권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그에 맞는 결과가 따를 것을 권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공 총서기와 미셸 EU 이사회 의장이 공동주최한 이번 회의에는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메르켈 총리 등이 참석한다. 독일은 현재 EU 하반기 순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당초 회의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사태로 화상으로 진행되며, 양측은 기후변화, 경제, 무역과 투자협정, 코로나 전염병 대응에 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회의는 중국과 EU의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이뤄질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3월 발표한 중국 전략 보고서에서 EU와 중국의 관계를 “조직적 라이벌”로 규정했다.

앞서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지난달 프랑스 일요신문(Le Journal du dimanche) 논평에서 중국을 “새로운 제국”으로 규정하며, EU 27개 회원국이 중국과의 경제적 불균형을 해결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이번 서한에서 의원들은 중국 네이멍구(내몽골자치구) 몽골어 말살 정책, 신장지역 위구르족 100만~200만명 수용소 감금, 인권 변호사와 티베트인 등에 대한 중공 정부의 인권 탄압을 지적했다. 또 홍콩 국가안전법(홍콩안전법) 제정에 따른 홍콩의 자유 침식을 규탄했다.

네이멍구 교육청은 최근 몽골어 수업 학교에서 중국어 수업을 도입하기로 결정, 당국의 이번 교육정책에 반발한 내몽골 지역 학생과 학부모 수만명이 등교를 거부하는 등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이들은 중국어 수업 확대가 소수민족 언어를 말살한다며 중공 당국의 ‘문화대학살’을 비판했다. 또한, 언어가 소멸되면 민족마저 사라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내몽골자치구는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가진 몽골족 주민들이 중국어를 사용하는 한족과 함께 살고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몽골족 420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인구 대부분은 한족이 차지한다.

중공 당국은 특히 신장과 티베트에서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엄격히 제한, 중국어 교육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어 인권 유린 비판을 받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2일 중국 칭하이(靑海)성 당국이 지역 초등학교를 폐쇄한 뒤 학생들을 정부가 지정한 기숙학교에 강제 입학시킨 사실을 보도했다. 이 기숙학교에서는 티베트어가 아닌 중국어 수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식 통계에 따르면 칭하이에는 약 137만명의 티베트인이 거주하고 있다.

의원들은 이러한 인권 유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EU의 노력이 “중공 정부로부터 의미 있는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이번 회담은 중국 인권 침해와 관련한 EU의 발언과 구체적인 행동을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촉구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6월 화상 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열리는 후속회담이다. 당시 회담에서 EU에서는 미셸 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참석했고, 중국은 시진핑 총서기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대표로 나섰다.

미셸 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중공 정권의 홍콩안전법 강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홍콩안전법은) 홍콩의 헌법과 중국의 국제적 약속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비판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6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홍콩안전법이 제정됐다.

홍콩안전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분열 및 선동,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하고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모호한 표현으로 규정돼 있어 중공 당국의 자의적 해석 및 적용이 가능하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의원들은 홍콩안전법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며 “(홍콩안전법에) 책임이 있는 중공 관리들에 대한 제재와 자산 동결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도 12일 중공 정권의 언론의 자유 침해 문제를 제기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유럽 지도자들에게 보냈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서한에서 EU의 근본적 가치는 인권인 점을 지적하며, 이를 주장하지 않는 것은 “중공 정권의 정보 통제와 독립적 목소리를 억압하는 정책을 지속하도록 부추길 뿐”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약점이라도 중공이 새로운 세계의 정보 질서를 강요하는 것을 자유롭게 통제하도록 할 것이고, 이것은 유럽 시민들에게 더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RSF에 따르면 중국에 구금돼 있는 언론인은 최소 118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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