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모자들’ 김홍선 감독 “장기매매,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Lee Jisung
2012년 9월 6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6일

사회 문제들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돼… “무관심한 당신도 공모자”

중국서 장기매매 극성, 공산국가에 무분별한 자본주의 유입이 문제

한국에서 연간 장기이식 필요 환자는 10만 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뇌사나 장기기증을 통해 얻어지는 장기의 숫자는 한 해 100개도 안 된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으로 불법 장기이식을 받으러 가는 일이 빈번해져 이미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공모자들’은 지난 2009년 중국 여행 중 납치된 신혼부부의 장기매매 사건을 모티브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해 조직적으로 매매하는 기업형 범죄 집단의 실체를 다룬 영화다.

최근 중국동포 오원춘의 살인사건으로 장기매매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며 괴담으로만 여겨졌던 장기매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공모자들’은 사회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린 기업형 장기매매의 충격적 진실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이다. ‘공모자들’을 만든 김홍선(金泓善) 감독은 1000건이 넘는 기사를 수집하고, 300여 일간의 밀착 취재를 통해 장기매매 사건 이면의 숨겨진 진실을 밝혀냈다. 그는 신인 감독이다. 첫 작품이 장기매매라는 충격적이고 무거운 소재라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터. 하지만 그의 집념으로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공모자들’은 지금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불편했던 진실, 그러나 알아야 했던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준 김홍선 감독, 그를 만나보았다.

―첫 작품이다. 영화 찍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캐스팅이나 투자를 받을 때 어려움이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촬영도 힘들었고, 장소 협조도 쉽지 않았다. 시나리오에는 훨씬 강한 내용들이 자세하게 표현돼 있는데 장소를 협조 받기 어려워 못 찍은 것도 있다. 또한 배 위에서 촬영하고 해외(중국) 촬영이 있어 예산이 많이 들었는데, 예산이 부족해 배우와 스텝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임창정 씨는 코미디 연기만 하다 이번에 공모자들을 통해 웃음기를 뺀 진지한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 연기 중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연기는 코미디 연기가 가장 어렵다. 그래서 코미디 연기를 할 줄 알면 다른 연기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남자라면 누구나 마초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본능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임창정이란 배우가 연기를 잘 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영화에 나오는 병원은 중국에서 촬영한 건가

“중국 병원이었다. 지하영화라고 해서 장예모 감독이나 홍콩 감독들이 공식적으로 안 찍고 몰래 찍는 느낌으로 영화를 찍곤 하는데, 나는 이야기하고 찍었다. 하지만 병원 이름이나 마크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장기매매를 1년 가까이 취재했다. 장기매매 브로커도 만나봤다고 하는데 위험한 일은 없었나

“위험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쪽 세계의 분위기를 느껴봤다. 서울대병원이나 고려대병원 같은 큰 종합병원에도 매일 장기매매에 대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떼어내면 금세 또 붙인다. 터미널이나 지저분한 병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인터넷 카페도 있다. 1년에 한 명만 고객이 있어도 1년은 먹고 사니까 한 명 연결이 되면 바로 없애버리는 카페들도 많이 있다. 영화로 풀기에는 조금 심한 것들도 있었다. 비록 영화에는 담지 못했지만 그런 분위기들을 취재하면서 경험한 것 같다.”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장기매매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 ‘공모자들’이 지금 대한민국을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리고 있다. 설마 했던 일들이 스크린을 통해 재현된 것. 몇 년 전 한 신혼부부가 중국 여행 중 아내가 납치당했고, 두 달 후 장기가 모두 사라진 채 발견됐다. 실제로 20대 여성의 몸에 있는 장기를 모두 팔면 10억 이상이 나온다고 한다. 장기매매 사건을 모티브로 한 ‘공모자들’은 중국의 장기매매 실태를 리얼하게 보여주며, 우리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제공=영화사 채움

―영화 후반부에 중국 병원에서 장기매매 하는 장면이 나온다.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압력은 없었나

“취재할 때는 시나리오 단계라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촬영할 때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찍어야 할 장면이 있었는데 협조를 안 해줬다. 이 영화가 중국으로 진출하면 그때 압력이 오지 않을까 한다. 농담이다.(웃음)”

―영화를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영규(임창정 역)는 장기매매 총책을 맡은 인물이다. 그는 비록 나쁜 일을 하고 있지만, 윤리적으로 그리고 상식적으로 돈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나쁜 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돈 때문에 그 일에 가담한 것이고 그것이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고 해도, 과연 그것이 정당화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관객들에게 묻고 싶었다.

또한 주변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서울 한강 하류에 한 달에 50~100명의 시체가 떠내려 온다고 한다. 서울 인구가 1000만 명이지만 거기서 몇 백 명이 없어져도 사람들은 잘 모른다. 핵가족화 되면서 사람들 서로 간에 무관심이 커졌다. 그래서 우리가 좀 더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는 바람을 영화에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 때 온갖 재앙과 불행이 밖으로 나오지만 마지막에 ‘희망’은 나오지 못했다. 아직 희망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 자본주의와 의학의 병폐가 터져 나온 결과인 장기매매가 소재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일부 중국 병원에서는 장기매매를 공공연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병원 사이트에 장기 가격을 제시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2006년엔 중국 내 파룬궁 수련자 생체장기적출 실태 관련 조사 보고서까지 나와 국제사회가 경악했다. 중국에서는 사형수나 파룬궁 수련자들이 주로 장기매매의 희생자라는데

“끔찍한 일이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장기매매에 대한 내용들이 자세하게 담겨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너무 잔인하지 않을까 해서 편집을 많이 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심장을 떼서 옆 사람에게 이식하는 그런 장면도 있었는데 뺏다.

중국에서는 사형수들의 장기를 써야 하기 때문에 장기가 손상되지 않게 적당히 비켜 총을 쏜 다음 장기매매에 사용한다고 알고 있다. 그런 장면을 영화에 담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하면 다큐멘터리가 될 거 같아 뺏다. 사실은 너무 잔인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 내용은 사람들이 몰라도 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한 번만 더 이런 일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코믹한 부분은 최대한 배제했다. 상업영화이긴 하지만 인간의 생명에 대해 다루는 문제이기 때문에 엄숙하게 영화를 찍었다.”

―사람의 실제 시체를 전시한 ‘인체의 신비전’이 한국에서 열렸다. 취재를 해 보니 인체의 신비전에 쓰인 시체 상당수가 중국에서 왔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행방불명된 사람들이 주로 장기매매의 대상자들인데, 중국의 파룬궁 수련자 40만 명 정도가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정부차원에서 장기매매를 하고, 인체의 신비전에 쓰인 시체들이 매매되는 과정에도 중국정부 관료가 개입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왜 중국에서 이런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무분별한 자본주의의 유입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아직까지 공산주의 국가다. 경제는 개방했지만 민주주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자본주의가 들어가다 보니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또, 현대의학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데 사람들의 의식은 그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거기서 현대의학의 병폐가 나타난다. 이런 부조리로 인해서 생기는 많은 문제점들을 이 영화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장기매매는 부조리를 담아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였다.”

―제목을 왜 ‘공모자들’이라고 했나

“장기매매는 어떻게 보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지하철 화장실만 가도 장기매매에 관한 스티커를 볼 수 있다. 배가 고프면 음식점만 보이고, 연애가 하고 싶으면 여자(남자)만 보이듯이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면 다른 건 무관심해지고 그것만 보이는 것 같다.

중국에서 촬영할 때 거리에서 난동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그 상황에서 나이 드신 분들이 장기를 두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옆에서 누가 맞든, 때리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무관심했다. 그런 모습에 깜짝 놀랐다. 우리가 그 상황에서 직접 달려가 대신 칼을 맞아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경찰에 신고 정도는 해줘야 한다. 무관심하면 사실은 모두가 공모자 아니겠나. 그래서 영화 ‘공모자들’을 보고 조금만 더 그런 데 관심을 갖고 생각하면 공모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부분이라고 무시한다면 진짜 공모자가 돼버릴 것이다.

또, 장기이식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어떤 건강한 다른 사람이 희생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가 살기 위해 장기이식을 원한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다른 평범한 누군가가 희생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개인의 이기심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장기매매도 자기 가족 또는 자기의 목숨만을 위한 이기심 때문에 다른 사람의 희생을 묵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왠지 별명이 있을 것 같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배우들에게 요구를 많이 했더니 나를 악마라고 부르기도 했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외모 때문에 돈데크만(일본만화 ‘시간탐험대’에 나오는 주전자 캐릭터)으로 불리기도 했다.(웃음)”

<기자 에필로그>

‘공모자들’은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타인에게 무관심한 오늘날, 무관심의 댓가가 어떤 것인지를 적나라 하게 보여주는 영화였다. 관객으로서 보는 내내 불편했던 영화, 그럼에도 희망을 말하고자 했다는 김홍선 감독의 영화 ‘공모자들’은 그래서 반전이다.

오늘날 우리는 소중한 것들로부터 많이 멀어져 있다. 인격과 삶의 기쁨, 가족과 이웃, 상식과 올바른 판단력, 건강과 삶의 의미, 내면의 세계와 열정 그리고 마음의 평화까지도 언제부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런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렸다. 유감스럽게도 다들 너무 바쁘다.

물고기가 물을 부정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 인간도 삶의 바탕, 즉 본질을 부정하며 삶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 본질은 세상 모두가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들로부터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모든 생명들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신과 이웃, 나아가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우리에게 있다면, 세상 또한 우리를 결코 외면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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