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자오쯔양 옛 부하 장례식 참석… 주룽지도 ‘조화’ 보내

2021년 7월 14일
업데이트: 2021년 7월 16일

지난 9일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총리의 옛 부하이자 전 중국경제체제개혁위원회 부주임인 가오상취안(高尚全)의 영결식이 열렸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빈소를 찾았고,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 행사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도 조화를 보내 여론의 주목을 끌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9일 베이징 바바오산(八寶山) 장례식장에서 가오상취안 중국경제체제개혁연구회 전 회장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 원자바오 전 총리 등이 빈소를 찾았다. 리커창(李克強), 리잔수(栗戰書), 왕양(汪洋), 한정(韓正) 등 정치국 상무위원과 왕치산(王岐山) 부주석은 물론 퇴직한 고위층까지 조화를 보냈다.

가오상취안은 6월 27일 오후 3시경 베이징셰허(協和)병원에서 92세 나이로 별세했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가오상취안은 1985~1993년 중국경제체제개혁위원회 부주임을 거쳐 중국경제체제개혁연구회 등 중국 싱크탱크의 회장 직책을 맡았다. 경제체제개혁위원회는 중국 국무원 산하 기관이고 초대 주임은 자오쯔양 당시 총리(1982~1987년)로, 가오상취안의 직속 상관이었다.

가오상취안은 1980년대 경제 개혁에서 ‘노동력 시장’, ‘자유’, ‘인권’ 등의 단어를 중앙문서에 써 넣어 체제 내 개혁파로 지목됐다. 그는 생전에 개혁은 일생 동안 추구하고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며 시장 메커니즘, 헌정, 법치는 모두 인류 발전에서 얻은 일반적인 법칙으로, 인류 문명의 성과라고 했다.

2020년 초 우한에서 코로나19(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이 폭발했고, 중국공산당의 은폐로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됐다. 그해 3월, 가오상위찬이 중국공산당 양회와 관련해 건의한 친필 원고가 인터넷에 공개됐다. 그는 이 원고에서 중국공산당이 전염병 확산 때문에 양회를 연기했고 중국공산당이 전염병 상황을 은폐한 사실을 누설했다.

가오상위찬의 생전 양회 개혁 관련 친필 원고가 인터넷에 공개됐다. | 인터넷 이미지

가오상취안은 이 원고에서 “이번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작년(2019년) 12월 28일부터 (2020년) 2월 24일까지 회의(양회)를 예정대로 열 것인지 연기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데 55일이나 걸렸고, 지루한 법적 절차와 까다로운 법적 절차를 거쳤다”고 했다.

이는 베이징 고위층이 2019년 12월 말에 이미 전염병 상황을 인지하고 또 확산의 심각성도 예견하고 있었지만 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가오상취안의 9일 영결식에는 7월 1일 공산당 창건 100주년 기념행사에 나타나지 않은 장쩌민(江澤民), 주룽지, 뤄간(羅干) 등 중국공산당 전 고위층도 조화를 보내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모두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룽지의 경우, 가장 최근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4월 24일 칭화대 경영대학 신관 준공식이었다. 주룽지는 칭화대 경영대학 초대 학장을 맡았었다.

하지만 중국 매체에서는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중국공산당 대외선전 매체로 알려진 둬웨이왕(多維網)에서만 ‘주룽지, 칭화대 110주년 개교 기념일에 모습 드러내다’라는 제목으로 짤막하게 보도했다.

시사평론가 리옌밍(李燕銘)은 주룽지가 원자바오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중국공산당 선전 시스템으로부터 검열을 당한 것으로 분석했다.

원자바오는 청명절을 앞두고 마카오에서 발간되는 잡지 ‘오문도보(澳門導報)’에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는 글을 연재했다. 그는 이 글에서 문화대혁명과 중국공산당 고위층의 정치 등 민감한 주제를 언급했는데, 현 시국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 분명했다. 그의 글은 중국 언론과 웨이보에서 삭제됐다.

원자바오는 7.1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지만 순위가 밀린 게 분명했다. 출석한 지도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고, 톈안먼 성루 위 화면에서도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카메라가 스치는 순간에만 그의 모습이 보였다.

리옌밍은 두 전 총리가 연이어 검열당한 것이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고위층의 치열한 정치 투쟁의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공산당 선전 계통이 고위층의 분열과 게임의 초점이 됐음을 보여주고, 중국공산당의 국면의 변화는 중국공산당 정권의 마지막 보루인 중국공산당 이데올로기 시스템에 타격을 입힐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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