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은 어떻게 서구 정계에 파고들었나(상)

2019년 12월 1일 업데이트: 2019년 12월 1일

외국에 진출한 한국인들이 현지에서도 ‘카카오톡’을 통해 소통하듯, 중국인들은 중국판 카톡 ‘위챗(WeChat)’을 애용한다. 특히 중국계 이민사회에서 위챗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표심 향방을 좌우하는 강력한 ‘미디어’ 구실을 한다. 중국계 이민자들의 증가에 따라, 서구 정치권에서 위챗은 무시할 수 없는 선거도구가 됐다. 중국, 정확히는 집권당에 유리한 뉴스는 퍼뜨리고 불리한 뉴스는 억제하는 위챗의 정책에 따라, 서구 정치권 역시 표를 얻기 위해 자기검열을 하는 상황에까지 처했다. -편집부


중국의 IT 기업 텐센트가 제공하는 소셜 메신저 위챗(Wechat)은 이미 전 세계 화교들이 정치적 화제를 토론하는 플랫폼이 됐다. 또한 2016년 미국 대선 및 상하원 선거, 2019년 오스트레일리아 총선 등의 선거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서구 정계 인사들이 중국계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위챗이 중공 정부의 심사를 받는 데다 운영상에서도 불투명한 점이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 싱크탱크와 중국 문제 관측통들은 위챗이 서구 사회 내부에서 정치적 영향을 미치고 트로이 목자처럼 새로운 위협이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위챗은 세계 각지에서 소셜 미디어 도구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 현지 사회를 중국화(중공화)하고 객관적으로 현지 정치와 중공을 밀착시키는 역할을 했다.

구체적으로 거론하자면, 위챗은 이미 서구 국가의 민선 관료들과 중국계 유권자들 간의 정상적인 소통에 개입하고 있다. 우선, 중공은 위챗상의 정치 뉴스와 정보를 친중공 서구 정당 및 정계 인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통제한다. 그러면 중국계 유권자의 표심을 얻으려는 서구 정계 인사들 역시 이에 영향을 받아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중공에 강경한 취하는 서구 정계 인사들이 위챗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점이다. 포스팅이 강제로 삭제되거나 심지어 계정 자체가 차단당하기 때문에 중국계 유권자들과 정상적으로 소통할 수 없게 된다. 여타 소셜 미디어와 비교했을 때, 위챗은 유달리 특수한 양상을 보인다.

2016년 3월 푸쟝슈(符江秀)가 올린 위챗 포스팅은 그녀가 화교들의 지지를 상실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 위챗 스크린샷

위챗으로 서구 정객 ‘길들이기’하는 중국공산당

2016년 미국 국회 하원의원 경선에 출마했던 중국계 미국인 푸쟝슈(符江秀, Sue Googe)는 ‘위챗 공식계정 포스팅이 삭제되거나 개인 위챗 계정이 차단됐다가 풀리는 경험을 했다’고 본지에 밝혔다.

하이난성 출신의 푸쟝슈는 신세대 이민자로서 2010년 미국 시민으로 귀화한 프로그래머이자 부동산 회사 경영자로, 이전까지 미국 정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녀가 경선에 출마한 지역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제4선거구로, 아시아계 인구 비율은 5%이며 중국계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1% 정도다.

푸쟝슈는 1%의 표심을 잡기 위해 무척이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여타 민족 커뮤니티에서는)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이야기하기만 하면 유권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지만, 화교 커뮤니티는 가장 어려운 공략 대상입니다.”

푸쟝슈는 선거구 내 화교들에게 자신의 정치 이념을 소개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위챗을 선택했다. 한때는 참여자가 천 명 이상 되는 위챗 단체방을 여러 개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위챗을 통해 ‘우호 세력뿐 아니라 적대 세력도 다수 불러모으게 된다’는 점이었다.

가장 큰 전환점이 된 사건은 2016년 3월에 일어났다. 위챗 단체방에서 그녀가 중공 대사관이 현지 모 화교상회 및 화교 커뮤니티에 침투했는지 여부를 공개적으로 질의하자, 미중 관계에 대한 그녀의 의견을 담은 포스팅을 방방곡곡 전파하는 자가 생겨났다. 이후 그녀는 위챗상에서 혹은 선거활동 과정에서 화교들로부터 끊임없이 ‘반화(反華)분자’라고 손가락질을 당했으며 심지어 언어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2016년 미국 내 중문 언론 메이화자이셴(美华在线)과의 인터뷰 당시 그녀는 “제 말하는 스타일이 날카로운 편이어서, 유하게 말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대로 하는 편이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과 ‘싸움’이 붙어서 위챗 단체방 여러 군데에서도 쫓겨났다”고 밝혔다.

그녀는 “위챗을 켜기만 하면 도처에서 소동이 일어난다. 위챗을 켜지 않을 때는 평온하기 그지없는데 위챗을 켜기만 하면 당황하곤 한다”며 “나는 중국과 미국에서 일고 있는 ‘반미’ 혹은 ‘반중’을 무척 반대하며, ‘반화’라는 단어가 나와 연관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위챗은 자체 심사 및 유저의 신고 등을 통해 공식계정 플랫폼상의 민감한 내용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차단한다. 그러나 이러한 심사 과정에는 투명한 기준이 없고 원칙도 없다.

“우리는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는 개인 및 단체를 위해 콘텐츠 정책을 규정해 두었으며, 플랫폼 내 콘텐츠의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심사의 일환으로서 증오 발언, 잘못된 정보, 저속한 내용 또는 플랫폼상에서 금지하는 내용을 전파하는 공식계정은 차단 혹은 일시 사용 중단 조치를 취한다.” 위챗의 모회사인 텐센트의 계정 차단 조치에 관한 공식 답변이다.

소식통에 의하면 유저가 위챗이 좋아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포스팅을 자발적으로 심사, 삭제할 경우 계정이 자동으로 차단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이러한 콘텐츠를 배포하는 계정은 동결 조치를 당하거나 위챗 플랫폼상에서 철저히 삭제당하게 된다.

2016년 미국 상하원 선거에 출마한 아시아계 미국인 40명 가운데 33명은 하원 경선에, 7명은 상원 경선에 출마했다. 정계 신인으로서 푸쟝슈는 가장 선전한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경선을 다시 한번 한다면 당시 취했던 방식 그대로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내 원칙을 절대적으로 고수할 것”이라며 “최근 1년간 중국의 정치 풍토는 당시 내 주장을 그대로 증명한다. 중국(중공)은 양아치 독재 정권이며, 양복만 갖춰 입었다고 현대 문명의 일원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진은 2016년 몽고메리 카운티 정부와 화교 커뮤니티 간 담화 이벤트에 참석한 당시 몽고메리 카운티 중국계 부행정총장 치리리(齐丽丽, 좌측)의 모습. | 허이(何伊)/에포크타임스

위챗 통해 주의원 자리 얻어낸 친중공 정객

중공의 지원을 받는 미국 정치가에게는 위챗이 무척이나 유용한 선거활동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워싱턴 포스트 2018년 11월 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계 미국인 치리리(Lily Qi)는 위챗의 힘을 빌려 메릴랜드주 제15선거구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녀는 중국계 이민자로서는 처음으로 메릴랜드주 하원의원이 됐다.

당시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부행정총장이던 치리리는 민주당 내 보수파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방대한 규모의 선거구 내 아시아계 커뮤니티를 집중 공략했다. 현지 중국어 신문에 미국 정당 시스템에 관한 칼럼을 기고하는 한편, 위챗상에서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펼치며 수백 명의 화교들과 대화를 나눴다.

치리리는 2019년 대륙 언론 ‘펑파이(澎湃)’와의 인터뷰에서,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유권자들과 위챗을 통해 소통하면서 정치에 대한 그들의 견해와 태도를 바꾸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경선 활동으로 인해 중국계 민주당 유권자 수가 2배 증가했으며, 생애 처음으로 정치 후원금을 기부한 중국계 유권자도 많았다고 했다.

실제로는, 중국계 유권자 수가 증가한 것은 중국 영사관 및 현지 친중공 화교 단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17년 12월 9일, 워싱턴 향우회 연합회의 연말 총결산 대회 석상에서 탕리(唐立) 중공 대사관 공사참사관 겸 총영사는 ‘중국인 및 화교들이 치리리를 위시한 화교 이민자 커뮤니티의 선거 출마자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를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치리리의 발언이 끝나자 현장에 있던 향우회 회원들은 일제히 “릴리! 릴리! 릴리!”를 외쳤다.

워싱턴 향우회 연합회는 워싱턴 근교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화교 커뮤니티 가운데 하나로, 최근 들어 각종 형식의 화교 유권자 등록, 자원봉사자 훈련을 진행해 왔으며 각종 화교 관련 행사에서도 화교들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해당 향우회 선전부는 2018년 6월 26일 대외 배포한 선전문에서 “치리리는 화교 커뮤니티 및 전문직 종사자 협회 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500명가량의 화교 자원봉사자들이 위챗 단체방에 집결해 행동하며 사람들을 동원, 실제 투표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명단상에 이름이 하나씩 늘 때마다 득표수도 하나씩 올라간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향우회 연합회는 중공의 해외 통일전선 활동의 중요 도구이자 중공의 관변 단체다.

워싱턴 지역 향우회 연합회는 2018년 선거 기간 중 적극적으로 화교들의 유권자 등록을 추진, 메릴랜드주 제15선거구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치리리 후보자의 득표를 위해 노력했다. | 워싱턴 지역 향우회 연합회 선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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