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바이러스’ 세상에 드러나던 작년 말일, 대만이 진통 끝에 통과시킨 ‘반침투법’

류지윤
2020년 3월 15일
업데이트: 2020년 3월 15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중국 우한 보건당국에 의해 확인된 작년 12월31일, 바다 건너 중화민국(대만)에서는 논란 끝에 법안 하나가 통과됐다.

외부 적대세력의 정치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반침투법(反滲透法)’이었다.

이날 대만 의회인 입법원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은 총 113석 가운데 68석 과반을 차지한 민진당에 의해 주도됐다. 제1야당인 국민당이 반발하며 퇴장한 가운데, 법안은 출석 72, 찬성 68, 반대4로 통과됐다.

총 12개조로 구성된 반침투법은 외부 적대세력의 ▲자금 지원 ▲지시를 받은 자의 정치자금 제공 ▲공무원이나 의원을 대상으로 한 로비 ▲집회·시위 등 대중동원 ▲공공질서 유린 ▲가짜뉴스 유포 등을 금지한다.

차이잉원(蔡英文·가운데) 총통과 리다웨이(李大維·왼쪽)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과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이 배석해 있다. 차이 총통 뒤로 중화민국을 세운 쑨원(孫文) 초상화가 걸려 있다. | EPA=연합뉴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대 1천만 대만달러(약 3억9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전까지 대만에서는 정치자금법에 따라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거나 청탁, 자금지원을 받은 대상자만 처벌할 수 있었다.

법안에서는 외부 적대세력을 ‘대만과 군사적으로 대치·전쟁 중이거나 주권을 위협하는 국가나 단체’로 규정했다. 중국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사실상 중국을 가리킨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반침투법 통과를 앞두고 중국에서는 여론공세를 펼쳤다. 중국 공산당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민진당이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고 양안 관계를 해치며 미국을 지지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진출한 대만기업 단체인 ‘대만동포투자기업협회’는 대만 매체에 ‘반침투법은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양안 교류를 방해하는 악법’이라는 대형광고를 내며 민진당을 비난했다.

중국경제에 의존도가 높은 대만으로서는 상당한 부담감이 됐을 압력이었다.

재중 대만기업협회는 이어 12월 말 표결 직전, 중국내 대만기업인 148인과 공동으로 친중매체에 반침투법 반대 대형광고를 싣고 차이잉원 정부를 압박했다.

대만 내부에서도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제1,2야당인 국민당과 신당이 거세게 반대했다. 마잉주 전 총통(국민당)은 “반침투법이 통과되면 대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재앙이 몰아닥칠 것”이라며 “차이잉원 총통은 헌법에서 규정한 분권 원칙을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법안은 중국 공산당과 친중공 기업인, 야당의 집중포화 속에서도 통과됐다. 당시 한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법안통과에 대만인들의 찬성여론은 48.7%였고 반대는 19.8%였다.

통과 후, 대만 행정원은 “기존 선거법과 정치자금법만으로는 대만 현지 조력자를 통한 외부 적대세력의 대만 정치 개입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웠다”면서 “이번 법안 통과로 현지 조력자의 위법행위를 가중처벌할 수 있게 돼 민주주의 수호를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논평을 내놨다.

국민당은 “중국 본토에 살거나 일하는 대만인 200만명을 무시했다”며 “정치적 반대자를 범죄자로 만들기 위한 술책”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침투법은 즉각 효력을 발휘했다.

대만 온라인 매체 다스렌(masterchain)은 당일 민진당이 의석수로 반침투법을 강행 통과시켰다며 “당분간 대만 시장에서 손 떼겠다”고 했다.

다스롄은 대만 매체로는 유일하게 중국 정부의 인가를 받아 중국 본토에 진출한 언론이다.

독립성향 매체인 대만 자유시보는 다스롄이 작년 10월 중국기업 화스다커(華斯達克)그룹으로부터 110억 달러(약 13조원)의 자금지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주타이베이 대표부).

다스롄은 구직난을 겪는 대만 젊은 지식인들에게 편당 수십만 원의 원고료를 주며 기고문을 받아 게재하고 있었다. 또한 중국을 두둔하고 공산주의 가치관을 담은 콘텐츠들을 생산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