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돌파감염 발생…WHO “백신, 특효약 아냐”

한동훈
2022년 08월 18일 오후 12:46 업데이트: 2022년 08월 18일 오후 2:18

백신을 접종하고도 원숭이두창에 감염되는 사례가 보고되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이 ‘특효약(silver bullet)’은 아니라며 고위험군의 성관계 자제를 촉구했다.

19일 미 매체 폴리티코는 로자먼드 루이스 WHO 긴급대응 프로그램의 천연두 사무국장이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돌파감염 사례가 몇 건 보고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루이스 국장은 “이는 매우 중요한 정보”라며 “(전염병) 노출 전과 후를 막론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백신이 100%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처음부터 이 백신이 특효약이 될 수 없으며, 그것에 걸린 모든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승인된 원숭이두창 백신은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 노르딕’에서 나온 제품이 유일하다. 예방적 차원은 물론 이미 원숭이두창에 노출된 사람들에게도 접종하고 있다.

이 백신은 효능에 관한 데이터가 모두 동물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호력이 85%로 나타났지만, 그 근거가 되는 연구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숭이두창은 당초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천연두 바이러스와 같은 계열인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희소 질병이다. 감염 증상이 천연두와 유사하지만 훨씬 경미하고 치사율도 낮다.

이 감염병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해왔으나, 주로 중앙·서아프리카에서 발견돼 왔다. 하지만 지난 5월 세계 20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지난달 23일 WHO가 국제적 공중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WHO 비상위원장을 지낸 데이비드 헤이만 박사는 원숭이두창이 아프리카 밖으로 확산한 계기를 스페인·벨기에에서 열린 두 차례 광란의 파티에서 벌어진 동성애자 성관계로 보는 것이 유력한 가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 기관과 언론은 성소수자(동성애) 혐오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며 원숭이두창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이나 사람,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과의 밀접한 접촉으로 감염될 수 있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발표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CDC에 따르면, 일반적인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의 경우 대표적 증상인 피부 발진이 손 등에서 시작되는 것과 달리 5월 확산 당시 감염자 대부분이 생식기와 항문 주변에서 먼저 발진을 보였다.

루이스 국장은 이번 돌파감염으로 백신이 모든 감염을 막아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성관계 파트너 수를 줄이고, 접종 후 최대 면역효과를 볼 수 있도록 통상 2주간 금욕할 것을 권고했다.

루이스 국장은 고위험군의 구체적인 대상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고위험군은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도가 큰 집단을 가리킨다.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는 감염자를 자주 접하게 되는 의료진도 고위험군에 포함된다.

한편, 영국 보건안전청은 지난 6월 발표한 원숭이두창 가이드라인에서 동성애 남성을 고위험군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