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빨간불 中, 청년층에 “귀농 창업” 대대적 선전

강우찬
2021년 3월 11일
업데이트: 2021년 3월 11일

정부 선전에 공기업 포기하고 귀농 택한 허모씨
“약속했던 보조금, 처우 없어…생활만 겨우 유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아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중공 당국은 도시민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젊은 사람들의 농촌 ‘창업’을 대대적으로 호소했다.

톈진(天津)의 한 대학생은 “호소에 응했지만, 정부 측의 사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실시간 통계에 따르면 유럽 중부시간으로 3월 8일까지 전 세계 중공바이러스(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억1636만3935명, 누적 사망자는 258만7225명에 이른다. 최근 진정세를 보이긴 하지만, 여러 나라의 경제가 전염병 충격으로 타격을 받았다.

중공 당국은 전염병에 대응해 오랜 기간 가혹한 전면 봉쇄 정책을 시행해 왔고, 이로 인해 중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수많은 국민이 실업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베이징 당국이 최근 대규모 실업으로 인한 사회 불안에 대비해 도시 내 고학력 청년들이 농촌으로 가 ‘창업’을 하도록 독려하는 홍보를 강화하면서 최신판 ‘상산하향(上山下∙문화대혁명 후기 도시 청년과 지식인을 농촌으로 보낸 귀농 운동)’을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중공 중앙 판공청, 국무원 판공청은 2월 23일 ‘농촌 인재 진흥 속도를 높이자는 의견에 관하여’ 공문을 발표하며 청년과 지식인들의 귀농 운동을 다시 추진했다. 1년여 전부터 중공의 각 대형 관영 매체와 저명한 학자들은 ‘상산하향’ 운동 재개를 위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상산하향 운동 포스터. 가운데 남성과 오른쪽 청년이 손에 들고 있는 작은 책은 마오쩌둥 어록이다. 이들은 농촌으로 내려가 농민들에 대한 사상 교육도 담당했다. | 자료사진

보도에 따르면 톈진의 한 명문대 졸업생 허(何)모 씨는 정부 측의 홍보를 믿고 톈진에서 부모님이 주선해 준 국영기업 입사를 포기한 뒤 농촌에 가서 ‘자신을 단련하라’는 호소에 호응했다.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허 씨가 원하던 대로 농촌에 ‘정착’하자 향진(鄉鎮∙지방 소도시) 정부는 당초의 약속대로 그를 중용하지 않았다.

허 씨는 자신과 같은 고학력 청년들이 농촌에 내려가자 향 정부는 정부가 처음에  도시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제시했던 일자리에 배치하지 않고 여느 직원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일을 하는 정부 부서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정부 측이 사전에 약속했던 정부 보조금과 좋은 조건들도 지켜지지 않았다.

허 씨는 “우리의 급여나 처우는 그리 높지 않다. 아마 일반 공무원 수준에 못 미칠 것”라며 “우리에게 (애초에 주기로 한) 특별 보조금은 없었고, 지금 우리의 처우는 우리 일상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다”라고 했다.

보도는 정부가 대학생들이 농촌으로 내려가도록 강력히 추진하는 단계에서 정부 측은 대학생들에게 ‘호적 해결, 대학원생 우선 배치, 특별 보조금 지급’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대학 졸업생들이 ‘산상하향’을 발판으로 삼아 정부가 추진하는 ‘인재 귀농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관련 정책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보조금도 충분치 못하고, 시행 능력이 떨어져 이들 고학력 청년들은 농촌으로 내려간 후 여의치 않아 대부분 떠나야 했다.

상산하향 운동으로 농촌에 내려간 청년들이 사상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 자료사진

사실 지식 청년들의 ‘상산하향’ 운동이라는 나쁜 선례를 처음으로 만든 인물이 마오쩌둥이다.

마오쩌둥이 촉발시킨 1960~70년대 광란의 문화대혁명은 중국 문화뿐 아니라 경제마저 파국으로 몰고 갔고, 수많은 지식 청년이 도시에서 취업할 기회를 박탈했다.

마오쩌둥은 ‘혁명 열정이 식지 않고 사상이 활발한’ 지식 청년들이 도시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산상하향’ 운동을 벌였고, 강력한 정치적 선전을 통해 수천만 명의 도시 지식 청년들이 산간벽지에 가서 농촌과 변방을 ‘지원’하도록 속여 그 세대엔 지울 수 없는 악몽이 되었다.

중공사(史) 연구자인 쑹용이(宋永毅) 캘리포니아주립대 LA캠퍼스 교수는 VOA와 인터뷰에서 “지식 청년, 지식인의 독립사상이 좀 더 많아질 것”이라며 “마오쩌둥이든 시진핑이든 이들 젊은 층이 독립적인 사고를 갖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국민의 사고를 통제하기 위해 운동을 벌이고, 이들을 농촌으로 보내 ‘농민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학자 우줘라이(吳祚來) 역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공의 신구(新舊) ‘귀농’ 운동의 정책 목표는 같다며 “이들을 변방으로 보내 중공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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