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조선족자치주’ 해체 위기

이지성
2011년 9월 21일
업데이트: 2019년 7월 22일

한때 200만 명에 가까웠던 중국의 조선족은 일거리를 찾아 타지로 떠나는 현상이 일면서 현재 130만 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사진=한중문화교류협회


 


조선족 동포들이 중국의 대도시나 한국으로 떠나면서 옌볜조선족자치주(延邊朝?族自治州)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로 대도시나 한국행을 택하는 조선족이 늘면서 1996년부터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해 옌볜조선족자치주가 해체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때 중국 내 200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조선족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으로 60만 명 정도가 나갔고, 기타 외국으로 출국한 사람도 많아 지금은 대략 130여만 명 정도가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 인구는 중국 13억 인구의 0.1%에 불과하며 1000명이 모이면 불과 한 명 정도가 조선족이라는 얘기다.



중국의 소수민족 자치주 설립 요건에 따르면 소수민족 인구가 전체 인구의 최소 30%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조선족 인구 비율이 감소해 해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자치주 내 조선족 인구는 80만 명으로 자치주 전체 인구의 36.7%밖에 되지 않는다.



조선족들에게 한국행은 부를 얻을 수 있는 기회지만 한국행이 급증하면서 공동체가 무너지고 가정이 파괴되는가 하면 교육기반이 취약해지는 등 역기능도 제기되고 있다.



조선족 인구 감소로 가장 먼저 붕괴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교육이다. 조선족 소학교(초등학교)는 거의 80% 이상이 폐교됐으며 초급중학교나 고급중학교 역시 실정은 마찬가지다. 소학교가 문을 닫자 우리글을 배우지 못하는 조선족 어린이가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투먼(圖們)시에 사는 조선족 김모(46) 씨는 “내가 다녔던 학교도 현재 다 문을 닫았다. 자치주 조선족 학교 가운데 80%가 문을 닫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막다른 길 몰린 조선족 사회, 解法은 없나


‘교육 붕괴’ 심각… 소학교 80% 이상 폐교, 한국말 배울 곳 없어


 


일부 조선족들 가운데는 한국에서 차별을 경험한 후 중국인으로 살기위해 아이들을 한족 학교에 보내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조선족 청년들 가운데는 한국어를 잘 못하거나 아예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김홍매(33·여) 씨는 “한족에게는 중국어가 밀리고 한국인에게는 한국어가 밀려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족들에게 당했던 차별보다 한국인에게 느낀 차별이 더 심해 내 아이는 한족 학교를 보낼 생각이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조선족 젊은이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외국, 자신들은 중국 국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선족 조모(30) 씨는 “우리를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으로 봐 줬으면 한다”며 “중국에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한국의 정체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다.



교육은 민족 고유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정체성을 이어가는 데 필수적이다. 이러한 교육이 무너지면서 조선족 아이들에게 조선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대도시와 한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조선족들이 늘면서 가정 해체 현상이 심각해진 것도 문제다. 옌지(延吉, 연길)시 혼인등기처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 옌볜자치주 조선족 이혼 건수는 연간 1800여 건이다.



한국에 온 지 11년 됐다는 조선족 김순애(61)씨는 “주변에 혼자 한국에 온 여성 가운데 10명에 7명은 이혼을 했다”며 “자주 왔다 갔다 하지 못하고 오래 떨어져 지내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숙자 재한동포연합총회 회장은 “옌볜에 큰 기업이 없고 다른 지역에 비해 물가가 비싸 베이징이나 한국 등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다보니 조선족 자치주 해체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지금도 조선어를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없어 20~30년 뒤면 조선족의 정체성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역사교육을 바로잡고 한국어 교육에 힘써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곽재석 이주동포정책연구소 소장은 “조선족들은 중국이라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랐기 때문에 생활방식이나 문화가 한국과 차이가 있다”며 “같은 한국어를 쓰지만 잘 못 알아듣거나 말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한국인에 대한 반감도 일어나고 있어 이들에게 한국어 교육과 정체성 교육을 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곽 소장은 “태어날 때부터 중국 정부의 교육을 받은 조선족들에게 한국의 정체성이나 국가관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며 “그들이 배워 온 잘못된 역사교육부터 바로잡아 우리민족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정체성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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