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딸을 20년 동안 찾아 헤맨 한 아버지의 이야기

이서현
2020년 10월 6일
업데이트: 2020년 10월 6일

단란한 가족사진 옆에 놓인 딸의 실종 노트.

6살 딸이 사라진 날부터 아버지는 20년이 넘도록 딸을 행방을 쫓고 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증발’은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증발’

2000년 4월 4일 서울 망우1동 염광아파트 놀이터 부근에서 최용진 씨의 둘째 딸 준원 양이 실종됐다.

청바지와 주황색 쫄바지를 입고 중국집을 하는 친구 집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것이 마지막이었다.

영화 ‘증발’

아버지 최용진 씨는 이날부터 거리로 나섰다.

전단을 나눠주고, 제보전화 한 통에 희망을 걸고 전국을 쫓아다녔다.

CCTV 영상이나 추적할 만한 별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아 경찰 수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최 씨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딸의 흔적을 돌아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쌓인 수사 노트가 다섯 권이 넘었다.

영화 ‘증발’

그 사이 실종자들을 위한 활동에도 나섰다.

한국실종연구회 회장을 맡으며 실종 관련 강의를 하고 실종아동 부모들과 힘을 모아 2005년 ‘실종아동 등 보호법’ 제정도 이끌었다.

그리고 살아 있다면 26살이 되었을 딸을 여전히 기다린다.

언젠가 꼭 만나리라는 바람으로 준원이의 유치원 가방과 옷, 소지품도 간직하고 있다.

‘증발’은 국내 최초 장기실종아동 소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연출을 맡은 김성민 감독은 고통과 한 몸이 되어버린 이 가족의 일상을 담는 것이 또 다른 폭력이 되지 않도록 고민했다.

2013년 영화를 기획한 후 촬영‧완성‧개봉하기까지 7년간 끊임없는 고민과 자기 검열을 거쳤다고 한다.

실종아동 가족에게 다가가는 방법도 전문 심리상담가와 의논하고, 실종이라는 소재의 선정성에 매몰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가족의 정신적 고통을 담담히 풍경처럼 그려내면서 상처와 치유의 문제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영화 ‘증발’

이런 노력 덕분에 영화는 장기실종아동 문제를 새롭게 접근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 장편상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등 국내 다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화제성과 작품성도 입증했다.

한편, 실종아동 실태에 관한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실종아동 찾기 #찾을수있다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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