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출범특집] “청와대 아닌 국무회의가 국정 운영 중심” 강원택 서울대 교수

[신정부출범특집]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⑫
최창근
2022년 04월 16일 오후 4:01 업데이트: 2022년 04월 16일 오후 5:06

제20대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됐습니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모든 대통령은 ‘성공’을 갈망하는 국민의 지지 속에서 청와대에 입성합니다. 다만 5년 후 청와대를 나오는 대통령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성공을 바라지만 성공한 대통령은 가지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에포크타임스는 신정부 출범 특집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전직 정부 각료, 전직 청와대 참모진, 학자, 언론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연속 대담을 통하여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조망해 보고자 합니다.
그 열두 번째 순서로 한국정치·정당 전문가인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와 청와대 중심 국정 운영의 문제점과 대안, 대통령 리더십,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운영 방향 등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정치학자이다. 주요 연구 강의 분야는 한국정치론과 정당론이다.
서울대 지리학과를 거쳐 서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同) 대학원 정치학 박사 과정 수료 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단법인 대륙연구소 연구원, 현대경제사회연구원 주임연구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을 거쳐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강단에 섰고 2010년부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문화방송(MBC) 선거보도 자문위원,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정과 노동포럼’ 위원,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정책자문위원, 안전행정부 정책자문회원회 총괄위원장, 국회 헌법개정자문회위원회 위원,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갈등관리포럼 위원, 국가보훈위원회 위원, 헌법 및 헌법재판 발전연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학계에서는 한국정당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정당론’ ‘한국정치론’ ‘한국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한국의 선거 정치 2010-2020’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영국 보수당 300년, 몰락과 재기의 역사’ ‘노무현 정부의 딜레마와 선택’ ‘한국의 선거 정치 : 이념, 지역, 세대와 미디어’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등 다수 저작이 있으며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펴내고 있는 ‘대통령의 성공조건’ 시리즈에도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강원택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학자이다. 대학 강의 외 저술 활동, 특강, 칼럼 기고, 인터뷰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을 거쳐 선진국으로 도약한 유례 없는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성공 사례는 드뭅니다. 괴리 현상의 원인은 무엇이라 진단하나요?

강원택 교수는 “역대 대통령이 실패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정치제도 발전과 경제 성장 성과를 예로 들었다.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재임기, 즉 권위주의 통치기에 대한민국은 경제 성장을 이뤄 중진국 대열에 진입했습니다. 제5공화국 전두환 대통령 임기 말, 1인당 국민 소득이 7000달러 전후였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경제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졌지만 대한민국은 지속 성장하여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민 소득 3만 5000달러에 도달했습니다.” 그는 정치 발전 면에서도 진일보하여 민주주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자와 낙선자 득표율 차이가 0.7% 포인트에 불과했습니다. 말 그대로 박빙(薄氷) 승부였음에도 패자는 결과에 승복했습니다. 선거라는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이 되는 ‘룰(rule)’이 확고하게 자리잡았다는 방증입니다. 시민 자유지수, 언론자유지수, 인권지수 등 제반 지표면에서도 한국은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진입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민주화 이전이든 이후이든 역대 한국 대통령들이 실패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역대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질문에 강원택 교수는 기대치가 높은 만큼 실망감도 큰 법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 국민의 대통령과 정치권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습니다. 기대치는 높은데 대통령의 도덕성이나 통치 능력이 이에 못 미친다고 판단하니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찍는 것이고요.”라고 이야기한 강원택 교수는 역대 대통령들의 재임 시 업적을 고려할 때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친인척 비리, 측근 비리 등 도덕적인 문제에서 국민에게 실망감을 주었고 이는 가혹한 평가로 이어진 면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역대 대통령 실패했다 단정 지을 수는 없어
전임자 업적 지우기 지속

전임자 업적 지우기 현상도 두드러집니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문민(文民)’ 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정부 이후 전임 대통령을 부정하고 때로는 사법 처리하기까지 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후 ‘역사 바로 세우기’를 추진하면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고 수감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30년 군(軍) 출신 대통령 이후 첫 문민 대통령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군부 권위주의 시대를 청산한다는 명분으로 전직 대통령들을 단죄한 것입니다. 이는 일정 부분 정당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김영삼 대통령의 사례는 묘하게도 하나의 ‘전례’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대통령들은 전임자 지우기, 단죄를 반복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이른바 ‘적폐청산’을 내세우며 이명박·박근혜 대통령과 당시 정부에서 일했던 공직자들을 사법 처리했고요.”라고 이야기한 강원택 교수는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은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하지만 이제까지 한국 대통령들은 나름의 소명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후 ‘역사 바로 세우기’를 단행하면서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법처리했다. | 연합뉴스.

전임 대통령이 연이어 사법처리됐습니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는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 탄생 배경에는 스스로 삶을 마감한 고(故) 노무현 대통령 사건이 자리합니다. 현 정부 인사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 보복’으로 노무현 대통령 일가를 수사하고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불행을 불렀다고 판단하는 듯합니다. 결국 집권 후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사법 처리하여 수감시키고요. 이러한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봅니다.” 강원택 교수는 장기 국가 과제 측면에서도 ‘전임자 업적 지우기’는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정당 출신인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이명박 정부 핵심 정책이었던 ‘녹색’이 사라졌습니다. 전임 대통령이 5년 내내 주력했던 정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요. ‘저출산·고령화 대책’ ‘4차 산업 혁명 시대 대비’ ‘교육 혁신’ 등 중차대한 국가 과제는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추진한다고 성과가 날 수 없습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책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하는 분야이고요. 국가 미래를 위한 장기 과제가 어떻게 대통령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추진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유지된다면 말이죠.” 그는 불가피 할 경우 개헌도 고려해야 한다며 덧붙였다. “개인적으로는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만 국민 여론은 의원내각제 개헌을 원하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대안은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봅니다. 대통령은 장기적인 국가발전계획 수립과 위기 관리에 집중하고 실질적인 정책 결정과 집행은 국무총리가 맡는 방식입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대통령제는 독재로 가는 통로로 불리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제로 비판받습니다. 제도와 이를 운용하는 사람 중 어느 것이 문제일까요?

“‘제도가 문제이냐 사람이 문제이냐?’ 하는 것은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어느 것에 주안점 두느냐에 따라 제도주의자들은 제도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사람을 비중 있게 보는 측에서는 리더십 문제를 지목할 수 있겠죠.”라고 전제한 강원택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비판받지만 한국은 여타 국가들과 차이점이 분명하다고 강조하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한국이 기타 신(新)대통령제 국가와 차이점은 이른바 ‘게임의 룰’에 대한 합의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일단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고 제6공화국 헌법하에서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연임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 합의가 있다는 것입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로 국가 최고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가 ‘87년 체제’의 핵심 가치인데 30년 넘게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승자독식 속성을 가진 대통령제가 가진 본연의 문제가 존재하기는 합니다.”

게임의 룰 합의는 잘 지켜져
반대파 적대시하는 문제는 있어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해 준다면요?

“현행 제도하에서 선거에서 승리하면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자신에게 모든 권한이 있다’는 착각 또는 오만에 빠지게 됩니다. 승자의 오만이라 할까요. 여기에 5년 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어떠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역사에 기록될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조급증이 더해져 문제를 가중시킵니다.”라고 이야기 한 강원택 교수는 기본적으로 선거에서 패한 측이나 반대파를 용인하지 않는 적대적 정치 문화가 대통령을 실패로 모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권력을 잡은 보수 세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습니다. 선거 구호로는 효과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집권 후 그 구호는 자신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10년 세월 동안 우리 사회는 변화해 올 수밖에 없고 우리를 둘러싼 주변 여건도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당시 새로운 집권 세력이 보기에 이전 10년이 불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해도 그 이전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애초부터 비현실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정파적·이념적 편견과 승리의 오만이 인식의 왜곡을 불러왔습니다.”

대통령의 불통문제도 지적됩니다.

“한국처럼 강한 대통령제도를 가진 국가에서는 불가피한 문제입니다. 국민 다수의 뜻이 아닌 대통령 개인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게 되는 것이죠. ‘주권자(principal)’인 국민이 아니라 ‘대리인(agent)의 수장’인 대통령의 의중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강원택 교수는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이후 ‘의회 활동 경력’이 짧은 대통령이 연속 배출되고 있고 그로 인한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가용할 수 있는 인재 풀(pool)도 협소하고요. 이 속에서 대통령과 소수의 측근이 ‘우리는 잘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잘하고 있습니다’ 식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합니다. 유유상종(類類相從)하면서 ‘반대파’ ‘소수의견’을 불편하게 여기게 되고요. 이 속에서 국민의 바람 혹은 여론과 괴리 현상을 빚게 되고 ‘불통’ 논란도 낳게 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리더십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라 보나요?

승자독식제 외에 다른 제도적 문제도 있다며 강원택 교수는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이라는 두 가지 역할이 부여된 것이 한국 대통령제의 근원적 문제라고 했다. “헌법상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동시에 행정부 수반의 이중적 지위를 지닙니다. 두 가지 지위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 상호모순적일 때가 있고요.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은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초월하여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기를 원합니다. 되어야 하고요. 그 연장선상에서 대통령직(職)은 국민통합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가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책은 기본적으로 이념성과 방향성을 내포합니다. 구체적으로 대(對) 북한 정책, 조세정책 등에는 보수·진보 간 이념 지향성과 그에 따른 정책 방향성이 극명하게 나뉘어집니다. 이러한 정책을 입안·집행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은 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의 한가운데 설 수밖에 없고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파문 같은 극렬한 여론 분열 상황 속에서도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논쟁의 한가운데 자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통령과 청와대 정책실 등이 구체적인 정책이나 국정 현안에 개입하는 강도가 커질수록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집니다.”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 지위가 상호 모순적일 때도
분권과 위임이 해법

대안은 무엇일까요?

“분권(分權)과 위임(委任)입니다. 대통령은 중요 정책만 챙기고 국정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에게 위임해야 합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라고 하여 대통령이 모든 국가 정책 결정에 개입할 수도 개입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통령이라고 하여 전지전능한 존재도 아니고요. 고도의 복잡성을 지닌 현대 사회에서 모든 결정을 합리적으로 내릴 수도 없습니다. 행정학 분야에서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이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주창했잖아요. 사이언의 이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싶어 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 요인으로 인하여 실제 그러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고요. 이 점에서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각료나 보좌진에게 업무를 위임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失政)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도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정책을 주도했으면 정책 실패 책임을 물어 장·차관을 경질하고 ‘정부는 기존 정책을 수정·폐기하고 새로운 정책을 추진한다’는 메시지만 주어도 되는데 청와대 정책실이 전면에 나서니 정책 실패 책임의 화살이 대통령과 청와대로 향하게 됐습니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한 강원택 교수는 중요한 정치적 판단을 내리거나 정책을 수립할 때에는 국민 여론 수렴이 중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집권 여당을 통해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黨)·정(政) 관계가 긴밀해야 합니다. 문제는 ‘당·정 분리’를 선언했던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 대통령과 청와대가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멀리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중요 정치적 판단, 정책 결정이 대통령과 소수의 보좌진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책임도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임기 말에 ‘당·정 분리는 잘못됐다.’고 시인했습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사례도 제시했다.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크게 세 가지로 집약됩니다. 행정부의 관료 집단, 집권 여당, ‘청와대’로 통칭되는 대통령 보좌조직입니다.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진 세 집단을 조화롭게 사용하면 대통령의 통치가 효율적으로 됩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 점에서 세 집단을 잘 활용했다고 봅니다. 당시만 해도 청와대로 무게추가 기우는 현상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요.” 이야기는 자연 청와대 정책실 문제로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 신설된 청와대 정책실에 대하여 ‘정책실 신설’ 아이디어 제공자인 이홍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명예교수는 “오늘날의 청와대 정책실이 내가 제안한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제도 설계 취지를 오해한 것인지는 몰라도 문재인 정부는 정책실 산하에 경제수석비서관실·일자리수석비서관실 등의 영역별 부처업무 관장 기능을 그 밑에 둔 것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원택 교수도 동아시아연구원(EAI)이 발간한 ‘2022 대통령의 성공 조건’에 실린 ‘청와대 정부를 혁파하라’ 제하의 글에서 청와대로 대변되는 대통령 측근과 참모진 중심 국정 운영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 중심 국정운영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있어서 자원 활용 제한의 요인으로 작용하며 내각, 집권 여당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평가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청와대 규모·역할 축소 ▲국무회의 활성화 ▲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실 역할 제한과 정책실 폐지 등을 제안했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강원택 교수는 행정 부처 자율성을 약화시키고 이른바 ‘청와대 정부화’를 만든 청와대 정책실 폐지를 주장했다. | 연합뉴스.

청와대 정책실이 제도 설계와 운용 면에서 원래 취지를 벗어났다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정책실 폐지를 주장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운용의 잘못이라 봅니다.”라며 강원택 교수는 설명을 이어갔다. “이른바 ‘노무현 정부 시즌 2’라 할 수 있는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관료집단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관료집단을 대통령과 청와대가 틀어쥐고 국정 운영을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합니다. 제한된 임기 5년 동안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도 더해지고요.” 강원택 교수는  보신(保身)주의, 부처 할거주의, 부처 이기주의, 부처 간 칸막이 현상 등 관료집단 특유의 병리(病理)현상도 존재하지만 관료 집단 고유의 전문성은 존중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탈(脫)원전 정책, 부동산 규제 정책 등은 청와대 정책실이 주도했습니다. 현장 관료들은 현실성을 들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무시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따르게 한 것이죠. 결과는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요.” 그는 노무현·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 문제점 지적을 이어갔다. “비서실장(장관급)과 별도로 장관급 정책실장을 설치한 것은 기본적으로 관료집단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입니다. 정책실 강화는 해당 부처 자율성과 기능 약화로 이어집니다. 구체적인 정책 수립·추진 과정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정책실장 산하에 경제수석비서관, 일자리수석비서관 등을 두고 경제·사회 정책을 주도하니 경제부총리의 역할이 없어졌습니다. 부처 일선 공무원들도 청와대 눈치를 보고 거기에 맞춰 정책을 입안하는 이른바 ‘청와대 맞춤형’ 정책을 양산했습니다. 관료집단 고유의 전문성·합리성에 기반한 정책이 수립될 수 없는 것입니다. 아울러 원론적인 이야기인데 비서실·정책실은 참모(staff) 조직으로서 정책을 추진하는 계선(line)조직이 아닙니다. 대통령 보좌가 주 목적인 참모 조직이 계선 조직 위에 군림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이를 종합 할 때 사실상 옥상옥(屋上屋)으로서 대통령의 이름 빌려서 행정부를 좌지우지하는 조직은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강원택 교수는 정책실의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는 것도 지적하며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에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정책실장은 법적으로 규정된 직위가 아니다. 정부조직법 제14조(대통령비서실)은 ‘①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기 위하여 대통령 비서실을 둔다. ②대통령 비서실에 실장 1명을 두되, 실장은 정무직으로 한다.’라고만 규정되어 있다. 법령(法令)이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정책실장을 만든 것이다. 정책실장직은 폐지하고 비서실장이 그 역할을 담당하거나 비서실장 산하에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두어 정부 부처나 비서실 내부 이견과 입장 차이를 조율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참모 조직인 청와대가 국정 전면에 나서서는 안 돼
정책실 폐지하고 인사수석비서관실 축소해야

한반도선진화재단 주최 제175회 공동체자유주의 세미나에서 강연하는 강원택 교수. | 연합뉴스.

청와대 정무라인도 제 기능을 못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항간에서는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을 () 배달 수석이라고 폄하하기도 합니다.

“청와대 정책실이 독주하면서 정무·의전 역할을 수행하는 비서실장의 위상과 역할도 모호해졌습니다. 비서실장과 더불어 정무수석비서관 위상 약화 문제도 심각하고요.”라며 강원택 교수는 대통령이 정치적 경험이 적을수록 청와대 정무라인을 강화해야 하는데 반대로 간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직선제 개헌 후 첫 대통령이었던 노태우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자주 만났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전두환 정부에서 초대 정무장관을 맡은 경험도 있고요. 다선 국회의원 출신의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의회 경험이 풍부해서 야당과 담판이나 협상에 익숙했습니다. 이후 대통령은 정치적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서 ‘정무라인’의 중요성이 더 커졌음에도 반대로 청와대의 정무 기능을 약화시켰습니다. 이는 오늘날 여·야 간 정쟁이 격렬해진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강원택 교수는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은 야당과 공개·비(非)공개 접촉을 자주하며 난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정무수석비서관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대통령이 신임하고 대통령을 대리하여 야당과 접촉하는 인사가 정무수석비서관이라는 메시지를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야당과 협상이나 담판을 통해서 정치적으로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는 야당과 소통할 수 있고 정치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어떠한 자질을 가진 사람이 적합한가요?

“개인적으로 박정희 대통령을 10년 가까이 보좌했던 김정렴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상적인 모델이라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평가합니다.”라고 이야기한 강원택 교수는 비서실장 이하 참모진이 ‘비서(祕書)’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비서는 기본적으로 모시는 사람의 그림자 같은 존재여야지 존재감을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 국정 운영 방향을 숙지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핵심 의제, 주요한 정책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좌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비서실이 직접 전면에 나서면 국정 운영 시스템이 제대로 안 돌아가게 됩니다. 국정은 국무회의를 중심으로 운영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 비서실(미래전략실, 현재는 해체)은 비전 제시, 기업 장기 경영 계획 수립, 계열사 간 업무 조율이 주 역할입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공정 문제에 개입하거나 텔레비전 생산 수량을 결정하는 등의 역할은 하지 않습니다. 이에 비춰 볼 때 그동안 대통령 비서실·정책실 운영이 얼마나 잘못되어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비서실은 ‘비서’업무 본연에 충실해야
정무라인 강화해서 야당과 소통 필요

역대 대통령마다 공식 계선(line)조직, 공식 참모(staff)조직과 별개로 이른바 비선(秘線)’조직이 존재했습니다.

“대통령 1인에게로 고도로 권력이 집중된 현행 제도 속에서 결국 대통령과의 ‘물리적 거리’가 권력의 유무 혹은 권력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해당 인사의 공식적인 직위·직책과 무관하게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강한 사람’ 혹은 권력자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속에서 이른바 ‘문고리 권력’ ‘비선(秘線) 실세’ 등이 생겨나고요.”라고 이야기한 강원택 교수는 대통령의 측근이라 하여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도 했다. “민주화 투쟁을 오래 했던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에게도 ‘동지’ 혹은 ‘가신(家臣)’ 그룹이 존재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대통령의 측근인 것이죠. 주지할 점은 대통령과 사적으로 가까웠던 이들이 대통령에게 ‘쓴소리’ ‘직언’도 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자녀들의 전횡이나 국정 개입 문제를 비롯해서요. 이 점에서 대통령이 건의를 수용하느냐 여부를 떠나서 가감 없이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대통령은 공사(公私) 구분에 엄격해야 하며 친인척이나 측근 문제에도 단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친인척이나 측근에게는 서운한 일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권력의 어두운 속성으로부터 보호받는 길이기도 합니다.”

선거에서 유용한 참모와 향후 국정 운영을 같이 할 참모의 자질은 다릅니다. 문제는 선거 참모가 집권 후 청와대나 정부 고위직으로 직행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직무 수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 중 하나가 인사문제입니다. 새로운 정부의 국정 운영 청사진을 그리는 단계에서는 선거 때부터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온 선거 캠프 출신 인사가 필요합니다. 유의할 점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이른바 ‘자리 사냥꾼’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선거캠프 출신이라 하여 무조건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역량 검증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다 하여 해당 인사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것은 대통령과 해당 인사의 ‘사(私)’적인 관계이고 집권 후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은 ‘공(公)’적 영역의 문제이기 때문에 두 가지를 분리해야 합니다.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인사(人事) 이야기는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실 존치 여부 문제로 이어졌다. 강원택 교수는 ‘인사수석비서관실 역할 제한’을 주문했다.

강원택 교수는 동아시아연구원이 발간한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에서 청와대 정부 혁파를 주문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폐지 내지는 역할 축소를 주문했습니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설치 시 인사보좌관)은 ‘2002 대통령의 성공 조건’에서 제안한 아이디어를 노무현 정부가 수용하여 설치됐습니다. 처음에는 ‘인사보좌관’ 직책이었습니다. 처음 설치 시 취지는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청문 대상자가 각종 논란으로 중도 사퇴하는 일이 잦아지니 청와대 차원에서 인사 검증을 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인사수석비서관실 조직이 증대되고 권한도 덩달아 커지면서 초기 인사 검증 대상으로 한정했던 장·차관급 고위공직자뿐만 아니라 부처 실·국장, 과장 인사 문제까지 청와대가 개입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후에는 정부 출연·투자 기관 임직원, 심지어 공공기관 사외이사 인선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 속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도 끊이지 않았습니다.”라며 인사수석비서관실이 당초 제도 설계·운영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며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한 강원택 교수는 청와대의 과도한 인사 개입 문제의 부정적 측면을 연이어 이야기했다. “청와대가 인사에 개입함으로 인하여 부처나 기관 자율성이 저해됐습니다. 장관이나 기관장의 리더십 문제도 발생하고요. 소속 직원 인사권이 없는 장관이나 기관장이 기관을 제대로 통솔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는 청와대가 각종 공직 임명에 개입함으로써 낙하산 논란을 일으키고 이는 대통령이 가진 가장 중요한 자원인 행정부 관료집단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도 들었다. 이러한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서 인사수석비서관실이 담당하는 인사 범위를 고위 정무직 공무원 중심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사수석비서관실도 조직도 폐지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행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 소속 직원 인사권은 장관·기관장에게 일임해야 합니다. 인사수석실의 인사 추천·임명은 소수의 고위 정무직으로 한정해야 합니다.”

부처 기관 인사권은 기관장에게 위임해야
국회가 행정부에 ‘명령’하는 것은 옳지 않아

대통령과 ‘선출된 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관료집단을 어떻게 통제해야 하나요? 이를 위해 때로는 코드 인사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국무위원’ 등 정부 핵심 직위나 청와대 고위 참모진의 일부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인사를 임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통령 프로젝트’라고도 할 수 있는 대통령이 임기 내 추진해야 할 핵심 정책 어젠더 관련해서는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팀을 이뤄 같이 가야 합니다. 정책 방향성이 편중되거나 정책 결정 과정에 있어서 지나치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기 위하여 인사에 있어 ‘개방성’도 요구됩니다. 때로는 ‘레드팀(Red Team· 같은 조직 안에서 모의 적군의 입장을 갖고 현 조직 내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팀)’ 역할을 해 줄 인사도 필요하고요.” 강원택 교수는 ‘전문관료집단의 민주적 통제’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모두 ‘선출된 권력’임은 분명합니다. 주지할 점은 행정부 관련해서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행정부에 속한 관료집단을 민주적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이 부여된 것이지 국회에 부여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이 총리와 각료를 겸하는 의원내각제에서는 국회가 직접 행정부를 통제할 수 있으나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는 맞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행정부가 입안하는 정책의 타당성·효율성 여부를 판단하고 견제하는 것이 국회 본연의 역할입니다. 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행정부이죠. 문재인 정부에서 코로나 19 보상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두고서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가 갈등을 벌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기획재정부에 명령하면 따라야 하겠지만 여당의 요구에 기획재정부가 따를 의무는 없습니다. 만약 여당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고 싶으면 당(黨)·정(政) 협의 혹은 당·청 협의를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고 대통령을 통해서 기획재정부에 명령해야 합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의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 책에서는 ‘권력은 나누어야 한다’ ‘분열된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 ‘전문성과 실행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등 3가지를 차기 대통령과 정부의 성공 조건으로 제시했다.  | 동아시아연구원.

차기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할 것을 조언한다면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다양한 제도적·인적 자원을 활용해야 합니다. 문제는 근래 들어 대통령 비서실·정책실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청와대 중심 정부’ 중심의 국정 운영은 당장은 효율적이고 편리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 효율적인 정책 성과를 창출하는 것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라며 강원택 교수는 다음을 제안했다. “첫째, 청와대로 대변되는 대통령 보좌 조직의 규모와 역할을 축소해야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기 원형이 만들어진 후 청와대는 조직 규모와 예산이 나날이 증대되어 왔습니다. ‘일하는 청와대’는 잘못된 개념입니다. 대통령 보좌조직은 대통령의 핵심 어젠더만 담당하고 일상 국정 운영은 국무총리와 각 부처에 맡겨야 합니다. 둘째, 국무회의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대통령 비서진이 각료를 지휘하는 형태의 국정 운영에서 벗어나 행정 각부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국가 주요 정책은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가 아닌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논의되고 심의(審議)되어야 합니다. 이는 헌법 정신에도 부합합니다. 셋째, 청와대 정책실은 폐지하고 인사수석비서관의 역할을 제한해야 합니다. 아울러 국가안보실 상임위원회의를 폐지하고 대통령이 의장이 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실질적인 외교·안보 사령탑이 되게 해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청와대 정부 혁파’를 주문한 강원택 교수는 청와대가 집중된 권력을 내려 놓고 국정 기획·조정 역할에 집중하며, 대신 정부 각 기관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의 분권적 통치가 성공한 대통령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강원택 교수는 취임 2년간 여소야대 정국을 맞이할 윤석열 차기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하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야당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 점에서 노태우 대통령 집권 초기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태우 정부 당시가 지금의 정국 구도와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정의당은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국회 전체 의석 299석 중 125석을 얻는 데 그쳤습니다. 대통령은 평화민주당(김대중)·통일민주당(김영삼)·신민주공화당(김종필) 등 야 3당의 정치공세 속에서 어려운 국정 운영을 했습니다. 불가피하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잦았습니다. 주지할 점은 노태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이후 국회에서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야 3당과 협의해 ‘4당 합의’로 통과시킨 사례가 있다는 것입니다. 1989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법’이 대표적입니다. 나는 이 사례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과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하여 야당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더하여 노태우 대통령은 영수(領袖) 회담을 자주 가졌습니다. 대통령은 야당과 거리를 두어서는 안 됩니다. 야당이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대상은 대통령이고 원하는 것도 대통령과 직접 소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