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낳은 9마리 새끼 ‘궁궐’에 숨겨놓고 기르다 취직까지 시켜준(?) 우리 조상님들

윤승화
2019년 9월 7일 업데이트: 2019년 9월 7일

아홉 형제가 모두 한곳에 취직한 역대급 채용 비리(?)가 있다.

최근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흥미로운 전설이자 실화이기도 한 옛날이야기를 전했다.

500년도 훨씬 전인 조선 시대, 우리 조상님들은 용(龍)의 새끼들을 궁궐에 취직시켰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면, 예부터 ‘용은 용이 되지 못할 자식을 아홉 마리 낳았다’는 전설이 있었다.

용으로 승천하지 못하는 일은 조금 서글프지만, 각기 신성한 힘을 지닌 아홉 마리 자식은 땅에서 제 역할을 나름대로 톡톡히 했다.

전설에 따르면, 첫째 ‘비희’는 거북이와 흡사하게 생겨 거북의 몸에 용의 머리를 갖고 태어났다.

무거운 짐을 들기를 좋아하는 녀석을 우리 조상들은 궁궐 비석 아래에 취직시켰다. 거북이로 오해하면 비희가 속상해한다고.

용의 아홉 새끼 중 둘째 ‘치문’은 멀리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성격으로, 이에 궁궐 지붕 용마루 끝부분에 취직됐다.

승천은 하지 못하더라도 아홉 마리 형제 중 가장 하늘 가까이에서 일을 했다. 치문은 머리를 젖히고 토하기를 잘해서 화재를 진압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셋째 ‘포뢰’는 천성이 울기를 좋아하는 녀석이다. 그리고 고래를 몹시 무서워해 마주치면 크게 우는 울보다.

이 성질을 알아챈 조상들은 조금 짓궂게도 포뢰를 종에 취직시키고 고래 모양을 새긴 나무로 종을 쳤다. 종의 꼭지에 매달린 상이 바로 포뢰다.

호랑이를 닮은 넷째 ‘폐안’은 공공심이 강하고 주위를 수호하는 것을 좋아하여 옥문의 문고리에 취직됐다. 다섯째 ‘도철’은 먹는 것을 매우 좋아하여 솥뚜껑에 취직했다.

여섯째 ‘리수’는 물을 매우 좋아한다. 조상들은 그런 리수를 다리 기둥에 취직시켰으며, 리수는 강을 따라 들어오는 악귀들을 막는 힘을 지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실제 창덕궁의 다리 금천교에는 리수가 장식됐다.

여기에 리수가 뿜어내는 물을 먹는 사람은 수재 때 리수의 도움을 받아 구원된다는 특별한 전설이 내려져 와 형제들 중 사람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다.

용의 일곱째 새끼 ‘애자’는 죽이기를 좋아하고 보호와 경계의 힘을 지녀 칼이나 도끼에 새겨졌다. 정확히 궁궐에 취직한 건 아니지만, 궁궐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취직한 셈이다.

여덟째 ‘금예’는 전설 속 또 다른 동물인 해태, 또는 사자를 닮았으며 연기와 불을 좋아한다. 앉는 자세도 무척 좋아한다. 궁궐에서는 앉기와 불을 좋아하는 금예를 궁궐 다리, 용좌, 불좌에 취직시켰다.

용의 마지막 새끼 ‘초도’는 문고리 모양의 소라를 닮았다.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기를 좋아하고 닫는 것도 좋아해 대문에 취직했다.

이렇듯 용의 새끼들은 오늘도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 살며 궁궐에서 열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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