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 통치 홍콩’ 시대 첫 입법회 개원…中 홍콩책임자 흡족감 표시

최창근
2022년 1월 6일
업데이트: 2022년 1월 7일

‘애국자’들로 채워진 새로운 입법회 개원…캐리 람 행정장관 감독하 충성서약
中 홍콩·마카오판공실 주임 의원 20명과 사상 첫 간담회 “확고한 애국자가 되라” “단합하라” 지침 내려
항인치항-홍인치항-경인치항 시대 지나 애국자 치항의 ‘홍콩 특색 민주주의’ 개막

1월 3일, 제7회 홍콩 입법회(立法會)가 공식 개원했다. 지난해 12월 선거에서 당선된 90인의 의원들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감독하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5년 임기를 시작했다. 앤드루 렁(Andrew Leung Kwan-yuen·梁君彦)이 주석(의장)에 재임됐다.

홍콩 입법회 의원에 당선되면 ‘취임 선서식’에서 헌법에 해당하는 홍콩기본법 준수, 중국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이 담긴 선서문을 낭독해야 한다. 의원이 취임 선서를 거부하거나 의도적으로 선서문 문구를 제대로 읽지 않을 경우 의원 자격이 박탈된다.

지난 2016년 9월 입법회 선거에서 선출된 민주파 의원 4명은 취임 선서를 제대로 낭독하지 않아 의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현재 영국에 망명 중인 홍콩 학생운동 지도자 네이선 로(Nathan Law·羅冠聰)도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2016년 입법회 선거에서 최연소 의원에 당선 됐지만, 취임 선서식에서 중국에 대한 충성 맹세를 거부하면서 의원 자격을 박탈 당했다.

홍콩 입법회는 이번이 7번째 개회이지만, 사실상 첫 개회나 다름없다. 중국 전인대의 홍콩 입법회 선거제도 개편 후 치러진 첫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들로 꾸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치러진 선거는 전체 유권자의 30.2%만이 투표하여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의원 90명 중 89명이 홍콩에서는 ‘건제파(建制派)’라 불리는 친중 인사들이 차지했다. 제7회 선거는 ‘애국자치항(愛國者治港·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 원칙이 적용된 첫 선거였다.

‘애국자’ 입법회 의원 당선자로 채워진 선거 다음 날인 12월 20일,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일국양제하 홍콩의 민주발전’ 백서를 공개했다. 백서에서는 2019년 6월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를 홍콩의 민주질서를 유린한 ‘반중 혼란 세력의 준동’으로 규정했다. 홍콩국가보안법 입법, 홍콩 선거법 개정을 통해 홍콩의 민주주의를 복원·강화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984년 12월 19일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 영국 총리와 덩샤오핑(鄧小平)이 합의하여 발표한 ‘중영공동성명(홍콩반환협정)’에 따라 마련된 홍콩기본법은 1997년 이후 50년 간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이 홍콩을 통치한다) 원칙에 따라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자율권을 행사하는 고도자치(高度自治)를 보장했다.

다만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가속화되는 본토화(중국화) 속에서 ‘홍인치항(紅人治港·공산당이 홍콩을 통치한다)’, ‘경인치항(京人治港·베이징이 홍콩을 통치 한다)’ 시대를 지나 마침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시대로 바뀌었다.

애국자가 통치하는 ‘신시대’를 맞이하여 중국 정부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12월 6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월 5일, 샤바오룽(夏寶龍)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이 인접한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 신임 입법회 의원 20명과 간담회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모임에는 앤드루 렁 입법회 주석, 스태리 리(Starry Lee Wai-king·李慧琼) 민주건항협진연맹(民主建港協進聯盟) 주석, 레지나 입(Regina Ip Lau Suk-yee·葉劉淑儀) 신민당(新民黨) 주석을 포함한 의원 20명이 참석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날에도 중국 정부 대표들이 새로 임명된 홍콩 정부 관리들을 만나왔지만 새롭게 선출된 입법회 의원들과 회동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샤바오룽 주임은 “‘애국자’들로만 채워진 선거 결과에 흡족해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샤바오룽은 “지난 5년 간 입법회가 헌정 질서에서 벗어나 반중 파괴분자들의 플랫폼이 됐고 그로 인하여 홍콩의 통치와 이미지에 영향이 미쳤다. 파괴분자들에게 문을 열어준 선거제로 인해 그러한 혼란이 일어났다”며 “확고한 애국자가 되라”고 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보도했다.

사상 처음으로 중국 정부 홍콩 사무 책임자가 입법회 의원들을 만나 일종의 ‘지침’을 내린 것에 대하여 앤드루 렁 입법회 주석은 “적절하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국제방송(RTI) 등 대만 매체들에 따르면 샤바오룽은 행정부의 지도 아래 입법부와 행정부가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협력이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제시한 입법부로서 홍콩 입법회는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단일 국가 아래 ‘지방 입법기관’이며 베이징에서 승인한 기관의 감독을 받아야 하며 또한 행정부 주도 하의 입법부를 의미한다.

이를 두고서 앤드루 렁은 “베이징 관리들이 처음으로 새로 선출된 입법회 의원들을 만나는 것은 베이징이 홍콩에 대해 ‘총체적 통치’를 하고 있고 입법부는 지역 의회이기 때문에 적절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대만국제방송은 보도했다.

2012-16년 입법회 의원을 역임한 케네스 찬(Kenneth Chan Ka-lok·陳家洛) 홍콩 침례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베이징 관료가 홍콩 입법회 개회를 앞두고 지령을 내린 것은 ‘중앙을 따라가라’는 의미”라며 “샤바오룽이 언급한 행정과 입법 관계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삼권(三權)합작론’과 일치하지만 홍콩에서는 논란을 일으키고 입법기관 및 의원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항인치항-홍인치항-경인치항 시대를 지나 ‘애국자치항’ 시대를 여는 데 공헌한 캐리 람 행정장관의 연임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선거 직후인 2021년 12월 22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캐리 람을 접견하고 입법회 선거 결과에 대해 상찬했다. 다만 올해 6월 30일 행정장관 임기 만료를 앞둔 캐리 람의 연임 여부에 대해서는 언질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명보(明報)는 12월 23일 “중국 정부가 캐리 람 장관에게 차기 행정장관 후보에 대한 정보를 비공개로 전달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의 발언에서는 단서를 찾을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어떠한 특별한 공개적인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