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헌법 학자 “언론중재법 개정안 도입, 사회적 비용 더 커”

2021년 9월 5일
업데이트: 2021년 9월 6일

징벌적 손해배상, 언론보도에 적용 신중해야”
언론, 잘못은 분명히 있어…그렇다고 언중법이 해법은 아냐”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하다.

법안을 추진하는 여당은 ‘가짜뉴스 바로잡기’가 언론중재법 개정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가짜뉴스가 확증 편향을 거쳐 더 많은 독자와 시청자를 끌어들이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경제적 이익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야당을 비롯한 국내 언론 현업단체(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와 국경없는 기자회, 세계신문협회 등 해외 주요 언론단체들은 언론의 자유와 기능을 제약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UN 특별보고관은 “표현의 자유 제약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정부에 보내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 논란의 중심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다.

언론에 도입하려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무엇일까? 위헌 소지는 없을까? 가짜뉴스에 대한 다른 대책은 없을까?

그 해답에 가까워지기 위해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헌법학회장)를 찾았다.

문재완 교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싸움을 부추기는 법”이라며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자 보호를 내세우지만, 결국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언론보도에 적용 신중해야”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악의적·반사회적인 행위에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해 불법 행위 재발을 방지하는 제도다. 주로 영미권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문재완 교수는 “미국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경우를 우려해, 언론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64년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사건’을 설명하며 “공인이 소송할 경우, 언론사가 악의를 갖고 명예훼손적 발언을 했음을 원고(공인)가 명백히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그러나 한국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내용은 반대”라며 “언론사에게 입증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증 책임이 언론에게 지워질 경우 전문가들은 취재 활동이 위축된다고 우려한다. 거액의 손해배상을 모면하기 위해 정보원을 밝힐 수 있고, 기자가 의혹 제기 보도를 할 때 자기 검열을 과도하게 하거나 경영진으로부터 직간접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실시하는 호주나 스코틀랜드도 언론사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손해액 배상도 문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손해액의 5배 이하’를 규정으로 삼았다.

문재완 교수는 “영미법 국가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될 경우, 피해자가 입증할 수 없는 실제 손해, 정신적 손해, 변호사 비용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피해자의 손해액을 포함해 배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배상액을 기대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실제 손해 이상의 배상금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문 교수는 “미국 일부 주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공적 기금에 지급하도록 하는 법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언론보도의 경우’에 배액배상 소송에 나설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으므로 손해액 5배까지 부과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가짜뉴스 구제 수단, 다른 나라에 비해 많아”

문 교수는 “해외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자가 없는 경우, 즉 모호한 경우를 고민한다면 한국은 피해자가 있는 경우에 이미 구제책이 있는데도 더 가중하여 처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 등의 허위조작보도로 명예가 훼손된 경우,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법은 지금도 민사, 형사, 행정상으로 다양하게 마련됐다”고 말했다.

또 “미국처럼 형사처벌을 대신하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명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형사처벌이 실제로 작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형사처벌이 과도하게 억제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만약 언론보도에 징벌에 가까운 손해배상을 명하려면 명예훼손죄에 관한 형사법 규정은 삭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및 SNS 채널은 언중법 대상에서 제외”

문 교수는 1인 미디어나 유튜브, 각종 소셜미디어 채널 등은 대상에서 빠진 것도 지적하며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은 평등 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고 말했다.

언론중재법의 개정안에서는 언론사에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지만, 언론사가 아닌 경우 일반 손해배상으로 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문 교수는 “1인 미디어 같은 언론이 아닌 경우에도 조회수 100만을 상회하는 영상에 허위 내용을 말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 차별을 하는 합리적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여론 형성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언론은 오히려 일반인보다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사빠른 정정보도 도와야”

문 교수는 가짜뉴스 대응법 2가지를 제시했다.

“언론보도로 명예가 훼손됐을 때 빠른 정정보도가 좋을까, 2~3년 소송 끝에 나오는 배상금이 좋을까?”라고 문 교수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언론사가 조속히 정정보도를 했을 때 2주 안에 끝나는 문제가 소송으로 넘어가면 몇 년이 걸린다”며 “법정 다툼이 많아질수록 ‘가짜뉴스 피해자 보호’ 취지는 무색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언론사의 자발적인 정정보도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그간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이나 법원의 소송을 통해 강제로 정정을 요구했다.

“언론보도의 피해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려면 그 전에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정정보도 활성화를 위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또 오보로 인한 피해자 구제를 조속히 한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둘째, 그는 진실한 정보가 유통되도록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가령 코로나19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확대될 때, 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이 언론신뢰도 최하위인 점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 문 교수는 답했다.

“언론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해법은 아니다. 그건 아니다.”

 

/취재본부 이가섭 기자 khasub.lee@epochtimes.nyc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