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감염자 95% 남성간 성관계” 英·스페인 연구

카타벨라 로버츠
2022년 08월 22일 오전 9:30 업데이트: 2022년 08월 22일 오전 11:43

원숭이두창이 주로 남성 간 성관계를 통해 확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졌다.

일부 공중보건 전문가와 언론이 원숭이두창이 밀접한 신체 접촉으로 퍼지며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병”이라고 강조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미 NBC는 최근 ‘남성 간 성관계가 원숭이두창 감염 확산 부추겨…피부 접촉 아냐, 새 연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몇 주간 전 세계 보건당국과 과학자들이 내놓은 연구와 보고서를 종합해 이같이 보도했다(기사 링크).

시카고대학 성건강클리닉의 책임자 아니루다 하즈라 박사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정액을 통한 성적인 감염이 현재 원숭이두창 발병과 함께 일어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에 있는 브리검 여성병원의 글로벌 보건 담당의사 라오-쯔 앨런-블리츠 박사는 미국과 유럽에서 “성적인 관계를 통한 감염이 가장 일반적인 전염 형태라는 증거가 증가하고 있다”고 온라인 출판 플랫폼인 ‘미디엄’ 기고문에서 밝혔다(기고문 링크).

앨런-블리츠 박사는 지금까지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던 원숭이두창이 주로 남성 간의 항문과 구강 성교를 통해 전염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앨런-블리츠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질병이 그동안 성적인 관계로 전염돼 왔다는 것은 매우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원숭이두창 감염은 피부, 호흡기, 점막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감염자 중 96.9%가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으로 확인됐다. 또한 감염자 76.5%는 18~44세 남성이었다.

지난 17일까지 확인된 원숭이두창 감염자는 3만7736명으로 사망자는 12명이며 179명이 위독한 상태다.

NBC는 세계적 권위의 영국의학저널(BMJ)에 지난달 28일 실린 연구 결과를 인용해 런던의 남성에게서 확인된 197건의 원숭이두창 중 56%가 생식기 부위에 병변(피부 발진)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42%는 발진 부위가 대동맥 부근이었다(연구 링크)

원숭이두창에 감염되면 1~2주 잠복기를 거쳐 발열, 두통, 근육통, 무력감이 나타나며 2~3일 후 피부 발진이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피부 발진은 얼굴에서 시작해 손과 발로 확산하지만, 이번 감염자들은 발진 부위가 생식기에 집중됐다.

영국의학저널에 지난달 21일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올해 4월27일~6월24일 확진된 528명의 감염자 중 98%가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 남성이라고 밝혔다(연구 링크).

이 연구는 “감염자 95%에서 성행위를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73%가 생식기에 병변(피부 발진)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저명한 의학저널 란셋에 게재된 연구 사례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발생한 181건의 원숭이두창 사례에서 92%의 환자가 동성애자, 양성애자 남성 또는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으로 확인됐다(연구 링크).

연구진은 “항문 성교를 보고한 연구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피부 발진이 생기기 전에 초기 전신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항문 성교가 상피 조직을 손상하고 혈액이 (체내에) 유입되도록 해 국소 병변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더 큰 바이러스 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논문에서 밝혔다.

이 연구진은 원숭이두창이 남성 간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는 증거가 잇따라 나오면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비롯한 전 세계 보건당국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변경해 “(전염 원인으로)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 사이 성관계에 관해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교육시설에 마련된 임시 백신 접종소에서 사람들이 원숭이두창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2022.7.17 | Kena Betancur/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현재 CDC와 WHO는 원숭이두창에 대해 “밀접한, 개인적인, 때때로 이뤄지는 피부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 있으며 호흡기 분비물, 누군가가 사용한 의류나 침구 등의 직물과의 접촉으로도 옮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원숭이두창의 주된 확산 경로로 남성 간 성관계를 경고하는 것에 관해 WHO는 아직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로자먼드 루이스 WHO 천연두 사무국장은 “전반적인 상황을 볼 때, 항문이나 구강 성교를 특출하게 원인으로 여기는 것은 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루이스 국장은 “상관 관계가 강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의 전반 상황을 설명하지는 않는다”며 “우리는 열린 마음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승인된 원숭이두창 백신은 덴마크 생명공학기업 바바리안 노르딕에서 내놓은 ‘진네오스’가 유일하다.

이 회사는 전 세계에서 수요가 폭증하면서 덴마크에 있는 기존 생산시설을 확충했지만, 확산이 지속되자 대량생산을 위해 미국 업체에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