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일본·인도에 파이브 아이즈까지…미국의 반공 국제연대 구축 ‘순항’

남창희
2020년 8월 1일
업데이트: 2020년 8월 1일

정치평론가 스산 칼럼

홍콩 국가안전법(홍콩안전법)은 그 취지와는 반대로 미국에 큰 이득이 됐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중공)의 홍콩안전법 강행을 계기로 반공 국제연대 구축에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공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추진한 홍콩안전법은 결과적으로는 국제사회에 ‘하늘이 내린 선물’이 됐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 이사회는 중국의 홍콩안전법 시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공식 성명을 통해 밝혔다. EU는 홍콩안전법이 홍콩의 기본 자유를 제한한다며, 회원국들이 각자 상황에 맞춰 무역 제한, 범죄인 인도조약 검토, 홍콩과의 새로운 협상 중단 등을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성명에서 EU는 홍콩에서 주민 통제에 악용될 수 있는 감시장비, 통신장비의 수출 심사를 강화할 것을 각 회원국에 요청했고, 영국·캐나다·호주 등이 이미 내린 비자발급 거부, 이민법 개정, 범죄인 인도조약 중단 등의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EU 외무장관들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 아래 있는 홍콩 자치권에 대한 정치적 지지와 홍콩 국민과의 단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또한 EU 외무장관들은 특별히 세 가지 측면에 대한 우려를 명시했다. 중영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에서 오는 2047년까지 보장한 홍콩의 자유·자치권에 대한 광범위한 침해, 홍콩안전법의 불명확성, 홍콩안전법에서 규정한 치외법권 조항 등이다.

독일 외무장관 “EU, 공동으로 중공에 대응”

7월부터 EU 이사회 순환 의장국을 맡게 된 독일의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28일 회의에서 27개 회원국의 공동행동을 환영한다며 “오늘 홍콩 문제의 결론에 대해, EU 외무장관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스 외무장관은 “유럽이 중국(중국 공산당)과 같은 강대국들과의 관계에 있을 때 우리 자신의 가치와 원칙을 지키는 일관된 입장이 필요하다”며 독일이 홍콩에 대한 군사 장비 및 이중용도 기술 수출을 중단해 첫걸음을 뗀 점을 언급했다.

핀란드는 지난달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 중단 의사를 밝혔다. 홍콩안전법에서 홍콩 내 수감자들을 중국 본토로 이송해 중공이 통제하는 법원의 재판을 받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스웨덴도 프랑스와 독일이 제안한 홍콩안전법에 대한 공동 대응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덴마크와 네덜란드도 연이어 동조했다.

유럽의 대응은 이제 시작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하고 화웨이 5G 장비를 퇴출하는 등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이번 문제에 가장 소극적이다. 독일은 중국에서 거두는 무역흑자가 크고 대중국 투자도 많아 매우 조심스럽다. 다만, 철학자의 나라인 독일 국민들은 이념과 가치관 문제에 철저하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약 메르켈 정부가 인권이나 민주에 관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EU에서 독일의 역할은 더욱 축소될 것이고, 그렇다고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대응한다면 중공의 강경한 대응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EU 27개국 회원국들의 상황은 비교적 복잡하다. 그러나 이번 EU 외무장관이 도출한 합의점을 보면 자유와 독재 사이 중간 선택지는 없었다. 이는 중공의 홍콩안전법과 홍콩·마카오 통제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미국에 ‘선물’이 된 이유다.

홍콩안전법은 중공이 미국에 보낸 큰 선물

지난달 23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캘리포니아주 닉슨 도서관 연설에서 미국과 중국 간 대결을 “자유와 독재 사이의 대결, 정의와 악의 싸움”으로 규정했다.

이런 발언은 반년 전, 아니 2~3개월 전만 해도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사람들에게 매우 합리적이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홍콩안전법 때문이다. 홍콩안전법의 존재로 인해 모든 일은 간단해졌고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게 됐다.

지정학적 문제, 투키디데스의 함정(신흥 강국과 기존 강대국 간의 경쟁), 무역전쟁, 국익 보호 차원이라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이번 문제는 흑과 백, 선과 악에서의 선택으로 요약된다. 여러 말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홍콩 시위대 입장에선 ‘홍콩 경제를 위기에 빠트려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다’는 람차오 전술이 성공한 것이다. 한 마디로 ‘같이 죽자’는 뜻인 람차오는 중공이 가장 기피하는 단어다. ‘홍콩 독립’과 같은 취급이다.

홍콩 거리에는 친중공파인 건제파(建制派)와 좌파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람차오를 반대 홍콩안전법 지지”를 외친다.

실제로 홍콩 시위대가 추진하는 람차오는 도로나 다리를 파괴, 통신망 차단, 요인 암살 등의 방식이 아니다. 가끔 경찰의 접근을 막기 위해 불을 피우기는 한다.

시위대의 람차오 전술은 매우 단순하다. 절대 항복하거나 포기, 타협하지 않고 중공과 홍콩 정부에 맞서 끝까지 싸운다는 한 가지 원칙이다. 이렇게 되면 중공은 시위대를 모두 없애려면 전원 체포, 강제 본토 송환, 사형밖에 없다.

중공이 수십만 명의 시위대를 모두 이렇게 처리하면 국제사회가 가만히 있지 않고 강력하게 막아 나서리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홍콩은 금융·경제 중심지로 기능을 잃고 중국의 평범한 도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것이 홍콩 시위대의 람차오다.

조직 폭력배들의 보호비 요구에 평범한 사람들이 끝까지 버티며 항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조폭들이 주먹을 휘두르고 납치, 심지어 살인을 저지르면 전 지역사회와 경찰이 나서서 조폭을 소탕하게 된다.

조폭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돈 좀 내고 무릎 꿇으면 될 일을 기어이 이렇게 소란을 피워 경찰까지 출동하게 만드나? 다른 사람들은 보호비를 순순히 내는데, 동네 사람들이 잠 못 자고 다른 가게가 장사 못 하는 것은 모두 당신 탓이다.”

그렇다면 애당초 조폭은 왜 사회의 질서를 어겨가며 이웃을 괴롭히고 보호비를 요구하는가. 보호비를 요구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조폭들은 이미 보호비를 내는 다른 사람들에게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내지 않는 사람에게 오히려 정말로 화를 낸다.

이러한 파렴치한 조폭들은 이제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28일 뉴질랜드는 EU의 뒤를 이어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하고 주민 통제에 이용될 수 있는 기술 수출을 중단했다.

뉴질랜드는 첨단 기술을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기술을 구매해 다른 국가에 판매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영미권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가운데 뉴질랜드는 국력이 약하고 중공과의 관계도 가장 가깝다. 그러나 중공과의 관계 때문에, 뉴질랜드가 미국·영국과의 갈림길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은 모두 홍콩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했다. 필자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를 예측한 바 있다. 홍콩안전법이 시행되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일이 세계 각국의 홍콩 범죄인 인도조약 중단이라고 했다. 7월 3일의 일이었다.

캐나다가 가장 먼저 홍콩 범죄인 인도조약 중단을 선언했다. 7월 3일 방송이 나간 지 10여 시간 만에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하고 민감한 군사 물자의 홍콩 수출을 즉각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트뤼도 총리는 “우리는 이민 문제를 포함한 다른 조치들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더 자세한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7월 9일, 호주는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 중단을 선언하고 홍콩인들과 기업에 이민 및 이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호주는 홍콩인 수용을 위한 세부사항을 발표했다.

도미닉 랍 영국 외무장관은 20일 영국 의회에서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즉시 무기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28일 뉴질랜드는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무장관도 이날 “뉴질랜드는 더 이상 홍콩의 형사사법제도가 중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돼 있다고 신뢰하지 않는다”며 “베이징이 향후 ‘일국양제’의 틀을 지킬 경우, 이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움직임도 시선을 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마크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28일 워싱턴에서 열린 연례 미국-호주 고위급 회담에서 마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 린다 레이놀즈 국방장관과 만나 중공 바이러스(우한 폐렴) 대유행, 홍콩, 대만, 남중국해, 5G 네트워크, 인도 태평양지역 안보 문제, 북한 비핵화 등에 현안을 논의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공산당에 대한 호주의 강경한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호주가 중공의 압력에 저항하고 있다”고 칭찬하면서 “미국과 호주는 남중국해 법치를 수호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28일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캔버라와 중국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호주는 이 관계를 해칠 생각은 없지만,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중국 공산당은 호주가 중공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국제 수사를 주장하자 보복 조치를 시행했다. 중국 정부는 일부 호주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고, 호주 보리에 80% 이상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최근 호주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주장하는 중국의 주장이 ‘불법’이라고 공식 선언하면서 호주와 중국 간 긴장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반공 국제연대가 이미 형성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일본, 영국, 호주를 중심으로 캐나다와 인도가 합세해 기본 골격을 이뤘다. 유럽연합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동맹은 전 세계 GDP의 약 80%를 차지한다. 냉전 시대보다 더 높은 비율이다. 미국이 반공 국제연대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도운 중공의 홍콩·마카오 통치에 감사해야 한다.

대륙에서 진행된 방공 훈련… ‘람차오’에 성공?

여기서 중공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진다. 중공 외교부는 발언 자체는 매우 강경하지만 실제 카드는 많지 않다. 오히려 섣부른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흥미로운 사건 하나가 전해졌다. 한 중국 네티즌은 자신의 웨이보에 지난 27일 베이징시 하이뎬구 공습경보 부서에서는 공중에서의 공격에 대비하는 방법을 담은 선전물을 공공장소에 게재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인터넷에 퍼진 영상을 살펴보면 공중에서 가해지는 폭격에 대비하는 방법을 담은 선전물이 여러 장소에 걸려 있었다.

이 네티즌은 해당 선전물을 본 베이징 시민들이 “미군이 베이징을 공습한다는 이야기인지”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지금은 첨단 기술로 정밀 타격하는 시대라 우리(민간인)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중국의 정치학자 쑨빈(孫濱)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최근 퇴직한 군인들에게 ‘언제든지 군에 복귀하게 될 수 있다’며 지역 주민자치위원회에 가서 등록하라는 통지문이 내려진 사실을 언급하며, 베이징의 공습 선전물과 연결지었다.

중국 관영매체에서도 전쟁에 대비한 모의 대피훈련 소식이 보도됐다. 상하이에서는 지난달 22일 쑹장구와 창닝구, 23일 칭푸구와 징안구에서 이런 훈련이 진행됐다. 주요 도시 지하상가와 쇼핑몰에 공습에 대비한 대피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뉴스도 있었다.

이는 중공이 전쟁을 대비하고 있으며, 이 전쟁은 주거지역까지 그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경제발전은 언급조차 힘들어질 것이다. 중공은 홍콩과 마카오 통제 시스템으로 인해 스스로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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