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성범죄 무고죄 형량 강화 필요하다

오세라비 /작가·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
2021년 11월 27일
업데이트: 2021년 11월 27일

시의적절한 성범죄 무고죄 형량 강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2021.10.21일 발표한 청년정책 공약 중 ‘무고죄 처벌 강화로 거짓말 범죄 근절’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성폭력 무고죄는 특수성을 고려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무고죄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허위의 사실을 신고할 경우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공약이 발표되자 대다수 2030세대 남성들은 기다렸다는 듯 찬성을, 여성계 일각에서는 반대를 하며 논쟁이 벌어졌다. 페미니스트들은 윤 후보의 공약에 대해 “성폭력 피해 신고를 막는 결과를 낳을 것, 성범죄 무고죄를 아예 없애야 한다”며 반발했다.

그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진중권 작가는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해 “무고 조항 신설 강력히 반대한다. 2030의 좌절감은 4050 기득권에게 빼앗겼다는 것. 이것을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투사하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의사를 명확히 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윤석열 캠프 제공

또한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 고소 위축의 효과를 가져온다. 이대남(20대 남성) 표 긁어 오겠다는 얄팍한 제안이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정의당 내 청년조직 대표인 강민진은 “무고죄는 성폭력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는 데 활용된다”라며 역시 크게 반발했다.

여기서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윤 후보가 성범죄 무고죄 강화만 내세운 것이 아니라, 성범죄 흉악범 처벌 강화와 권력형 성범죄 근절도 함께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공정한 법집행을 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가 왜 이렇게 뜨거운 논쟁을 만들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페미니즘 운동 발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시간을 되돌려 보자. 2015년 중순경 페미니스트들이 ‘메갈리아’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개설하며 급진적 페미니즘 운동이 한국 사회를 휩쓸었다. 이른바 ‘영페미니스트(Young Feminist)들이 동력이 돼 세력을 확대했다.

여기에다 2017년 말부터 할리우드발 미투(Me Too)운동이 국내 상륙하자 이듬해인 2018년 한 해는 미투 운동으로 들끓었다. 먼저 국내 연예계, 문화계, 법조계, 대학 강단을 강타했고 일반 남성들에게까지 영향력을 크게 미쳤다.

곧이어 성희롱, 성폭력 개념이 폭넓게 적용되면서 남성 성범죄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유무죄를 떠나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 당사자는 직장, 가정, 사회적으로 매장 상태에 이른다. 페미니즘 운동, 미투 운동을 거치며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최악의 남녀갈등 사회가 됐다. 따라서 성범죄 무고 사건도 크게 증가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 캠프 앞에서 무고죄 신설ㆍ처벌 강화하는 2차 가해 허용법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1.10.21 | 연합

법무부·대검찰청은 ‘성폭력 수사 매뉴얼’ 개정
법원은 ‘성인지감수성’ 판결, 국회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

2018년 미투 운동은 재판부에까지 영향을 미쳐 ‘성인지 감수성’ 판결이 적용돼 성범죄 사건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성인지 감수성’ 용어는 2018년 4월 대법원 판결에서 처음 사용했으며 현재까지 대법원 판결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5월 28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성폭력 수사 매뉴얼’을 개정했다. 골자는 성폭력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할 때까지 성폭력 무고 수사는 중단한다는 발표였다.

대검찰청은 성폭력 고소사건에 대한 무고 수사는 성폭력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으로 성폭력 수사매뉴얼을 새롭게 개정해 전국 59개 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등에 배포했다. 이때 남성들은 격하게 반발했다. 대검찰청의 무고수사 중지의 문제점은 형사소송법상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 증거 재판주의, 확실한 심증 원칙을 모두 무시한 것이다. 또한 법원에서 정식으로 유죄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이러한 법적 대응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연이어 2018년 12월 7일에는 ’20대 국회에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제정됐다. 이 법에서 ‘남성 피해자 보호 조항’을 삭제한 건 여야 ‘남성’ 국회의원들이었다.

<성폭력방지법>은 성별 관계없이 남성 여성을 모두 포괄하는 법이 돼야 함에도 남성 국회의원들이 주축이 돼 남성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항을 법안에서 제외해 ‘여성’ 한쪽 성별만을 위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제정됐다. 이로써 여성이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무고가 증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2018년 12월 6일 오전 국회 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 발대식 및 1차 업무보고가 개최되고 있다. 다음날인 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여성 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 연합뉴스

현행 성범죄 사법 체제 문제점…성범죄 법조문의 사문화와 유죄추정

무고는 전적으로 당사자에 의해서만 진술되므로 거짓말을 증명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무고의 증거 입증이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성범죄 95%는 신체적 피해가 없다고 한다.

법원은 성범죄에 대해 ‘의사에 반(反)한 신체접촉 내지 성관계’로 그 요건을 변경시켰다. ‘의사에 반한다’는 것은 피해자의 주관적인 심경에 좌우되는 것이기에 “나는 원하지 않았으며, 무서워 저항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면 처벌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며 모순된 점이 없이 자연스럽다. 거짓으로 신고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피해자가 신고·고소하면 처벌하는 유죄추정으로 사법부는 판결을 내린다.

사법 운용이 이렇다 보니 이를 남용하거나 그냥 기분 나쁘거나 불쾌하면 고소하는 악용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즉 성범죄 무고가 급증하게 됐다. 피고인은 확실한 증거를 제출해야 혐의를 벗을 수 있는데, 예컨대 사건 당시 장면이 담긴 CCTV나 피해 주장과 양립하기 힘든 카톡 대화, 문자 메시지 등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여성이 신고, 고소하면 무조건 조사하고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성범죄자가 된다.

유튜버 양예원 씨는 지난 2018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성추행 사건을 폭로했다. 이후 양씨는 무고죄로 고소됐으나 무혐의로 풀려났다. 비슷한 시기 온라인에서는 ‘무고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여론이 일어나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 연합뉴스

억울하게 성범죄자가 된 사례

최근 연인 간에 데이트폭력이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데이트폭력은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그러나 2018년 10월에 발생한 광주광역시의 일명 ‘광주데이트폭력사건’은 피해자라 주장하는 여성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30대 남성이 8개월동안 구치소에 수감된 사건이다.

30대 남성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CCTV 확인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묵살했고, 남성의 어머니가 직접 나서 CCTV에서 증거를 찾아내어 석방됐다. CCTV에는 오히려 여성이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고, 데이트폭력을 당했다는 것은 여성의 허위 진술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남성에게 욕설과 강압 수사로 일관했다.

2016년 11월 한 집안의 가장이 얼굴도 모르는 여성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바로 ‘곡성 성폭행 무고 사건’이다. 남성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부친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딸이 곡성에서 1년 가까이 상주하며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다가 피해자라 주장하던 여성이 진실을 털어놓으면서 11개월 만에 풀려났다. 여성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한 범인은 함께 살던 고모부였고 고모는 이를 덮기 위해 거짓말을 하도록 사주했다.

2017년에는 전북의 한 중학교 송 모 교사가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자살로 세상을 마감한 비극적 사건이 있었다. 이후 송 교사의 결백이 밝혀져 고인에 대한 명예회복이 이루어졌다.

성범죄 무고 사례는 지면에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필자도 함께하고 있는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를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설립하게 됐다.

2020년 8월 설립한 이래 400여 건 이상의 성범죄 무고 상담을 하고 있다. 실제 소송으로 진행된 사건 중 90%가량 무혐의 결정을 받아내고 있다.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무혐의를 받은 사례는 언론에도 종종 기사화되고 있다. 예컨대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던 남성 장애인에게 성추행당했다면서 허위 신고한 여성이 있었는가 하면, 초등생이 친구 아빠에게 성추행당했다며 허위 신고를 해 6개월 옥살이 끝에 가까스로 증거를 찾아내 무혐의 처분된 사건 등 이런 사례만 수십 건에 달한다.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유명 연예인 박모씨 성폭력 사건 2차 고소인 무고 및 명예훼손죄 1심 무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모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고소한 혐의를 받는 송모씨는 최근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7.7.7 | 연합

공정한 법집행을 위해 거짓말 범죄 근절

성범죄는 신고 및 고소·고발당하면 처음부터 피해자 중심주의를 채택하기 때문에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성범죄자가 된다. 성범죄 신고는 신고자의 거짓이나 허위 고소 여부를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말도 ‘일관된 진술’을 하면 그것이 증거가 되고 있다. 또한 대법원, 국민참여재판에 이르기까지 증거 재판주의보다 성인지 감수성 판결을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성범죄 무고로 인해 무죄율이 높아지자 원심 판단을 뒤엎은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증가하고, 국민참여재판 역시 무죄율이 높아지자 배심원단 성인지감수성교육을 받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는 등 성범죄 사건에서 무죄를 받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성범죄는 성별 상관없이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성범죄 무고가 만연한 사회는 사법 정의가 무너지고 법치주의 몰락을 가져온다. 학교, 공기관, 기업체 등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성평등교육에 성범죄 무고죄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 성범죄 흉악범 처벌 강화, 권력형 성범죄 근절은 당연하다. 또한 억울한 성범죄자, 즉 성범죄 무고 역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 따라서 ‘무고죄 처벌 강화로 거짓말 범죄 근절’은 공정한 법 집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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