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실험장 움직임과 북한의 핵실험 과정 및 평화협정 요구

남광규
2021년 9월 12일
업데이트: 2021년 9월 1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와 함께 북한이 7월 초부터 영변 핵실험장을 재개하는 징후가 보이는 국내외 보도들이 나오면서 북한이 핵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지 않는가 하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통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25일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당시 북한은 발표를 통해 발사된 미사일이 핵심 기술을 개량한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했고 2.5t에 달하는 탄두를 실어 600㎞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4월 24일에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북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가 가능한 신형잠수함 진수를 준비 중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영변 핵실험장 재가동의 징후

북한의 이러한 일련의 군사적 도발 행위는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도 반하는 행동들이다. 당시 공동선언에는 북한의 조건부 핵시설 폐기도 명기됐다.

그러나 2017년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18년 4월에 있었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결정서’를 통해 핵실험 중단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결정서’에서 북한은 핵실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북한은 핵실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고 밟혔다.

또한 북한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알려진 북부 핵시험장 폐기 방침도 밝혔다.

핵무기는 우라늄 농축과정을 거쳐 고농축우라늄(HEU)을 추출해 만드는 방법과 흑연 감속로를 통한 재처리를 통해 만드는 방식이 있다.

고농축 우라늄은 2010년 11월 북한 영변 원자로 지역 일대를 둘러보고 돌아온 미국의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소장이 공개한 ‘영변 핵시설 방문 보고서’를 통해 외부에 공개된 적이 있다.

당시 북한은 헤커 박사에게 핵무기용 고농축우라늄 생산이 가능한 원심분리기와 경수로 시설을 공개했는데 북한이 미국 핵 전문가에게 수백 개의 원심분리기를 공개한 것은 기존의 플루토늄 방식이 아니라 우라늄농축을 통해서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반면 1차 핵위기를 봉합했던 1994년의 ‘북미기본합의서’나 2006년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이 합의한 북핵 불능화 대상은 모두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영변 핵시설의 가동 중단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헤커 박사에게 보여준 원심분리기는 플루토늄과 함께 핵무기 제조 원료로 쓰일 수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이어서 북핵문제의 심각성을 더했었다.

북한의 핵실험 진행 과정

1990년대 초 본격화된 북한의 핵개발 이후 북한은 무기체계와 성능, 군사력 유지에 필요한 경제력에서 남한보다 열세에 놓여 있다는 판단하에 비대칭전력 강화에 힘을 쏟아 왔다.

비대칭전력이라 함은 재래식 무기처럼 수량이나 질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무기체계를 의미하는데 핵과 장거리 미사일, 생화학무기, 전자전 무기가 모두 비대칭 전력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무인기도 비대칭전력의 하나로 키우고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6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2006년 ‘대포동 2호’를 발사한 지 석 달 만인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후 한 달 만에 2차 핵실험을 했다.

당시 2차 핵실험의 폭발력은 1차 핵실험보다 폭발력이 10배 이상 향상돼 북한의 핵개발이 군사적 목적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2011년 말 출범한 김정은 체제는 2013년 2월 12일 첫 핵실험(제3차)으로 국제사회에 위기를 조성하고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헌법에 명기했다.

김정은은 이후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키는 ‘핵경제병진노선’을 채택했다. 이는 1994년 김일성 사후 지도자로 공식 등장한 김정일이 핵개발을 동결한 북미 간 ‘제네바합의’를 파기하고 핵개발을 통해 권력 기반을 강화시킨 것과 같은 행보다.

2016년 1월에는 4차 핵실험을 했는데 당시 의도는 핵보유국 지위 획득, 대미 협상력 강화, 북중관계에 있어 북한의 주도권 확보, 제7차 노동당대회를 앞둔 김정은의 권력 강화와 내부 결속 등 이었다.

특히 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핵능력 고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북한은 4차 핵실험 이후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시험 영상 공개, 미사일 재진입체 실험 성공, 고체연료 로켓실험 성공 등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보여주는 각종 핵능력 고도화 입증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과시했다.

2017년 1월에는 5차 핵실험을 했고, 9월에는 6차 핵실험을 하면서 수소탄이라고 주장하며 스스로 핵 강대국이 됐다고 평가했다. 수소탄은 1단계에서 핵분열 무기인 원자탄을 폭발시켜 2단계 핵융합반응인 수소탄을 촉발시키고 여기서 발생한 중성자를 3단계 핵분열반응을 통해 터트리는 방식이다.

북한이 수소탄이라고 주장한 6차 핵실험은 2016년 1월에 실시한 4차 핵실험의 약 12배, 2016년 9월에 실시한 5차 핵실험에 비해 약 6배 정도의 파괴력을 갖는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수소탄은 세계 핵보유국 중에서도 핵무기 강대국들만 보유하고 있으며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을 추출해 제조한 핵폭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2단 액체연료 ICBM인 ‘화성 15형’ 발사 후에는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포했다. 이 미사일은 2단 추진부를 개량해 사거리를 최대한 늘린 것으로 보인다.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경우 사거리는 9000~1만3000km로 평가됐다.

북한에서 미국 알래스카까지는 약 5000㎞, 서부 연안은 8200㎞, 워싱턴DC까지가 약 1만 1천여km 거리다. 북한은 ‘화성 15형’ 발사로 미국 본토를 사거리에 넣을 수 있음을 과시한 셈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지시를 친필명령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사진은 화성-15형 시험발사 모습. 2017.11.30 | 연합뉴스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과 미국에 대한 평화협정 압박

북한은 2012년 4월 13일 개정한 헌법 서문에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명시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북한은 헌법을 개정해 ‘핵보유국’을 명문화하고 2013년 3월에는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 병진노선을 제시했으며,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병진노선을 재확인했다.

2016년에는 당규약을 개정하며 본문에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병진”을 추가했는데,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헌법보다 상위 법체계인 당규약에까지 핵보유국임을 못 박은 셈이다.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국가는 핵무기와 관련한 국제법이라 할 수 있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인정한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이다.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에서 위의 5개국 이외에 ‘사실상 핵 보유국’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과 같이 암묵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가들의 선례를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 고농축우라늄을 비롯한 핵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 명분도 얻고 미국을 상대로 군축 협상을 거쳐 평화협정까지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즉, 핵카드로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평화협정’을 비롯해 핵문제 및 한반도 문제를 북-미 양자구도로 만들어 논의,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추구하는 핵전략은 최소한의 비대칭적 핵능력 보유만으로도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적 공격을 억지하는 2차 핵공격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실존 억제전략’으로 사실상 핵보유국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보유하고 있는 1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목표로 핵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화성-15형’ 발사 성공으로 국가 핵무력 완성으로 역사적 대업이 달성됐다고 선포한 이후 북미평화협정과 같은 평화공세를 더욱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5대 선결 조건인 남한 내 미국 핵무기 공개, 남한 내 모든 핵무기와 핵기지 철폐와 검증, 한반도와 주변으로의 핵타격수단 전개 중지, 핵사용 위협 및 대북 핵 불사용 확약, 미군철수 선포 등을 충족하면 ‘조선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함께 그동안 평화협정의 주체는 북한과 미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평화공세의 일환으로 1962년 10월 김일성이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한 남북평화협정을 제의한 적이 있으며 1974년 3월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미국 의회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대미 평화협정을 제의한 이후 지속적으로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 왔다.

이러한 북한의 주장은 북미 간 평화협정을 통해 한국을 고립시키고자 하는 의도에 기반하고 있다. 사실상 핵을 보유한 북한으로는 핵카드를 이용해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유화적 입장과 한국 내 핵억지론의 대두

북한 영변 핵시설 재가동 움직임에 대해 현재 한국 정부는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기자회견에서 영변 핵실험장 재가동 관련 움직임과 관련한 북한의 행동이 남북합의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까지 밝혔다.

그러나 2018년의 ‘9·19평양남북공동선언’에는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분명히 명시돼 있기 때문에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사실이라면 이는 판문점선언의 목적과 의도에 모두 위배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군은 유사시 감시정찰위성, 통신위성, 정보위성, 정찰기 등 각종 고성능 정보자산으로 북한 핵 동향을 탐지하고 미사일, 전투기 등으로 북한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또한 SPY-1D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로 1000㎞ 밖 탄도 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이지스함 2척을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대응작전에 투입하고 있다.

아울러 지상의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인 그린파인 레이더도 가동 중인데 탐지거리가 500㎞다. 그린파인 레이더는 미사일 상승 단계부터 궤적을 추적해 탄도탄작전통제소로 전송, 통제소는 낙하 예상 지점을 파악해 미사일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대비한다.

이와 함께 공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인 E-737 피스아이도 공중감시 레이더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인 킬 체인(Kill Chain)의 구축, 사드(THAAD) 배치의 고려, 한미 간 확장억지전략 등이 필요하다.

킬 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실시간 탐지해 무기의 종류와 위치를 식별한 뒤 타격 여부를 결정하고 공격을 하는 일련의 공격형 방위시스템이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도 조기에 구축해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와 상호 운용함으로써 상·하층 방어 능력을 대폭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500~1000㎞의 함대지 미사일인 현무3-C를 실전 배치하고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어트(PAC-2)를 PAC-3 체계로 성능을 개량하거나 PAC-3 완제품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패트리어트(PAC-2)는 요격 가능 고도가 15㎞에 불과한 데 반해 북한의 미사일은 고도 150km 이상이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의 격렬한 반발 속에서도 2017년 7월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드는 40∼150㎞의 고도까지 요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형 미사일 체계와 같이 운영하면 어느 정도 북한 핵을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그러나 절대무기인 핵무기를 억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핵보유이기 때문에 한국도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일부 목소리도 높다. 북한의 핵위협이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핵억지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자체 핵보유가 불가능하다면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국방부는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등의 용어가 적합하지 않다며 2019년 이를 각각 ‘전략표적 타격’, ‘한국형미사일방어’로 변경했다. 일각에서는 과격한 용어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눈치보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 칼럼에서는 원저작의 표현을 그대로 실었다.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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