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국민들의 선택” 탈레반 승리 반긴 중국, 속내는?

김윤호
2021년 9월 15일
업데이트: 2021년 9월 15일

탈레반 정권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환영했던 중국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아프간 탈레반 정부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2017년 주중 미국대사로 근무했던 맥스 보커스는 최근 미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아프간을 떠난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의 빈자리를 채우려 한다”며 “아프간을 점령한 미국과 달리 매우 신중하게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탈레반이 예상보다 빠르게 아프간을 점령하자 세계 각국은 당황했지만, 공산주의 대국 중국만은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은 즉각 “아프간 국민들의 선택”이라며 탈레반을 사실상 합법적 정부로 승인했고 다른 국가에도 이를 재촉했다.

사실 중국은 일찌감치 탈레반에 손을 내민 상태였다. 중국은 지난 7월 말, 탈레반 지도부를 중국 톈진에서 만나 “주권을 존중한다”며 우호적 관계를 설립하며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 아직 탈레반은 전쟁에 승리하기 전이었으며, 아프간 점령을 한창 진행하던 중이었다.

보커스 전 대사는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처럼 아프간을 장악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프간의 테러 공격 목표가 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아프간을 침공한 후 아프간에 자유·인권·민주주의 가치를 이식하려 엄청난 인력과 비용을 투입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그 사이 아프간에 주둔한 미군과 미국인들은 테러집단의 목표가 돼 왔다.

중국은 탈레반을 향해 미소를 띤 채 접근하고 있지만, 속내는 그리 편치 않다. 아프간의 불안정한 상황이 다른 국가로 번져 중국으로 수입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아프간과 73km 길이의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만, 아프간에 인접한 타지키스탄과의 국경선은 477km에 이른다.

특히 중국은 탈레반이 신장위구르의 무장반군단체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과 연계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경제적 지원을 대가로 탈레반이 직접 이 단체를 손봐주길 바란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무하마드 샤피크 함담은 CNBC에 “탈레반과 중국은 미국에 반대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반대한다는 것 외에 별 공통점이 없다고 말했다.

함담 전 보좌관은 “중국과 탈레반의 관계는 경제적인 면에 의존이 크다”며 “중국은 수조 달러에 달하는 아프간 내 광물자원을 탐내고 있다. 이 자원은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경제 지원이 절실한 아프간의 새 물주”라고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8일 아프간에 3100만 달러 규모 식량과 생필품, 의약품과 백신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파키스탄, 이란,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대표들과 화상회의에 참석해 아프간의 주권과 독립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왕이 부장은 “미국은 아프간에 이념과 가치를 강요했다”며 국제사회가 아프간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프간에 개입하지 말고 경제적인 도움만 줘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아프간의 해외자산 대부분은 동결됐다. 이는 탈레반이 대규모 달러 차관을 제공하는 중국 일대일로 참가를 희망한 이유로 지적된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부대변인은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아프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이 아프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중화권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일대일로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반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자금 여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다. 불안정한 아프간의 정세도 중국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문제 전문가 리린이는 “중국은 국제사회에 탈레반 지원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적당히 지원하고 빠질 가능성이 있다. 생필품이나 백신 등 자국산 물품으로 실제 규모보다 부풀린 지원 내역만 과시하는 모습도 그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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