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한 러 무기에서 한국·미국등 외국산 부품 대거 발견”

조영이 인턴기자
2022년 08월 9일 오후 9:21 업데이트: 2022년 08월 9일 오후 11:43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사용한 무기에 미국, 유럽, 아시아 기업에서 만든 반도체 등 부품이 대거 쓰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는 8일(현지시간) 발간 한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사용한 무기와 군용품 등 27개를 분석한 결과 외국산 부품이 450개 이상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술 라디오부터 드론, 정밀 장거리 탄약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외국 마이크로칩에 의존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 기업이 만든 부품이 317개로 가장 많았고 일본 34개, 대만 30개, 스위스 18개, 네덜란드 14개, 독일 11개, 중국 6개, 한국 6개, 영국 5개, 오스트리아 2개 순으로 그 뒤를 따랐다.

미국에 본사가 있는 기업 중에서는 ‘아날로그 디바이스’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의 제품이 러시아 무기에 사용된 서방 부품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러시아군이 사용한 무선 통신장비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국 기업이 만든 위상동기회로(PLL) 실리콘게이트가 담겨있었다.

다만, RUSI는 “유명한 서구와 아시아 기업 로고가 박힌 부품이 위조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들 제품은 비군사적 용도로도 쓰이는 만큼 러시아 측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온라인에서 사들였을 가능성도 있다.

무기별로 보면 러시아의 최신 무기인 9M727 순항미사일에는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 사이프러스 세미컨덕터 등이 만든 부품이 들어있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도시 곳곳을 타격한 Kh-101 순항 미사일에서도 인텔, 자일링스 등이 생산한 부품 31개가 발견됐다.

러시아 무기에 들어간 부품을 생산한 기업들은 각국 정부의 제재를 준수하고 있으며 러시아로 제품 수출을 중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경제와 군사력을 약화하기 위해 전면적인 대(對)러 제재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마이크로칩이 러시아에 판매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요 칩 제조 국가인 일본, 대만,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제한을 발표했다.

그러나 RUSI는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현재 서방 국가의 마이크로칩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경로를 찾고 있다”며 “많은 부품이 홍콩과 같이 아시아에서 운영되는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홍콩은 러시아 군대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방 정부가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러시아의 은밀한 조달 네트워크를 폐쇄해 러시아를 지원하는 국가에서 부품이 제조되는 것을 막는다면 러시아의 군사력이 영구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RUSI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군은 막대한 무기를 사용했다”며 “하지만 핵심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무기 교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RUSI는 “러시아 군대의 재무장을 막기 위해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러시아를 지지하는 국가에서 중요한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제재를 위반한 해상 불법 환적을 단속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