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자국 내 중국 ‘무허가’ 경찰센터에 폐쇄 명령

강우찬
2022년 10월 31일 오전 9:54 업데이트: 2022년 10월 31일 오전 10:21

상대국 승인없이 설치…‘주권 침해’ 소지
네덜란드 외무부도 “불법” 규정, 조사 착수

중국 공안당국이 해외 30개국에 무허가 경찰센터를 운영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아일랜드가 해당 시설 폐쇄를 명령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아일랜드 외무부는 최근 수도 더블린시 중심부에 있는 중국의 무허가 경찰 센터를 폐쇄하라고 중국 대사관에 통보했다.

이는 스페인에 기반을 둔 국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보고서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공안부 산하 푸젠성 푸저우시 공안국은 아일랜드를 비롯해 유럽 17곳, 북미와 남미 8곳, 일본 등 아시아 4곳, 아프리카 2곳 등 22개국에 총 31개의 무허가 경찰 센터를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경찰 센터는 현지 정부 승인 없이 무허가로 설치·운영돼 상대국의 주권 침해 소지가 다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보고서 발표 후 아일랜드 외무부는 관련 사실 조사에 나섰고, 더블린 시내의 한 오피스 빌딩에 설치된 무허가 중국 경찰 센터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 경찰 센터는 올해 초부터 운영을 시작했으나, 아일랜드 외무부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해당 시설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해 어떠한 승인신청이나 협조요청도 없었다고 밝혔다.

중국 공안 ‘해외 파출소’ 지도. 30개국에 총 54곳이 표시됐다. | 세이프 디펜더스 보고서

중국 공안부는 이 센터를 ‘교민을 위한 경찰 서비스센터’ 혹은 ‘해외 110’이라는 명칭으로 운영하고 있다. 110은 한국의 112에 해당하는 중국의 범죄 신고 전화번호다. 중국 당국은 중국인들이 해외에서도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 ‘위챗’ 등을 통해 이 센터를 홍보해왔다.

중국 대사관은 이 센터가 해외에 머무는 중국인들에게 운전면허증 갱신 등 행정편의 제공에 특화된 서비스 기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보고서에서 경찰센터가 해외에 머무는 중국인들을 ‘설득’해 귀국시키거나, 중국 정보기관의 해외 인권운동가와 중국 민주화 활동가 추적·탄압을 지원하는 등 정치적 목적에 따라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기관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한 푸저우시 공안국뿐만 아니라 저장성 리수이시 공안국에서도 별도의 무허가 비밀 경찰서를 유럽 18곳, 남미 2곳, 아시아 1곳, 아프리카 2곳 등 총 17개국에 23곳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시설이 더 많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중국 측 주장대로 경찰센터가 단순한 행정편의 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협약 12조에 따르면 공관이 설립된 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 공관 일부를 구성하는 사무소를 설치하려면 상대국의 명시적인 사전동의가 필요하다.

중국의 무허가 경찰센터가 상대국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설치한 불법시설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네덜란드도 동의하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외교부는 암스테르담과 노트르담에 각각 중국 공안당국의 무허가 경찰센터가 운영되고 있다는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보고서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네티즌으로 추정되는 한 트위터 이용자는 “네덜란드의 중국 공산당(CCP) 해외 110에서는 반공 목소리를 내는 대로 공안이 출동할 수 있다”는 글과 함께 현지 매체 RTL이 게재한 암스테르담의 중국 경찰센터 사진을 공유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네덜란드 매체 RTL의 관련기사를 공유한 게시물 | 트위터 캡처

이 사진 속 중국 경찰센터의 노트르담 주소지는 겉으로는 평범한 주택으로 보일 뿐 중국 공안센터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표지판 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편, 아일랜드에 체류하는 중국인 중에는 푸젠성 푸저우시 출신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