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팔에 억지로 십자가 문신 새긴 아빠를 자식들이 원망하지 않은 이유

윤승화
2019년 9월 13일 업데이트: 2019년 9월 13일

어린 시절 헤어져 서로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린 삼 남매. 그러나 이들의 팔뚝에는 아직 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최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팔에 이상한 십자가 문신이 새겨져 있는 어떤 형제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윤태훈 씨와 윤기태 씨 형제는 각각 왼쪽 팔에 똑같은 모양의 문신이 새겨져 있다. 커다란 십자가 아래 점 네 개가 찍힌 문신이다.

태훈 씨는 “너무 아파서 너무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어릴 적 아버지가 억지로 새긴 문신이라고 밝혔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SBS ‘궁금한 이야기 Y’

아빠는 왜 어린 자식들에게 강제로 문신을 새긴 걸까.

태훈 씨의 설명에 따르면, 태훈 씨 아버지는 막노동하며 홀로 태훈 씨, 기태 씨, 그리고 막내 여동생까지 아이 셋을 키웠다. 그러다 결국 병을 얻어 일할 수 없는 몸이 됐다.

태훈 씨는 “아버지가 그때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내가 너희 잘되면 찾을게’, 눈물 흘리면서 문신을 찍으셨다”고 했다.

자식들을 고아원으로 보내기 하루 전,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문신을 새겨 놓았던 것이다.

그렇게 형제는 고아원으로 보내졌고 5년이 지나서야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갔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SBS ‘궁금한 이야기 Y’

그러나 나이가 어려 형제와 다른 시설에 보내진 막내 여동생은 아버지가 다시 찾아갔을 때는 이미 입양을 간 뒤였다.

여동생을 찾지 못한 채로 4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얼마 전이었다.

어느 날, 기태 씨는 SNS에서 자신들 형제와 똑같은 문신을 한 팔뚝 사진을 보게 된다. 기태 씨는 “내 동생이구나 직감이 왔다”고 고백했다.

문신의 네 점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기태 씨는 “십자가 밑에서 현경이, 남동생, 저, 아버지다”라고 설명했다. 아버지가 새긴 문신의 의미는 다시 함께 모여 십자가 아래에서 기도하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SNS에 올라온 사진 속 팔뚝의 주인공은 정말 여동생 현경 씨일까. 사진을 올린 이는 미국에 사는 사라 존스 씨였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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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가정에 입양돼 그 나라 사람으로 자란 사라 씨는 자신의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늘 있었다. 그러던 와중 항상 자신의 팔에 있는 흉터가 궁금했던 사라 씨는 직접 흉터를 따라 매직으로 선을 그린 후 사진을 찍어 가족을 찾는 온라인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그리고 오빠들이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얼마 뒤 사라, 한국 이름으로 현경 씨는 직접 한국을 찾았다. 오빠들은 전날 밤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한 채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42년 만에 공항에서 처음 만난 세 남매는 아무 말 없이 웃으며 포옹했다. 그리고 옷 소매를 걷어 서로의 문신을 확인했다.

다시 만난 삼 남매. 그러나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SBS ‘궁금한 이야기 Y’

오빠들은 막내 여동생에게 아버지 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사진 앨범을 보던 현경 씨는 사진 한 장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버지의 팔뚝이 드러난 사진이었다.

팔뚝에는 자식들과 똑같은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자식들뿐 아니라 자신의 팔뚝에도 같은 문신을 새겼던 것.

자신의 팔에 새긴 문신을 볼 때마다 딸을 그리워했을 아버지는 생전 일찍 잃어버린 딸 때문인지 손녀들을 특히 예뻐했다.

손녀는 “할아버지가 가끔 마음이 힘드실 때면 고모 이야기하셨다. 보고 싶다고, 만나고 싶다고,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고”라고 전했다. 현경 씨는 결국 눈물을 쏟았다.

비록 아픈 세월이었지만, 아버지의 바람대로 가족들은 기적처럼 다시 만나게 됐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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