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부회장 ‘멸공’ 발언에 젊은층 다수 공감 vs 정치권 공방

이윤정
2022년 1월 10일
업데이트: 2022년 1월 11일

인스타 공감 댓글 수천 개…2030 반중 정서와 무관치 않은 듯
與 “한국 기업에 영향 우려”… 野, ‘멸공’ 릴레이
신세계 주가 6.8% 하락…개미 투자자들 아우성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 #대한민국이여영원하라 #대한민국은대국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단 해시태그(#)다. 범삼성가 3세 경영자인 정 부회장은 해당 계정에 75만여 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지난 1월 6일,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얼굴 사진이 들어 있는 조선일보 기사를 캡처해 올렸다. ‘소국이 감히 대국에…안하무인 中에 항의 한번 못해’라는 제하의 기사에는 중국 공산당과 한국 정부의 대중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 부회장은 앞서 1월 5일 인스타그램에 ‘멸공’이라고 적었다가 ‘신체적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 위반’을 이유로 게시물이 삭제된 바 있다. 인스타그램은 구체적 원인은 밝히지 않고 ‘시스템 오류’라며 삭제된 게시물을 하루 만에 복구시켰다.

정용진 부회장의 공산당 비판 발언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15일 인스타그램에 ‘공산당이 싫다’는 글을 처음 게시한 이후 수차례에 걸쳐 ‘난 콩 상당히 싫다’ 등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특정 국가를 지목하는 듯한 기사를 공유하며 ‘멸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젊은 층 사용자가 대다수인 인스타그램에서는 정 회장의 ‘멸공’ 발언이 찬사에 가까운 공감을 얻고 있다. 해당 게시물은 3천 개 이상의 지지 댓글이 달리며 호응을 얻었다. 찬사, 박수 등을 뜻하는 이모티콘, “자유민주주의 기반으로 세워진 국가가 공산당을 싫어하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대한민국에서 공산당이 싫어요 라는 발언을 해서 이슈가 됐다는 것 자체가 개탄스럽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같은 반응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 확산 중인 반중 정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12월, 통일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인 남녀100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가장 위협적인 국가(북한 제외)’로 중국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71.9%에 달했으며 일본은 21.1%, 미국은 6.3%에 불과했다. 중국을 위협적인 국가로 생각하는 비율은 진보(67.9%)·보수(76.1%)·중도(70.3%) 등 이념에 상관없이 높게 나타났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지난해 5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청년층 10명 중 6명꼴로 중국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다. 조사 결과 ‘중국에 부정적이다’에 응답한 비율이 20대는 68.6%, 30대는 61.8%로 나타나 중·장년층 응답비율을 훨씬 웃돌았다.

한국리서치는 젊은층 반중 감정의 결정적 원인으로 우선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꼽았다. 여기에다 최근 김치·한복 등을 둘러싼 문화 공정 논란도 2030세대의 중국 혐오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월 7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저격했다. 같은 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 계정에 “정 부회장의 한 마디가 중국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수많은 우리 기업과 종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월 8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이마트 이수점을 방문해 장 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며 #달걀 #파 #멸치 #콩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김진태 전 의원, 김연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SNS에 ‘멸공’ 단어를 이용한 게시글을 잇달아 올렸다. 모두 멸공(멸치+콩)을 연상케 하는 상품들이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게시물이 연일 화제가 되자 시진핑 사진이 포함된 게시글을 삭제했다.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이 들어간 기사 캡처화면과 함께 “그날 포스팅에 중국의 지도자(시진핑) 얼굴이 들어가 있는지도 몰랐다.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북한)에 대한 멸공이다. 나랑 중국이랑 연결시키지 말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신세계 계열 대형 할인매장 이마트는 2017년 중국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지만, 정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 면세점은 중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마트는 1997년 상하이 이마트 1호점을 시작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전성기에는 중국 전역에서 26개 매장을 운영했다. 다만 적자 상태가 지속했고, 4년(2013~2017년) 누적적자가 1500억원에 달했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명분으로 한국에 경제 보복 조치를 취했다. 중국 내 반한 정서도 불 붙었다. 이 속에서 이마트의 적자 폭은 커졌고, 2017년 결국 완전 철수를 결정했다.

1월 10일, 신세계그룹 지주회사 ㈜신세계 주가는 23만3000원으로 마감됐다. 전장보다 6.8% 급락한 지수이다. 하락 원인으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유통업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개미’로 불리는 소액 투자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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