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4일) 9월 모의고사 풀던 학생들 오열하게 만든 지문의 정체

윤승화
2019년 9월 5일 업데이트: 2019년 9월 5일

어제(4일)는 9월 모의고사가 치러진 날이었다. 이런 가운데 모의고사를 풀던 학생들을 눈물짓게 만든 문제가 전해졌다.

지난 4일 진행된 2019년 전국연합학력평가, 다시 말해 9월 모의고사 고등학교 2학년 국어 영역에서는 아주 긴 지문 하나가 등장했다.

지문은 영화 ‘집으로…’의 시나리오.

‘집으로…’는 지난 2002년 개봉해 4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쓴 작품이다. 서울에 살던 7살 상우(유승호 분)가 엄마의 사업 실패로 형편이 어려워지자 시골에 사는 외할머니(김을분 분)에게 맡겨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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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집으로…’

시험에 출제된 부분은 손자 상우와 할머니가 이별하는 영화 끝 장면의 시나리오였다.

짜장면을 먹고 싶어 하는 손자를 위해 할머니는 중국집을 찾아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몇 장을 꺼내 간신히 계산한다. 할머니의 전 재산이고, 손자가 짜장면을 먹는 동안 할머니는 배가 고프지 않다며 양파 한 점만 오물거린다.

차비까지 다 털어 짜장면값을 치르느라고 걸어가야 하는 할머니다. 뒤늦게 사정을 알아차린 손자는 할머니의 보따리를 대신 들고 앞서 걸어간다. 그리고 자기가 아끼던 초코파이 하나를 보따리에 살짝 넣어준다.

헤어지는 전날 밤이다. 손자는 까막눈인 할머니를 위해 지나간 달력 뒷면을 펼쳐 놓고 할머니에게 글자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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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집으로…’

상우: (자기가 쓴 글을 짚으며) 이건 ‘아프다’, 요건 ‘보고 싶다’ 써 봐, 다시.

할머니, 미안한 표정으로 애를 써 보지만 역시 이상한 선만 그어진다.

상우: 에이 참! 그것도 하나 못 해? (화를 내지만 예전의 상우랑은 다르다)

할머니, 다시 노력해 보지만…

상우: 할머니 말 못 하니까 전화도 못 하는데 편지도 못 쓰면 어떡해…!

할머니, 면목 없다는 듯 노력해 본다. 애처롭다.

상우: (그 모습 보다가) … 할머니, 많이 아프면 그냥 아무것도 쓰지 말고 보내. 그럼 상우가 할머니가 보낸 건 줄 알고 금방 달려올게. 응? 알았지? (울먹울먹하더니 줄줄 운다)

할머니, 노력해도 안 된다는 걸 아는지라 연필을 꼭 쥔 채로 고개만 주억거리며 눈물을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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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집으로…’

떠나기 전 손자는 고사리손으로 눈이 침침한 할머니 반짇고리의 모든 바늘에 실을 꿰놓는다. 그리고 그림엽서를 미리 써 놓는다. 까막눈인 할머니가 아프거나 보고 싶을 때 손자에게 바로 보낼 수 있도록.

할머니, 상우가 주고 간 것들을 펴 본다. 뒤집어 보면 다섯 장 모두에 주소와 상우 이름이 상우 글씨로 쓰여 있다. 보내는 사람 칸에는 ‘할머니’, 우표 칸에는 ‘상우한테 바드세요’, 사연 칸에는 할머니가 누워 있는 그림과 할머니 얼굴 그림이 한 장마다 번갈아 그려져 있고, 그 밑에는 ‘아프다’, 보고십다’라고 쓰여 있다. 모두 다섯 장. ‘아프다’, ‘보고십다’, ‘아프다’, ‘보고십다’, 그리고 ‘보고십다’…

엽서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할머니의 거친 손이 눈을 찌른다.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이 지문을 읽고 어떻게 문제를 풀겠냐”며 시험을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원망 아닌 원망을 보냈다.

잔뜩 긴장하고 날 선 채로 시험을 치르던 학생들을 울린 지문의 영화. 참고로 영화 ‘집으로…’는 바로 오늘(5일) 17년 만에 재개봉했다. 뭉클함을 느끼고 싶다면 직접 극장을 찾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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