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경중’은 없다” 한미 정상회담 평가

한미 관계 포괄적 전략 동맹 관계로 승격
최창근
2022년 05월 23일 오후 4:25 업데이트: 2022년 05월 23일 오후 5:1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20일~22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윤석열 신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5월 21일 열린 윤석열-바이든 첫 정상회담에서는 전통 회담 의제인 안보뿐만 아니라, 날로 첨예해지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중요성이 부각된 기술동맹, 공급망 협력 등 새로운 의제가 논의됐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선임연구위원)은 ‘한미정상 회담 2022: 포괄적 전략 동맹 구축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첫걸음’ 보고서에서 “한미정상회담은 포괄적 전략 동맹 구축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첫 걸음으로 평가된다. 광범위하게 안보, 경제, 글로벌 의제를 거론하는 포괄적 공동성명이 특히 인상적이다. 2021년 공동성명에서 거론되지 않은 여러 사안들과 의제들이 섞여 있다는 점은 한미관계에 진화가 있다는 근거로 해석 가능하다. 북한문제에 있어 억제력 강화와 동시에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았다는 점은 균형이 잘 맞추어진 접근방식으로 보인다. 향후 현 정부 임기 동안 한미 협력이 한 단계 더욱 향상될 것이란 기대를 증진시키는 공동성명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경제’로 시작하여 ‘경제’로 마무리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일정도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5월 20일, 전용기 에어포스 원으로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방문지는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곳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처음으로 조우했다.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일정 중 국내 기업 현장을 찾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 체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며, 양국 정상이 한미 동맹을 군사 동맹과 경제 동맹에 더해 ‘기술 동맹’으로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상징적인 행보이다.”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삼성전자 공장 시찰 후 개최된 공동 연설에서 반도체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한 한미 동맹의 확장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캠퍼스 방문은 반도체가 갖는 경제·안보적 의미는 물론 반도체를 통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오늘 방문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한미 경제안보동맹 강화를 기정사실화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화답했다. 이어진 연설에서 바이든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공급망 동맹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망 확보의 필요성이 한층 부각됐다.”고 언급한 후 “공급망이 확보돼야 우리의 경제·안보가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에 좌우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하여 “우리 전략이 동맹과의 협력을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이유이다.”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이틀째인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5층 집무실에서 개최된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은 예정 시간 90분을 넘겨 약 110분간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1일 만에 열린, 역대 정상회담 중 최단 기간에 성사된 회담에서 한미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을 기존 군사안보 동맹에서 경제를 포함한 첨단기술, 공급망 동맹으로 확장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공식 회담 주요 키워드는 ‘경제안보’ ‘안보’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선언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동북아 정세 안정)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경제안보 협력 강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한반도를 넘어서(글로벌 중추국가 역할 강화)를 명문화했다.

2022년 5월 20일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행. | 연합뉴스.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을 개발하고 7차 핵실험 준비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보 이슈는 정상회담에서도 핵심 의제로 올랐다. 한미 양국은 한반도 안전보장을 위한 실질적 조치로 한미연합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이른 시간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는 것에 동의했다.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는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을 어떻게 저지할지에 대해 논의하는 한미 고위급 회담이다. 더하여 양국 정상은 북한의 도전에 대응하고, 공동 안보와 번영을 수호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기도 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특기할 점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가할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21일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은 한미 모두에게 중요한 지역이다. 인도·태평양 프레임워크(IPEF) 참여해 우리의 역내 기여와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도 만들어 나갈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목표를 공유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 분야에서의 기술 동맹을 통해 경제안보 분야에 대한 한미의 전략적 협력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인도·태평양 역내(域內) 민주주의 국가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태평양 지역 민주국가들 사이에서 이제 더욱더 긴밀한 협력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미국, 일본, 한국만의 협력이 아니라 역내 남태평양,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더하여 “반도체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공급망을 다룰 것이다.”라고 언급하여 동맹국 간 경제·안보 분야 협력 확장 의지를 시사했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이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하고 할 수 있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70년간 한국 안보의 핵심 축 역할을 해왔던 전통적 안보 개념의 ‘군사동맹’은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한미 양국 간 무역·투자 협력을 강화하는 ‘군사·경제 동맹’으로 확대됐다. 이어 2022년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은 공급망 관리, 첨단산업 기술 협력 등을 포함한 ‘포괄적 전략 동맹’을 한미동맹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포괄적 전략 동맹이란 한미동맹의 성격을 한반도에 국한하는 대북 억지 동맹을 뛰어넘어 안보, 경제, 첨단기술, 공급망을 망라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로써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는 한반도에 국한하는 대북 억지 동맹을 뛰어넘어 안보, 경제, 첨단기술, 공급망을 망라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하여 한미 양국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NSC 경제안보대화’를 출범하는 등 전략적 협의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하여 공급망·첨단기술·에너지 등 핵심 분야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진전 및 성과 가시화를 위한 양국 간 공조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IPEF를 필두로 하는 글로벌 동맹 구상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세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한중 관계 재정립도 불가피해졌다는 평가이다. 수위를 높이는 중국의 견제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한미정상회담 개최 하루 만인 5월 22일 왕이 외교부장 담화를 통하여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인도·태평양 전략을 둘러싼 한미 공조를 견제했다. 5월 22일 왕이 중국 국무원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광저우에서 열린 중국-파키스탄 외무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IPEF에 대해 “분열과 대항을 만드는 도모에는 반대한다”며 “개방과 협력을 촉진해야지 지정학적 대항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이에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의 IPEF 가입은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세계와 더불어’라는 ‘안미경세(安美經世)’ 본격화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기대던 ‘안미경중(安美經中)’은 더 이상 없다는 의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동맹’을 축으로 하는 한미 동맹의 새 지평을 활짝 열게 될 것이다. 이 동맹 체제에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세계 반도체 기술 패권의 주도자이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적 지위를 굳힐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여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해 경제와 안보·외교에서도 성과를 냄으로써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안보 중심의 한미 동맹에서 더 나아가 기술과 경제 동맹으로 동시에 진화해 경제안보라는 핵심 축을 확고히 구축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