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사무총장 당선…중국 정권 영향력 차단

한동훈
2020년 3월 6일
업데이트: 2020년 3월 6일

유엔 특별기구인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사무총장 선거에서 싱가포르 후보가 중국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지난 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IPO 본부에서 실시된 투표에서 다렌 탕 싱가포르 특허청장이 55표를 얻어 신임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지식재산권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중심에서 핵심 이슈의 하나다. 그와 경쟁했던 중국 왕빈잉 현 WIPO 사무차장은 28표에 그쳤다.

WIPO는 국제 지재권 관련 26개 국제 조항을 관장하는 유엔 산하 특별기구로 지식재산 및 기술 관련 소송에서 대안적인 분쟁 해결 등을 주관한다.

그동안 서방 사회는 국제특허 시스템을 감독하는 유엔기구를 지적재산 침해가 심각한 국가인 중국이 장악할 경우 경제는 물론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해왔다.

중국 출신의 왕빈잉(王彬穎) 현 WIPO 사무차장은 30년 가까이 유엔 관료조직에 몸담아 왔다. 그러나 사무총장으로 당선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호주 출신의 프란시스 거리(Francis Gurry) 사무총장이 물러나고 왕빈잉이 사무총장에 취임하면 중국 정권의 뜻대로 WIPO를 이끌 것이라는 우려였다.

미국 안보정책센터 전 부센터장인 크리스토퍼 헐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중국에 WIPO를 주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여우에게 세계 최대의 닭장을 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유엔 체제 내에서 일하는 중국 출신 관리들은 중국 공산당의 압박과 회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월 21일 중국 법원에 출석한 멍훙웨이 전 인터폴 총재 | AFP=연합뉴스

중국 출신의 첫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였던 멍훙웨이(孟宏偉)는 중국으로 출장을 갔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돼 징역 1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혐의 자체는 그가 중국에서 공안부 부부장 등으로 재직할 때 저지른 비리에 대한 것이었지만, 중국 안팎에서는 ‘인터폴 총재로 재임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게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멍훙웨이가 중국 공산당 지시대로 따랐을 경우, 활용 가치가 높은 재임 기간에 체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공안부 역시 “당국의 허가 없이 결정을 내리거나 말하는 것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며 “(멍훙웨이가) 당의 결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에 대해 “완전히 책임져야 한다”고 밝혀 체포의 주된 이유가 비리가 아닌 지시 불복종임을 시사했다.

마찬가지로 왕빈잉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캘리포니아의 특허분쟁 변호사 제임스 풀리 전 WIPO 사무차장은에포크타임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왕빈잉에 대해 안다. 똑똑한 사람이지만 중국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풀리 전 차장은 왕빈잉이 사무총장이 될 경우, 엄청난 무역기밀을 보관하고 있는 WIPO 데이터베이스의 안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WIPO는 매년 약 25만 건의 특허 출원 신청을 받는다. 이 모든 것이 풀리가 WIPO 재직 당시 이끌던 특허 관리 부서가 운영하는 컴퓨터 시스템에 저장된다.

그는 “WIPO의 컴퓨터 시스템은 미발표 특허 등 아마 세계 어디에도 없을 만큼 첨단기술이 집약된 곳이다. 이 시스템은 별도의 건물에 따로 설치된 보안 시스템으로 보호받아 매우 안전하다. 경비도 매우 삼엄하다”면서 “하지만 열쇠를 쥔 사람에게 강력한 보안은 아무 장애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그는 WIPO의 조직은 사무총장에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는 구조라며 “서양의 정상적인 조직 구성원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직위다. 이런 권한으로 WIPO 사무총장이라면 누구라도 모든 기술이 담긴 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에드워즈 이글 포럼 교육법률방위기금 특허정책 고문은 “중국의 WIPO 장악은 영리하면서 교활한 전략이다. 세상 모든 지적재산을 중국의 군사와 민간분야 기술개발에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드워즈 고문은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WIPO를 무기화하고, 중국의 지식재산 도용 능력을 극대화하며, 지식재산 도용을 위해 인력을 파견하는 ‘천인계획(千人計劃)’ 같은 중국의 계획을 완벽하게 보완해 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은 식량농업기구, 국제민간항공기구, 산업개발기구, 국제전기통신연합 등 4개 유엔 기관을 이끌며 유엔 회원국 중 가장 많은 기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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