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출범특집] “새로운 정부 성공 여부는 인사가 결정” 이홍규 전 대통령 정책비서관

[신정부출범특집]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①
최창근
2022년 03월 17일 오후 7:57 업데이트: 2022년 03월 18일 오후 5:15

제20대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됐습니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모든 대통령은 ‘성공’을 갈망하는 국민의 지지 속에서 청와대에 입성합니다. 다만 5년 후 청와대를 나오는 대통령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성공을 바라지만 성공한 대통령은 가지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에포크타임스는 신정부 출범 특집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전직 정부 각료, 전직 청와대 참모진, 학자, 언론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연속 대담을 통하여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조망해 보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출신으로 대통령비서실 정책2비서관을 역임한 이홍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부 명예교수를 만나 대통령 당선자가 당면한 문제들, 초기 국정 운영 방향, 청와대 정책실 설립 제안 취지와 운영상의 문제점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홍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부 명예교수는 경영전략 분야 전문가이다. 행정 관료 출신 학자로서 이론과 실무 능력을 겸비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거쳐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MBA를 취득했고 한국외국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5년 제18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하여 공직에 선 후 산업통상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보직을 거쳤다. 이후 김영삼 정부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정책2비서관을 거쳐 1999년 통상산업부에서 관리관(1급)으로 명예퇴직했다. 공직 퇴임 후 의료기기 제조기업 메디슨 부사장을 역임했고 2001년부터 한국정보통신대(한국과학기술원과 합병) 교수로서 경영전략을 강의했다. 한국과학기술원 사회기술혁신연구소 소장, 한국정보사회학회 회장, 유네스코(UNESCO)한국위원회 위원 등 다양안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통령의 성공조건(2002)’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조건(2007)’ ‘뉴미디어시대의 비즈니스 모델(2011)’ ‘경제와 민주주의의 하모니(2017)’ ‘디지털 시대 인간에게 묻다(2021)’ 등이 있다. 이홍규 교수는 청와대 재직 경험을 살려 쓴 ‘대통령의 성공조건’에서 대통령 비서실과 별도의 정책실 신설을 제안했고 노무현 정부가 이를 받아 들여 제도화됐다.

이홍규 교수는 관료 출신 학자이다. 정부에서 일하던 시절 김영삼 정부 청와대 행정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실 정책2비서관 등으로 일하며 세계화, 정보화 개혁에 앞장서기도 했다. 통상산업부 관리관으로 명예 퇴임 후 벤처기업 경영자를 거쳐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 속에서 당선되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대통령과 정부가 실패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 보나요?

“나는 두 가지를 들고 싶은데, 첫째는 정치인의 욕망과 국민의 정치적 기대 간에 불일치가 일어나기 쉽다는 것입니다. 정치를 하고 공적인 자리로 가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권력욕이 있습니다. 권력욕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이를 제어하지 못하면 자기 마음대로 하려 든다는 것이죠. 특히 대통령과 대통령 참모진은 권력의 정점에 있기 때문에 권력욕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바람과 괴리가 발생하게 됩니다. 일종의 ‘소통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죠. 둘째는 지적 역량의 부족을 들 수 있겠는데요. 현대 국가는 다양한 환경 변화 속에 고도의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습니다. 변화무쌍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통령과 참모에게는 고도의 지적 역량이 요구되는데 이 점이 부족한 게 주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권력욕으로 인한 소통 불일치
고도의 불확실성 속에서 국정 운영에 대한 지적 역량 부족이 대통령 실패 원인

정부를 창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 등 4단계로 구분했습니다. 좀 더 설명해 준다면요.

“이는 기업 경영 전략을 국가 운영에 원용한 것입니다. 국가 운영은 거대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죠. 국가·기업 등 모든 시스템은 시작-성장-성숙-쇠퇴-소멸 사이클을 거치게 되는데 한 대통령과 정부도 마찬가지인 거죠. 달리 비유하면 5년 단임제하 한국 대통령과 정부는 수명이 5년으로 정해진 ‘스타트 업(start-up)’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홍규 교수는 5년이라는 임기 제한 때문에 정부 운영이 기업 운영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창업기나 성장기에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있습니다. 국가이니 정책 아이디어라고 합시다. 문제는 아이디어는 넘쳐나지만 실행 능력이 아직 갖추어지지 못했다는 것이죠. 왜? 신생 조직이니까요. 창업 초기 능력 있는 기업들은 빨리 성장하는데 관건은 아이디어를 실행해 옮길 능력이 과연 있느냐 여부입니다. 문제는 절대다수 스타트업 기업들이 이런 능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죠. 새로 출범한 대통령과 정부도 마찬가지죠. 정권 초기에는 국민적 기대가 높기에 정치력은 높을 수 있는데 실질적으로 일을 해 나갈 능력은 없거나 약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초기 6개월, 1년 정도가 지나가는 것이죠. 그러다 성숙기나 쇠퇴기가 되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증대되고 정치적 경쟁자도 그만큼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이죠. 그러니 임기 3년쯤 지나가면 이른바 ‘레임덕’이 서서히 시작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결국 5년 단임제가 가지는 한계라 할 수도 있습니다.” 이홍규 교수는 그렇다고 4년 중임제 개헌이 정답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취임 초기 봉착하는 공통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사 문제입니다. 정부의 성과는 50% 이상이 어떠한 사람을 쓰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인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다음은 어떠한 정책을 펼칠 것이냐입니다. 대통령이 되었다 하여 선거 과정에서 공약한 모든 정책을 하려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죠.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 운영은 지양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자신과 정부가 가진 에너지를 어디에 쓸 것인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부지런한 리더는 조직 구성원을 지치게 하여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는 말에 이홍규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은 부지런해야 합니다. 최고 국정 운영 책임자이니까 부지런해야죠. 문제는 대통령이 다른 사람에게 위임해도 될 일까지 직접 챙기니 일상 업무에 쫓겨 정작 자신이 꼭 해야 할 일, 즉 장기적인 국정 운영 비전이나 전략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죠. 각료나 청와대 참모 선에서 끝내도 될 일을 대통령이 직접 보고받고 하는 건 일종의 중복된 일이고 대통령 자신의 에너지 낭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사가 성패의 50% 이상 좌우
대통령은 만기친람 하기보다는 장기 국정운영 비전과 전략 고민해야

대통령 당선을 도운 이른바 선거 공신의 신정부 참여 폭은 어떠해야 하나요?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치열한 권력 투쟁에서 승리하는 과정인데 이른바 ‘측근’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대통령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측근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측근이 권력을 남용하거나 호가호위(狐假虎威)할 경우 부메랑이 되어 대통령에게 곧장 돌아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인간은 권력을 가지게 되면 잘못된 길로 가게 되는 근원적 속성을 지녔는데 이를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측근 문제를 지적한 이홍규 교수는 선거에 이기는 것과 국가 경영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거가 기본적으로 캠페인(campaign) 프로세스라면 국정 운영은 거버닝(governing) 프로세스입니다. 완전히 다른 개념이죠. 선거 과정에서는 정치적이고 ‘충성심’에 기반한 인물이 자연 많이 등용됩니다. 이런 유형의 인물들이 선거에서 이기는 데 효용성을 지닌다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선거 과정에서 효용성이 높았던 인물이 국가 경영 관점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성격을 지녔다는 점이죠. 기본적으로 국정 운영은 경영능력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인사도 이에 기반해야 합니다.”라고 말한 그는 케네디 대통령 사례를 들었다. “케네디는 당선되자마자 사람! 사람! 사람! 하고 외치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만큼 선거 과정에서 검증된 참모는 많지만, 검증된 정책 참모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선거 후 대통령 당선자는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고 그때는 국가 정책을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홍규 교수는 ‘풍요 속의 빈곤’에 직면하게 되는 대통령 당선자의 현실에 대해서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 조건’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기도 했다. “당선자와 측근들의 책상 위에는 이력서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모수자천(毛遂自薦) 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전화 벨 소리가 계속 울리겠지만, 그런 속에서 사람 기근을 느껴야 하는 것이 당선자의 운명이다.” 인사 문제로 이어진 대화는 선출된 권력자인 대통령의 관료집단에 대한 민주적 통제 이야기로 옮아갔다. 특히 이 문제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집권 여당과 주무 부처 기획재정부 간 갈등 등 이번 정부에서 두드러진 문제이기도 하다.

2015년 한국과학기술원 개교 44주년 기념식에서 공적상을 수상하는 이홍규 교수. 재임 시 사회기술혁신연구소를 설립하여 사회적 약자 배려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기술 및 정책을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Idea Factory라는 제작실험실을 구축하여 1년여 만에 30여 개의 시제품 제작, 2개의 특허출원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3D 프린터를 개발하여 사업화함으로써 단기간 내에 성공한 창업의 모범 사례를 남겼다.

대통령의 성공조건(2022)’ 책에서는 관료집단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서는 때론 코드 인사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는 어떻게 보나요?

“이른바 코드 인사도 필요하긴 합니다.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인사의 등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코드 인사를 하고 관료들을 그들이 가진 정치적 권력으로 짓누르게 되면 여러 문제가 야기된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인사권을 가지며 자기 주변 사람들을 쓰려고 하고 정책을 자신의 코드에 맞추려 하면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지요. 현장 사정에 밝고 정책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관료가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권력자에게 ‘항명’하는 것으로 만드는 권위주의적 분위기가 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이념이나 코드에 집착하면 관료들을 침묵하게 만듭니다.” 이홍규 교수는 관료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정책 현장을 알고 전문성을 가진 관료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면 정책과 현실의 괴리 현상이 발생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노동정책,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죠. 현장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정책을 이념에 기반해서만 펼치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죠.”

국정철학 이해하는 인사 등용은 필요
전문성 갖춘 관료의 이의제기를 항명으로 받아들여선 안 돼

적재적소에 인사를 기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유념해야 하나요?

“적재적소(適材適所)란 인사의 기본이고 성과를 내기 위한 전제입니다. 다시 말해 일의 성격과 그 일을 맡은 사람의 품성·능력의 합치가 중요합니다. 문제는 이 기본이 현실에서 지켜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적재적소의 인사를 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청와대 인사 시스템은 잘못됐다고 보입니다.”

대통령의 성공조건에서는 청와대 정책실과 더불어 인사수석비서관실 신설을 주장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에 기반하여 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비서관실(인사보좌관실)’이라는 제도를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당초 나의 취지는 지금의 운영방식과는 많이 다른 것이었습니다.”라고 전제한 이홍규 교수는 차관급 청와대 인사보좌관 제도를 도입한 노무현 정부부터 운영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에 인사수석비서관실을 설치하라는 것은 코드 인사 창구로 활용하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인재 발굴, 즉 헤드 헌팅에 노력을 기울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세상은 이제 인재 확보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정부 운영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 운영을 위한 광범위한 인재 풀(pool) 구축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괜히 헤드헌터 회사가 비싼 수수료 받고서 일하겠습니까? 이념·정파·배경을 초월하여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는 데 청와대와 정부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어야 합니다.” 국가 차원의 인재 풀 확충을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홍규 교수는 정부 고위직 임명에 있어서도 국정운영 능력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했다.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내각이나 청와대 보좌진 개편 때 국정운영 경험이 전혀 없는 대학 교수나 시민단체 출신 인사를 갑자기 발탁해서 고위직에 임명하고 난 뒤에 해당 인사가 국정 운영을 잘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봅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국정을 운영하려면 학습 비용 내지는 학습 시간이 필요한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넘는 시간을 업무 파악에 소비하게 됩니다. 내가 정부에 있을 때 보니 심지어 기업 최고 경영자(CEO) 출신도 장관 자리에 앉아 1년 넘게 헤매는 경우가 있더군요. 미국의 경우 청문회 제도가 잘 정착돼 있어서 청문회 과정에서 자질을 평가하고 능력 없는 사람을 걸러 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런 기능이 제도적으로 약하죠. 더구나 한국의 인사에서는 전반적으로 ‘평판 조회’가 약한 편입니다. 해당 인사를 잘 아는 다양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평가 정보를 얻는 평판 조회는 인사의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코드 인사가 때로 불가피하다 해도, 인사권자가 유념할 점은 경영 능력, 정책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기 사람을 행정 업무가 수행되는 조직, 즉 ‘계선조직(line organization)’에 앉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참모조직(staff organization)’에는 어느 정도 용인된다고 해도요.”

2002년 민간 싱크탱크 동아시아연구원(EAI) 대통령개혁연구팀이 발간한 ‘대통령의 성공조건’.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보고서를 정독하고 참모들에게 이 책을 읽을 것을 권유했다. 이후 청와대 정책실 신설, 인사보좌관제도 도입 등 보고서에서 제안한 사항들이 노무현 정부에서 제도화되기도 했다. 때문에 ‘대통령의 성공조건’은 노무현 정부의 교과서로 불리기도 했다. 이홍규 교수는 책에서 대통렁비서실과 별도의 정책실 설치를 제안했다.

국가운영에 필요한 광범위한 인재 풀 구축에 노력해야
외부 발탁 인사는 참모로만 써야… 계선 조직 책임자로 써선 곤란

미국에서도 교수·전문가가 정부 고위직에 발탁되는 사례가 많지만 대개 차관보정도 선이더군요. 한국처럼 바로 장·차관으로 임명되는 경우는 못 봤습니다.

“미국은 우수한 학문적 배경(academic career)을 가진 전문가들이 정부에 들어와도 국장 내지는 차관보 정도로 시작하죠. 그러다 다시 대학이나 싱크탱크로 돌아갔다 다시 정부에 들어오고 하는 회전문 인사 시스템이 정착돼 있죠. 그 과정에서 능력과 경륜이 쌓이면 차관, 부(副)장관으로 단계적으로 승진하고 능력 있으면 장관이 되기도 하고요.” 이홍규 교수는 법률가 출신을 우대하는 인사 풍토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법대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나름 매우 우수한 인재라 할 수 있어요. 문제는 아무리 인재라 하더라도 모든 일에서 인재라는 것이 아니란 것이죠. 일의 성격에 따라 개인의 지적 배경도 달라야 하는 것입니다. 국가의 정책을 만드는 것은 창의적이고 상상력을 요하는 일이며 더불어 공감 능력과 역동성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법학의 학문적 성격은 기본적으로 이런 점에서 취약하다 할 수 있습니다. 법학은 기본적으로 현상유지적이고 관리통제적이라는 속성을 지녔죠. 물론 모든 법률가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죠. 다만 노무현 정부부터 현 문재인 정부까지 정부와 청와대에 법률가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국정운영이란 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 국정을 창의적이고 국민과 공감하며 역동적으로 이끌어갈 힘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죠.”

정권 인수기 전임 정부와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여야 정권 교체가 일어날 경우 전임 대통령과 정부를 청산대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것 중 하나가 이른바 ‘적폐 청산’을 내세운 것이라고 봅니다. ‘거버넌스(governance)’는 기본적으로 연속체로서 속성을 지닙니다. 사회과학 용어를 빌리자면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모든 정부 기관들은 ‘제도적 기억(institutional memory)’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로의존성·제도적기억이 작동해야 정부가 작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정권이 바뀌었다 해도 기본적으로 90% 정도는 전임 정부가 하던 대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이 시스템 개혁이 아니라 인적 청산으로 귀결됐다는 점입니다. 이는 그러지 않아도 보수적인 관료들을 복지부동(伏地不動)하게 하거나 자기방어적으로 행동하게 만들었습니다.”

관료들이 자기 방어적으로 행동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요?

“국민이 원하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정부가 되기 힘들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적폐 청산이 관료사회 전반을 ‘불신사회’로 만들어버렸다고 생각됩니다. 불신사회에서는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이 증대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비용이죠. 겉으로는 관료 사회가 작동하는 듯해도 속을 들여다 보면 효율성·효과성 면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조선시대에는 사화(士禍)가 관료사회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는데 적폐 청산도 마찬가지라 봅니다. 관료들이 국가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국가 정책에 대해서 할 말을 못하게 만든 것이죠.”

관료 사회가 불신 사회화 되면 보이지 않는 거래 비용 발생
효율성과 능률성 저하 필연

 

민간 전문가 네트워크 안민정책포럼 회원들과 함께 한 이홍규 교수(첫 번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첫 번째 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는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두번째 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는 고 박세일 이사장이다.

효과적인 정권 인수는 왜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부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90% 정도는 지속성을 지니고 있고 5~10% 정도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데 지속성이 필요한 부분은 전임 정부로부터 제대로 인수인계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후임 대통령과 정부가 제대로 인수를 받으려면 자세를 낮출 수 있어야 하는데 새로운 권력자 입장에서는 심리상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러나 낮은 자세가 중요하다 보입니다. 앞으로 국정을 운영할 사람, 국민의 평가를 받을 사람이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죠. 인수에서 중요한 것은 숨겨진 정보이지요. 국정을 운영하다 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보들이 축적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정책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고 사람들의 입장이 다르고 서로 얽혀있는 것이 다르고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다양합니다. 부처에 따라 입장도 다른 것이고요. 이러한 맥락들을 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정보가 중요합니다.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드러나지 않은 중요한 정보를 넘겨 받는 것이 관건입니다. 전임 정부도 국정을 사유화했던 것이 아니라면 넘겨 주는 것이 마땅하고요.”

청와대 정책실 신설 아이디어 제공자로서 오늘날 정책실 운영은 어떻게 보나요?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에서 정책실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2002년 ‘대통령의 성공조건’에서 제시하였던 아이디어가 노무현 정부에서 채택되었던 것인데요. 전통적인 대통령비서실의 기능별 조직과 별도로 장관급 정책실이 신설되었고 이후 중간에 폐지되기는 했지만 그 제도가 지금 정부에서도 명목상으론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오늘날의 청와대 정책실이 내가 제안한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강원택 교수도 폐지를 주장한 것이겠죠.” 이홍규 교수는 대통령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일상적인 업무와 국가 전략적인 업무로 구분될 수 있다고 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의 일상사를 책임집니다. 매일 매일 올라오는 정부 부처의 중요사항들을 요약·보고하고 대통령의 결정이 필요한 사안에 결재를 올리고 이에 관련된 대통령의 행사를 주관하는 일이지요. 정부 관료이자 청와대 근무 경험자로서 내가 볼 때 표현이 어떨지 모르지만 이건 일종의 육체노동에 가까운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일을 매일 열심히 하면서 일을 열심히 잘 한다고 착각한다는 것이죠.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면서요.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일의 근본 속성이 대통령이나 참모들이 그 일에 전적으로 매달려야 할 만큼의 중요한 일인가 하는 점이죠. 국가 발전 측면에서 보면 보다 더 중요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일에 인력과 시간을 너무 소모하고 있는 구조인 것이죠.”

대통령비서실은 일상업무 수행
정책실은 국가 전략 수립, 정책 조정 역할 해야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이덨던 장하성 주중한국대사(좌)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우).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두고 청와대 정책 참모와 경제 부처 수장이었던 두 사람은 갈등을 벌였고 결과적으로 경질됐다. 이홍규 교수는 청와대 정책실이 자신이 제안한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연합뉴스.

정책실의 주요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나요?

“대통령이 국가를 발전시키려면 남다른 전략적 지혜가 필요하고 또한 국가 시스템의 적절한 개혁과 혁신이 필요합니다. 대통령 혼자 이것을 할 수 있을까요? 정부에 맡겨 놓으면 이런 일이 저절로 잘 굴러 갈까요?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최고지휘관의 입장에서 전략을 고민하고 시스템을 개혁해 나갈 참모진이 필요한 것입니다. 군대에 전략 참모가 필요하듯이요. 비서실이 대통령의 일상 업무를 보좌한다면 정책실은 국가의 전체 전략을 조망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국가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제도 개혁의 문제도 빠트릴 수 없는 문제고요. 즉 정부 각 부처의 일상적 업무를 관장하는 비서실의 기능을 넘어 국정 전반을 꿰뚫어 보며 큰 틀에서 조망하는 사고가 필요합니다. 전략적 사고(thinking strategically)가 요구되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닌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죠. 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정책실을 운영함에 있어서 경제수석비서관실·일자리수석비서관실 등의 영역별 부처업무 관장 기능을 그 밑에 둔 것이지요. 제도를 오해한 것인지 몰라도요. 이런 구조가 가진 문제는 국가 전략이나 제도 개혁이 이념과 현실의 적절한 조화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정책실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이념성이 강한 인사가 청와대 정책실장이 되면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산하 관장 부처들의 정책도 이념지향적으로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념성이 약한 인사가 정책실장이 되면 ‘비서실장이 있는데 왜 정책실장을 중복해 두느냐?’ 하는 문제에 부딪히고요. 이러한 문제 때문에 강원택 교수는 정책실 폐지를 주장한 것이라 봅니다.” 이야기는 자연 유능한 대통령 비서실장론, 정책실장론 문제로 흘러갔다. 대통령 비서실장·정책실장이 끼치는 영향력은 막강하기 때문이다.

유능한 비서실장은 어떤 유형의 인물이라고 보나요? 정책실장은 어떠한 자질을 갖춘 인물이 되어야 하나요?

이 질문에 이홍규 교수는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한 NBC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The West Wing)’을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대통령비서실장은 웨스트윙에서 배우 존 스펜서(John Spencer)가 열연한 리오 맥게리 같은 인물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극에도 등장하는데 대통령비서실장의 역할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비서실 내부 조율 ▲내각이나 의회를 대상으로 한 정무 활동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이죠. 그중에서 특히 ‘대통령의 부족한 점을 메우고 때로는 대통령을 자제시키는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봅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친구’이니 쉽게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하는데 이는 실상 매우 어려운 일이죠. 쓴소리나 직언을 서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죠. 드라마 속에서 리오 맥게리가 전쟁을 일으키려는 대통령을 자제시키며 이렇게 이야기를 하잖아요. ‘적 전사자를 늘리는 것이 전쟁 억제를 불러온다고 생각한다면 자네는 마약에 중독된 갱 두목들과 다를 바가 없어. 그리고 미국 군대를 왕의 군대처럼 부릴 생각이라면, 그래, 그렇게 할 수 있네. 우리는 유일한 초강대국이니까. 하지만 죽이려면 한두 사람이 아니라 모두를 특히 나를 죽일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거야. 왜냐하면 나는 자네에게 대항할 군대를 만들 거고 결국에는 내가 자네를 이길 테니까.’ 제대로 역할을 하는 비서실장이라면 이 정도까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도 자신의 말과 행동, 생각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고요. 한국에서는 특히 윗사람을 잘 모신다는 문화가 있고 이를 일상사를 잘 챙기고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진정한 참모라면 이와 정반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등장하는 당 태종과 위징의 사례도 귀감이 된다고 했다. “태종 이세민이 직언하는 위징이 미워서 수시로 죽이려 하잖아요. ‘목을 치라’고 해서 도수부들이 끌고 나가면 태종은 그사이 다시 한번 생각하고 명을 거두지요. 대통령 주변에 위징 같은 사람이 있느냐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직언을 하려면 사심이 없어야 하죠.” 한편 이홍규 교수는 ‘유능한 정책실장의 자질’로 전략적 사고의 소유자이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고 개혁정신을 소유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NBC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 출연자들. 이홍규 교수는 배우 존 스펜서가 연기한 비서실장 리오 맥게리를 이상적인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꼽았다. ‘

유능한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단점 보완하고 직언해야
정책실장은 전략적 사고를 필요

대통령 참모진과 내각 각료 간 관계 정립 시 유념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대통령 참모의 역할에 있어서 나는 박정희 정부에서 오래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재임한 김정렴 전 재무부 장관이 한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분 말씀을 한번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한마디로 청와대가 내각에 대한 일종의 ‘은둔형 지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대통령의 참모는 내각 각료 등 조직의 수장을 돕는 유능한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참모가 장관 앞에 나서면 그 순간 장관은 제 역할을 못 하게 됩니다. 참모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을 수 있으니까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통령 중심의 권위주의 문화를 갖고 있으면 그 위험이 더 큰 것이지요. 더구나 아주 세세한 것까지 인사권을 청와대가 갖고 있으니 더 그러합니다. 실질적인 인사권을 누가 갖느냐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지요. 청와대 내부에 위원회가 있다고 하나 지금은 인사수석비서관실이 하다 못해 공공기관 임원 인사까지 챙기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는 코드 인사에 편한지는 몰라도 매우 잘못된 구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각 부처 소속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인사권을 청와대가 행사하는 현행 구조에서는 장관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장관이 소신을 가지고 부처를 ‘리딩’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청와대 참모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국·과장 역할을 하는 것이죠. 부처 차관급 이하 직원 인사는 각 부처 장관에게 맡겨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관료들이 승진하기 위해 자신의 일을 잘하는 것보다 청와대와 통할 수 있는 외부 유력인사에 줄을 대려 하는 풍토도 없어질 것입니다. 장관에 권한을 주어야 정책이 잘못되면 장관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모든 대통령은 취임 시 국민화합을 내세우지만 잘 지켜지지 않은 원인은 뭐라 보나요?

“정치가 지나치게 진영 정치화하였기 때문이라고 봐요. 이런 진영정치를 만드는 원인을 좀 더 본다면, 첫째 정치가 ‘승자독식(winner-take-all)’ 구조입니다. 역대 정권들을 보면 선거에서 승리한 대통령과 정당이 자기 사람들에게 전리품처럼 정부와 정부 산하기관의 공직 자리를 배분하여 왔죠. 두 번째는 사회 전반이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진영논리, 집단사고에 입각하여 사회가 분열됐는데 정치 영역이 이를 부추기지 않았나 싶어요. 달리 말해 정치가 ‘전쟁’이 된 거죠. 국민 전체를 인질로 삼고 벌이는 전쟁이죠. 세 번째는 근래 소셜미디어 시대에 심각하게 나타난 현상인데 선동가(demagogue)들이 득세하는 정치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선동가들이 힘을 얻으면 정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습니다. 민주적 정치가 작동하려면 민주적 이성(democratic reason)이 살아있어야 하는데 정치가 선동에 끌려가게 되면서 이성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대통령 취임 전 2개월이 5년 성패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당선 후 대통령 당선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앞서 강조했듯이 사람 찾는 것이죠. 그리고 선거 공약을 점검하고 임기 내 실현 가능한 것을 추려서 어떤 방향으로 국정 운영을 할 것인지 청사진을 그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 실현할 수 있는 과제와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이런 구분을 위해서는 대통령 개인으로서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냉철하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략을 수립할 때 이러한 자기 분석이 전제가 되지 않고서는 ‘실행가능한 전략’을 수립할 수 없습니다. 공약을 필터링하고 정 실현할 수 없는 공약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포기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이홍규 교수는 대통령 취임 전부터도 대(對) 국민 신뢰 구축이 요구된다며 대통령 당선자의 메시지, 인사 등이 이를 좌우한다고 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부터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표를 주긴 했는데 과연 믿고 국정 운영을 맡길 만한 사람인가를 테스트하는 것이죠.” 이홍규 교수는 2007년 간행한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 조건’에서 예비 대통령에게 주어진 약 2개월의 인수기에 유념해야 할 것으로 ▲국민화합 비전과 전략 수립 ▲소수 핵심 과제 선정과 비전 전략 수립 ▲4강 외교 비전과 전략 준비 ▲정책이 아닌 정부 인수 ▲청와대의 국가 전략 기획 기능 강화 ▲ 성공을 담보할 유능한 비서실장을 구할 것 ▲측근과 참모진 간 암투와 갈등의 관리 등 7가지를 조언했다.

2007년 동아시아연구원(EAI)가 출간한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 조건’. 이홍규 교수는 공저자로 참여하여 제1주 제1장 ‘대통령의 국가경영 리더십’을 집필했다.

대통령 당선자가 명심해야 할 사안은 무엇일까요?

“글렌 하스테드(G. Hastedt) 교수가 지적한 것을 원용하자면 이렇죠. 대통령 당선자 자신에게 ▲업무 경험 부재 ▲성과에 대한 조급함 ▲자기 능력 과신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 이홍규 교수는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 조건’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첫째 업무에 대한 무경험이다. 선거와 통치는 다르다. 당선자는 당선되자마자 어떻게 통치를 해야 할지를 말해야 한다. 이는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과 참모에게는 재앙일 것이다. 둘째 성과에 대한 조급함이다. 당선자가 되면 주변으로부터 빨리 행동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 수도 있고 자신의 능력을 빨리 보여주고 싶은 욕망도 생긴다. 셋째 성공의 감정은 교만을 키운다. 자만심은 눈을 멀게 한다. 이는 정치적·정책적 실수를 가져 온다.”

대통령 당선자는 경험이 부족하고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 자각하고 조급해하지 말아야

윤석열 당선자가 1호 공약으로 이행을 준비 중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어떻게 보나요? 현재 청와대는 구조상 물리적·인적으로 대통령을 고립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3년 6개월 정도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느낀 것인데 청와대의 청사 배치가 대통령과 참모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구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통을 단절시키는 구조로 돼 있죠. 국가 현안에 대한 생각이 날 때마다 대통령이 편한 옷차림으로 즉각 업무 담당 비서실 직원들을 찾아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완전히 별도로 떨어져서 서로 한참 가야 하는 구조이니 문제인 것이죠. 역대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자각하고 집무실 이전을 추진했으나 실행되지 못한 근본 이유 중 하나가 경호 문제인데 경호가 중요하다 해도 이제는 청와대의 구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백악관 웨스트윙 구조로 가야 하죠. 그 점에서 윤석열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은 바람직하다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홍규 교수는 대통령의 성공 조건으로 ‘고품격 리더십’의 중요성을 들었다. “대통령의 리더십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이는 고품격 리더십이자 국가 경영 능력이 담보된 리더십이어야 합니다. 국민을 훈육 시키는 대통령이 아니라 일깨우는(enlightenment)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결국 이는 대통령 자신의 문제로 귀결되며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방법이 없습니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지도자는 자신과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서 전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