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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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2022년 08월 25일 오후 3:45 업데이트: 2022년 08월 25일 오후 4:47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변_강성진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회 의장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同)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한반도선진화재단 국가전략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세계 경제를 덮칠 퍼펙트 스톰 공포

“세계 경제가 기대와 달리 경기 침체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등 대부분의 국제기구는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극복되면서 정상적인 경제성장률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기대보다 늦은 속도로 회복되고 예상하지 못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기대와 다르게 오히려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위기에 대한 우려도 시간이 감에 따라 더욱 심각해져 애초의 ‘S(stagflation·스태그플레이션) 공포’ ‘R(recession·경기 침체) 공포’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인정하기 어려운 두려움이 일고 있습니다.”

복합적 경제 위기

“현재 세계 경제는 지난날 경험하지 못했던 복합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유례없는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붕괴를 낳았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자유무역과 분업 체계라는 글로벌 공급망이 코로나19 사태로 붕괴했습니다. 부품 공급이 단절되고 국제 노동력 이동 제한에 의한 물류비용의 급격한 상승으로 국제 분업에 의한 글로벌 생산 자체가 어렵게 된 것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에너지 가격과 곡물 가격을 전례 없이 상승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세계 경제 동향을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경기 침체라고 하는 것은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망돼서가 아니라 2022년 경제에 대해 작년과 올해의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이 다르게 나타나서입니다. 최근 대부분 경제 관련 기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종전의 4.5%에서 3.0%로 하락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작년 10월 5.2%와 지난 4월의 전망치인 3.7%에서 2.9%로 낮추었습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지난 4월에 2.3%에서 1.7%로 하락했습니다. 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예상보다 더욱 치솟고 있습니다. 지난 6월 OECD가 발표한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2%가 올라서 9.3%를 기록한 1998년 9월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6월 10일 발표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8.6%가 올라 2차 오일쇼크의 여파인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늪에 빠진 한국경제

“한국 경제 상황도 예외가 아닙니다. 글로벌 복합위기의 여파로 한국 경제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를 비롯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18개월 만의 최대 하락을 기록한 코스피 시장 등 복합 경제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의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는데 이는 기존 국내외 기관들이 3%대 경제성장률 전망에서 2%로 하락시킨 것과 유사합니다. 한국은행(2.7%), IMF(2.5%), 한국개발연구원(2.8%) 모두 2%대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물가는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OECD는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기존의 2.1%에서 4.8%로 높여 전망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지난 5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년 전보다 5.4%가 상승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인 2008년 9월의 5.1%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합니다. 6월에도 6%가 넘을 것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어 물가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케인즈식 해법은 한계

“한국 경제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가 S 공포에서 더 나아가 퍼펙트 스톰까지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는 1970년대 오일 쇼크,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위기의 원인이 단순화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에 의한 복합적인 위기입니다. 그리고 오일 쇼크 때와 같이 공급 위기, 즉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에 의한 공급자 측 충격으로 물가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위기 대응은 전통적인 케인즈학파의 수요관리정책으로는 치유할 수 없고 단기와 장기 정책으로 나누어 대응해야 합니다.”

물가 상승률 억제에 집중해야

“단기적으로 물가상승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잡을 수 없습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결국은 물가상승 압력을 해소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이자율을 빠르게 인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채택한 유동성 확대 정책을 축소로 전환하고 이자율은 0.5%포인트(p)를 올리는 빅스텝(big step)을 넘어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으로 0.75% 포인트 인상을 택한 것도 그만큼 물가상승 압력의 공포가 크기 때문입니다. 물가상승이 지속되면 실질소득이 하락하고 이는 곧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요구를 증가시켜 기업의 생산비용 및 제품가격 인상 그리고 투자 감소에 의한 경기 침체라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국도 이자율 인상 불가피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빠르게 이자율 인상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1.75%인데 미국은 1.5~1.75%로 같은 수준입니다. 경제 신용도가 미국에 비해 낮고 세계 각국과 자본시장 통합이 강하게 이루어진 우리나라는 기준금리 역전으로 인해 외국 자본의 유출, 원화 가치 하락에 의한 환율 상승, 주식시장의 주가 하락으로 연계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이는 곧 다시 물가상승 및 임금 상승의 악순환으로 나타나 경기 침체를 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방지하고 건실한 경제성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역전을 막아야 합니다.”

장기적 대응 방안 필요

“서비스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통한 공급 확대 정책을 과감히 시행해야 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경제의 모습이 선진국처럼 무역이 아닌 금융이나 지식서비스와 같은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을 갖춰 무역외 수지에서 흑자 폭을 증가시켜야 합니다. 즉, 서비스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통해 무역수지의 악화를 보완할 수 있는 경상수지 흑자정책을 시행해야 합니다. 불행히도 한국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이 정치권과 기득권의 이념적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직도 매우 큰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환율이 유리하지만은 않아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이 국제수지에 유리하다는 개발도상국형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과거 미국이 1985년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를 통해 일본 엔화보다 달러 가치를 하락시켰지만, 무역수지가 기대만큼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1990년대 엔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는 ‘역플라자 합의’를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선진국형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는 한국은 단순히 수출과 수입이라는 상품교역만 아니라 자본시장도 세계 경제와 강하게 통합돼 있습니다. 따라서 원화 가치 하락은 국제무역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자본 유입이 아니라 유출이 나타나고 무역 외의 부문에서 경제 상황을 어렵게 할 수도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 통한 공급 정책 시행

“장기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공급 측 정책이 시행돼야 합니다. 선진국형 경제에서 이제는 과거처럼 추격(catching up)에 의한 경제성장은 불가능합니다. 혁신(innovation)을 통한 경제성장이 되도록 과학기술정책을 시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단순히 혁신의 양적 성과(특허수, R&D 지출액, GDP 대비 R&D 지출 비중 등)가 아니라 질적 성과(특허의 인용도, R&D 질적 성과 등)를 강화해 생산에서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으로 연계되는 혁신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더욱이 과학 기술 투자뿐 아니라 이를 통해 우수한 인력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제도 개혁

“제도(institution)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개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본·노동·기술을 투입한다고 경제성장이 자동으로 달성되는 게 아니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제도개혁에서 대표적인 것이 노동 개혁과 규제 개혁입니다. 개혁 방향은 주요 관심 지표의 국제 비교를 통해 우리 경제발전 단계 수준에 부합하도록 하면 됩니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보면 평가 대상 141개국 중에서 13위로 매우 높은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세부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약하게 평가되는 항목이 개혁 대상입니다. 생산물 시장은 59위, 노동시장은 51위입니다. 생산물시장에서 독과점 수준(93위)과 관세의 복잡성(83위)도 매우 떨어져 있습니다. 노동시장에서는 정리해고 비용(116위), 고용 및 해고 관행(102위), 노사 관계 협력(130위), 외국인 노동자 고용의 용이성(100위) 등이 제도개혁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놓아야 할 대상입니다.”

국민의 공감과 동의 필요

“코로나 사태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지만, 전쟁과 같은 예상하지 못한 사태 발생으로 한국 경제는 고물가 및 경제 침체라는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공급 측 요인에 의한 이러한 위기는 전통적인 케인즈 이론에 기반한 정부 지출 증가와 같은 정책으로 치유할 수 없습니다. 이 정책으로 경제성장과 물가 하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고통스럽지만,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합니다. 이는 경기 침체를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현 상황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과 같이 감내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혁신 생태계 구축이 지속가능한 대안

“장기적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의 경제발전 단계에 부합하도록 혁신생태계(innovation ecosystem)를 강화하고 노동 개혁 및 규제 혁파 등 제도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정치권과 정책입안자도 한국이 물가 통제, 임금 통제와 같은 강압적 정책이 더는 통하지 않는 선진국에 들어섰다는 점을 인식하고 경제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공급관리 정책을 통해 이번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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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이슈&포커스 2022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