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흥행 반갑지만…영상 플랫폼서 무용지물된 ‘청소년관람불가’

2021년 10월 6일
업데이트: 2021년 10월 6일

성인용 영상물 이용한다” 초등학생 비율 전년 대비 14.2% 증가

아동들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상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징어게임 관련 진짜 무서운 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초등학생이 다니는 학원의 교사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오늘 진짜 무서웠던 것. 5학년 수업하는데 애들이 ‘오징어게임’ 얘기밖에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대체 어디서 보냐고 물어보니까 (아이들이) 틱톡에 올라온다고 했다. 어른들, 정신 안 차리나”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은 상금 456억원을 얻기 위해 수백명이 참가한 ‘서바이벌 게임’을 다룬 스릴러 드라마다. 탈락자들은 목숨을 잃는다는 폭력적인 설정으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상호 경성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오징어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디어 취약계층인 아동에게 자극적인 영상이 노출되는 것은 예전부터 문제로 제기됐다”라고 6일 에포크타임스와 통화에서 지적했다.

 

아동의 성인용 콘텐츠 이용 증가, 방지 장치는 미약

유해 콘텐츠 노출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자녀를 둔 가정의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바깥 활동이 제한돼 아동의 인터넷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여성가족부가 3월 발표한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 중 “성인용 영상물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년 대비 14.2%p 증가한 33.8%였다.

영상 플랫폼에 아동의 선정적 콘텐츠 접근을 막는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틱톡은 사용자 연령을 13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만 16세 미만 사용자 계정은 ‘비공개’로 기본 설정하는 등 청소년 보호 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나, 일부 아동은 부모 이름으로 틱톡에 가입하는 등 편법으로 접속할 수 있다.

유튜브 또한 ‘제한 모드’를 이용해 미성년자에게 부적합할 수 있는 영상이 노출되지 않게끔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필터링이 완벽하지 않고 설정은 기기 하나에 국한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아동이 기존 제한을 우회해 성인용 콘텐츠를 시청하는 점과 관련해 유튜브 측에 관련 논평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틱톡 측이 표기한 대표번호는 00법인으로 연결돼 접촉하지 못했다.

 

전문가 “노출될수록 자극적인 영상에 무덤덤해질 수 있어”

이 때문에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노심초사한다. 서울 당산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 A씨(41)는 “아이들이 놀 거리가 없으면 유튜브를 보는 게 일상인데, 혹여나 이런 영상을 접할까 봐 불안하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밝혔다. A씨는 “아이들에게 보기에 안 좋은 장면이 나오면 보지 않도록 지도하고, 유튜브 설정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콘텐츠는 보이지 않도록 설정하지만 마음이 안 놓인다”고 전했다.

여의도초등학교 재학생 학부모 B씨(43)는 “아이들이 잔인한 장면을 접하면 무뎌져 더 잔인한 장면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유튜브에 ‘누나’만 검색해도 선정적인 컨텐츠가 나오는 실정”이라며 “최대한 스마트폰을 늦게 사주거나, 인터넷이 안 되는 키즈폰을 사용하도록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교수는 “가치 판단을 할 수 없는 아동들이 자극적인 영상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해당 종류의 영상에 무덤덤해질 수 있다”며 “촉법소년들의 반사회적인 범죄도 이러한 폭력적 콘텐츠의 영향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취재본부 이가섭 기자 khasub.lee@epochtimes.nyc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