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중공 간첩 체포 후 공개 사과 요구…체면 구긴 베이징

류혜선
2020년 12월 29일
업데이트: 2020년 12월 29일

최근 전 세계 정계, 재계, 학계 등에 숨어 있던 중국 공산당원 195만명의 명단이 공개돼 파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중공 스파이 검거 소식이 전해졌다.

현지언론인 ‘힌두스탄타임스’는 지난 25일 중국인 10명이 아프가니스탄 국가안전국(NDS)에 스파이 및 테러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중공의 스파이 기관인 국가안전부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스파이 중 한 명인 리양양(李陽陽)은 자신이 알카에다와 신장 위구르족이 아프간 동부 지역에 기지를 두고 있다는 정보를 찾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보도에 따르면 리양양과 다른 스파이 샤홍(沙紅)의 집에선 각각 총기, 탄약, 폭발물이 발견됐다.

아프간 정보당국에 따르면 두 사람은 탈레반과 연계된 무장 단체인 ‘하카니 네트워크’와 관련 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알카에다, 탈레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반(反)아프가니스탄 정부 및 반(反)나토, 아프간 주둔 미군을 주장하는 조직으로, 2012년 미국 정부에 의해 테러 단체로 지정됐다.

특히 아프간 정부가 그동안 아프간을 지원해온 중공의 비밀유지 요구도 지키지 않고 오히려 이번 행위를 폭로한 것이 주목을 받고 있다.

더구나 아슈라프 가니(Ashraf Ghani) 아프간 대통령은 부통령이자 전 아프간 국가안보국 국장인 암룰라 살레(Amrullah Saleh)에게 조사를 감독하고 중국 측과의 교섭을 맡겼으며, 베이징에 국제 수칙 위반을 인정하고 아프간 정부의 신뢰를 배신한 데 대한 공식 사과문을 제출하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베이징이 요구에 부응할 경우 아프간은 이들 중공 스파이의 사면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들 스파이는 현지에서 형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요구가 중공 당국을 난처하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베이징 당국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체면을 구길 뿐만 아니라 테러 단체와의 유착 혐의를 받게 돼 국제적 명성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거부하면 10명의 중국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도 자신의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체면도 지키지 못하고 망신만 당하는 꼴인 동시에 중공을 대신해 목숨 바친 스파이들에게도 주인의 마음속 자신의 위치를 일깨워 주게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공이 어째서 가니 대통령에게 애써 비밀유지를 권했는지에 대한 이유다. 비밀이 유지되어야만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체면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아프가니스탄은 중공의 비밀유지 요청을 거부했을까? 알아두어야 할 것은, 중공이 아프간에서 스파이 활동을 벌인 게 이번 한 번뿐이 아니다.

2016년 아프간이 중공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자 중공은 아프간의 경제 재건을 위한 지원금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적도 있다. 그런 중공에 대해 아프간이 스파이 사건을 조용히 처리하고 비밀유지에 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들은 공개하길 선택했고 중공에 사과까지 요구했다.

두 가지 원인의 가능성이 있다.

첫째, 국제 정세가 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특히나 미국과 유럽에서 중공에 대한 인식에 전례 없는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중공이 미국과 세계에 있어 거대한 위협이라는 인식 말이다. 이런 인식에 따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연달아 공세를 취하며 허를 찌르자 중공 지도자들은 극심한 압박에 탄식을 내두를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의 인식은 자연스럽게 세계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미국의 공격에 따른 중공의 낭패, 대외 투자의 수축도 다른 나라의 눈에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피해국인 아프가니스탄에는 현재 5만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2천여 명이 사망했지만, 검사 능력에 한계가 있어 인구의 3분의 1인 천만 명이 감염됐을 것으로 보건부는 추정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힘썼던 아프간 대통령이 어떻게 중공에 대한 미국의 인식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아프간은 현재 중공의 처지에 대해서도 훤히 알고 있다.

둘째, 아프간 평화 협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배경에 중공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몇 달 전 미국 트럼프 대통령 추진으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그리고 바레인 간에 역사적인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중동의 평화에 새로운 진전이 있었다.

이러한 배경 아래 여전히 미국의 추진이긴 하지만 아프간 정부와 테러 단체인 탈레반은 지난 9월, 20년 가까이 계속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첫 협상을 시작했다. 이후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군 22명을 석방했다.

카불 당국은 아프간의 현행 헌법 수호를 바라고 탈레반은 이슬람 연합국을 바라기 때문에 협상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다.

최근 몇 달 사이에도 탈레반의 폭력은 아프간 곳곳에서 자행됐고, 탈레반은 자주 아프간 정부군, 특히 동부와 남부를 공격했다. 가니 대통령의 끊임없는 평화 호소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은 이를 거부했다.

가니는 지난 17일 탈레반 무장세력에 칸다하르에서의 담판을 요청했으나, 담판 당일인 19일 또다시 폭탄테러가 발생해 어린아이 15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쳤다.

탈레반은 어디서 무기, 폭탄, 자금을 얻었을까? 외국의 원조 없이 탈레반이 이렇게나 소란을 피울 리 만무하다. 특히나 미국에서 연달아 참수를 벌인 뒤 말이다.

방금 아프간 정부에 붙잡힌 중공 스파이의 집에서 나온 총기와 탄약, 폭발물 등이 관련 있진 않을까? 그들이 테러 단체를 돕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미국 등 서구는 탈레반, 이란 혁명 수비대를 포함한 테러 단체의 배후에 중공의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이미 처형됐거나 혹은 실각했거나 혹은 재임 중인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튀니지의 벤 알리,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북한의 김정은,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탈레반의 전 우두머리 오사마 빈 라덴 등도 베이징이 지지했거나 현재 지지하고 있는 국제적 동맹이다.

2001년, 미국과 동맹국의 특수부대가 알카에다의 은신처를 습격했을 때 지대공 미사일을 포함한 중공제(製) 무기 장비도 대거 발견됐다.

또 중공 내 정보기관이 위장 회사를 이용해 세계 각지의 금융시장에서 빈 라덴을 도와 운영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돈세탁을 도운 사실도 드러났다. 빈 라덴이 여러 차례 요양차 중국에 간 것도, 파키스탄에서 상당 기간 숨어 지낸 것도 중공과 파키스탄이 협상한 결과다.

빈 라덴의 사망 이후에도 중공은 탈레반에 대한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2019년 6월, 중공 외교부는 이례적으로 탈레반 대표의 중국 방문을 공식 확인했다.

테러 단체로서의 중공이 미국의 관심을 돌려 압박을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국제 테러리즘의 배후에 서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앞두고 아프간 당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정을 절대 원치 않는 중공의 경제적, 군사적 뒷받침을 미국과 아프간 당국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아프간 당국이 중공 스파이를 체포해 평소와는 달리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은 사실 탈레반 등 테러 단체를 더는 지지하지 말라는 경고다.

그리고 그 저력은 트럼프의 맹공에 중공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는 걸 봄으로써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아프가니스탄의 강경함에 맞서 이 지역에서의 중공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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