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블록체인 기술개발에 박차 가하고 나선 이유

Chen Han, Liang Yi
2019년 11월 2일 업데이트: 2019년 11월 2일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 친펑(秦鵬) “시진핑, 세 가지 목적”
빅데이터 기술·경험 쌓아 사회감시 강화, 진정한 빅 브라더
일대일로 참여국가에 중국 발행 디지털 화폐 사용 촉구 가능성
달러에 대항하는 경제 공동체 건설…미국과 금융패권 쟁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국가적 차원의 블록체인 기술개발을 촉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시 주석은 지난달 24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을 열고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대중교통, 빈곤 완화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블록체인을 핵심기술과 자주 혁신의 중요한 돌파구로 삼아 각 분야 혁신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 발언 다음 날 암호화폐 비트코인(BTC) 가격이 하루 새 40% 이상 상승했다. 관영언론 역시 블록체인 관련 뉴스를 쏟아내며 분위기를 돋웠다. 중국의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고조됐다.

블록체인은 탈중심화된 분산형 장부 데이터베이스로 미래 네트워크 핵심기술로 불린다. 데이터가 저장된 블록들이 체인처럼 연결돼 사용자들에게 공유된다. 금융거래와 전자상거래, 의료분야, 제조업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서 특정기술을 통한 혁신을 강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발언의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개발을 추진 이유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제기됐다.

재미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 친펑(秦鵬)은 중국의 블록체인 산업육성 목적에 대해 ▲사회감시 강화 ▲미국과 금융패권 다툼 ▲중국 특색의 ‘글로벌 운명 공동체’ 건설의 세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사회감시 강화는 중국 공산당이 역점을 주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탈중심화가 특징인 블록체인 기술은 이에 역행된다. 데이터가 분산되고 중간단계가 사라지면서 보안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3년 전부터 블록체인 기술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중국 국무원에서 발표한 13차 5개년 국가정보화계획에서는 블록체인을 ‘전략적 최첨단 기술’로 분류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제각각 블록체인 관련 정책을 추진했다.

그 하나가 ‘트랜스-유라시아 로지스틱스’(중국명: 中歐班列) 합작투자사업이다. 이 사업은 러시아·폴란드·독일 등 유럽을 연결하는 컨테이너 화물열차를 운영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모든 운송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열차, 화물 컨테이너, 거래업체, 거래기록에 대한 정보를 블록에 기록하고 기업-은행-세관을 상호연계에 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한다.

친펑은 중국이 이 사업을 통해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인프라와 표준, 첨단기술을 선점해 블록체인 기술 주도권을 바탕으로 철저한 감시사회를 구축하려 한다고 봤다.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개발의 두 번째 목표는 미국과 금융패권 다툼이다. 친펑은 “중국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려고 한다.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중국뿐 아니라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란에서 석유를 구매할 때 달러를 우회, 즉 미국을 건너뛸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달러 체계 아래에서는 미국의 제재를 받는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가 간 송금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SWIFT는 국가 간 자금거래를 지원하는 국제기구다. 현재 200개국, 금융기관과 기업 1만1천 곳이 금융거래에 SWIFT시스템을 이용한다. 바꿔서 말하자면 이 시스템만 막아버리면 금융제재 위협을 받는 국가의 자금줄을 손쉽게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SWIFT는 지난해 11월 미국의 이란 제재가 본격화되자 일부 이란 은행들의 서비스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2년 전 북한도 SWIFT에 퇴출당해 전 세계 모든 은행이 북한에 송금할 수 없게 됨으로써 돈줄이 끊어졌다. 중국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 미국의 금융제재를 우회하고 달러의 지배력을 약화하려 한다는 게 친펑의 분석이다.

지난 6월 페이스북이 자체 디지털 화폐인 ‘리브라’ 프로젝트를 발표하자, 중국은 독자적인 디지털 화폐 발행 계획을 내비쳐 왔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13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암호법 등 관련법을 통과시키며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친펑은 “중국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화폐를 통해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가국과 다양한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중국 특색의 ‘글로벌 운명 공동체’가 될 것이고 달러에 대응하는 경제 세력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개발 세 번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리스크도 있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기술뿐만 아니라 신뢰성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화폐가 기술적 수준을 떠나 사람들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지는 중국 공산당에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친펑은 덧붙였다.

친펑은 블록체인의 안전성에 관해 기술적 측면 외에 공산당의 통제하에 있다는 것이 진정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산당 체제하의 블록체인은 탈중심화가 아닌 중개화를 강조한다”며 “중국 당국은 거시적 조절 능력을 향상하는 쪽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블록체인이 아니라 중국 특색의 블록체인이라는 것이다.

친펑은 “중국 공산당은 모든 국가와 기업, 개인을 감시하는 슈퍼 감시자를 꿈꿀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중국이 블록체인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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