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대중 반도체 수출금지 전 ‘AI반도체’ 수출 시도

정향선 인턴기자
2022년 09월 21일 오후 9:12 업데이트: 2022년 09월 21일 오후 9:12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Nvidia)가 대중 반도체 수출 제재 유예기간을 이용해 수출 금지 품목에 오른 인공지능(AI)용 반도체를 서둘러 중국에 수출하려고 한다는 의혹이 제기했다. 이 반도체는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대만 매체 “엔비디아, AI반도체 中 수출 서두르기 위해 대만 파운드리에 긴급 주문” 

19일 대만 경제일보는 반도체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내년에 생산 완료 예정인 제품 중 일부를 미리 전달받으려고 위탁생산업체 TSMC에 ‘슈퍼 핫런(super hot runs·긴급주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슈퍼 핫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간에 쫓기는 고객을 위해 제품 인도 시간을 반 이하로 줄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신문은 엔비디아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AI반도체를 빨리 받아서 중국에 수출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허락을 받고선 TSMC에 슈퍼 핫런 프로그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반도체 약 5000개를 긴급 주문했다. 생산 기간은 5~6개월에서 2~3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이르면 올해 10월 말부터 1차 수주 분량을 전달받을 수 있다. 

신문은 “엔비디아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에 수익성이 높은 반도체 A100과 H100의 중국 판매고를 최대한 끌어 올리기 위해 TSMC의 슈퍼 핫런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문은 “엔비디아의 이번 주문은 TSMC의 4분기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가 긴급 주문한 제품의 구체 품목은 알려지지 않았다. 신문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TSMC는 논평 요청을 거절했다. 

美당국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유예기간 1년…규제 범위는 확대할 방침”

엔비디아는 지난 8월 말 미국 정부로부터 AI용 그래픽연산장치(GPU) 반도체인 A100과 H100을 중국과 러시아에 판매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엔비디아가 2020년 출시한 A100은 AI의 대규모 학습과 추론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다. H100은 그다음 단계로 개발돼 올해 안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차세대 GPU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해당 제품들이 중국에서 군사용으로 쓰일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에 약 1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엔비디아는 내년 3월 1일까지 중국 내 미국 고객들을 위해 중국 본토로 A100을 수출할 수 있다.  H100의 경우 일부 생산 라인이 중국에서 가동되고 있어 미국 정부는 내년 9월 1일까지 개발, 출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내년 9월 1일까지 엔비디아의 홍콩 공장에서 생산된 이들 제품의 풀필먼트(fulfilment)와 물류 통관을 승인했다. 풀필먼트란 물품 유통 과정에서 주문과 배송 업무까지 일괄 처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시스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계속 확대할 전망이다. 지난 11일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14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이하 공정의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중국 기업에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새 규정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IT 매체 “대중 반도체 수출을 본격 금지 전 유예기간 1년은 논리적 모순”  

한편 미국 IT 매체 탐스 하드웨어(Tom’s Hardware)는 대만 경제일보의 보도를 인용한 뒤 “미국 정부가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의심스러운 곳에 사용한다며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한편으로는 엔비디아 같은 업체에 수출 유예기간을 1년이나 준 것에 대해 사람들은 강한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1년의 유예기간을 이용해 앞으로 수출 금지될 반도체들을 최대한 많이 구입할 수도 있으며 미국의 제재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