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이번엔 재산 재분배 예고…중국 고소득자 겨냥

2021년 8월 19일
업데이트: 2021년 8월 20일

마오쩌둥 주장한 ‘공동 부유’ 들고나와…재분배 강조
부자들 약탈한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 비난 고조
공산당 “파이, 그냥 나누는 것 아냐…키우면서 나누자는 의미”

중국이 규제를 내세워 자국 정보통신(IT) 기업과 사교육 시장을 타격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고소득자를 겨냥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중앙재정위원회 10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재산 재분배를 강조하고 고소득자에 대한 규범과 조절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문제에 정통한 분석가들은 이를 공산당 혁명 시절 ‘토호를 타도해 밭을 나누자(打土豪分田地)’와 같은 행위라며 중국이 제2의 문화대혁명 혹은 문화대혁명 2.0의 광풍에 빠져들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사가 보도한 바에 의하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회의에서 지도부에 “정부가 제도를 세워 재산을 재분배하여 사회의 공평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의 ‘지도’에 따라, 지도부는 ‘고소득자에 대한 규범과 조절을 강화하고 합리적으로 고소득을 조절하며, 고소득층과 기업이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회의를 마무리했다.

미 CNN은 “신화통신은 기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자세하게 보도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정부가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나 다른 재산 재분배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인들은 ‘누가 고소득층에 분류될 것인지’ 걱정스러운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고소득자의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득이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거주지역 등 변수가 많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공동부유’라는 개념은 시진핑 주석이 처음 들고나온 것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을 창건한 마오쩌둥(毛澤東) 역시 혁명 기간 공동부유, 즉 ‘모두가 부유해지자’는 구실을 내세워 지주, 부농으로부터 재산을 빼앗았다. 그러나 분배가 정확히 이뤄졌는지는 불분명하다.

시진핑 주석 역시 이날 회의에서 “1차 분배와 재분배가 연결된 기초 분배 제도를 구축하고 세수와 사회보험 확대 등을 통해 (분배의) 정밀도를 높여 중위 소득 계층의 비중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전까지는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또한 “고소득 계층에 대한 조절을 강화해, 합법적 소득은 보장하되 지나친 고소득은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고소득 계층과 기업이 사회에 더욱 많은 보답하도록 격려해야 한다”며 부유층과 기업의 몫을 줄이거나 가져와 그 외 계층에게 배분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를 표방한 부의 재분배를 거론한 시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몇 달간, 중국 규제기관은 금융 리스크 억제, 경제 보호, 부패 척결을 이유로 대형 IT기업, 금융사, 사교육 업체에 전례 없는 규제를 가했다.

대표적 IT기업 알리바바는 182억2800만위안(3조29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일각에서 상장폐지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강한 중국 규제당국의 민간기업 때리기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중국 투자를 다시 생각하게 할 정도로 영향을 끼쳤다.

미 CNBC는 경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시진핑 주석의 재산 재분배와 공동부유 이데올로기가 최근 이어진 IT기업에 대한 감시와 탄압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재산 재분배’ ‘공동부유’ 왜 나왔나?

중국 경제는 이미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발표된 경제 수치에 따르면 중국의 회복은 둔화하고 있으며, 젊은 층 실업률은 1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 요인으로는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의 빠른 확산, 폭우·홍수 등 연이은 대규모 자연재해, 가계와 지방정부의 채무 증가, 규제 리스크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 등이 꼽힌다. 대외적으로는 늑대전사 외교, 인권 문제에 대한 반박 등 외교적 마찰이 심각하다.

호주에 머물고 있는 중국 문제 전문가 황푸징(皇甫靜還說)은 RFA에 “시진핑 정권은 서방국가의 제재에 직면해, 새로운 토지개혁으로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푸징은 “시진핑은 앞으로 닥칠 경제 봉쇄를 잘 알고 있다. 경제난이 심화돼 재정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 고소득층을 겨냥 ‘겁부제빈’(劫富濟貧·부유한 자에게서 빼앗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푸징은 또 “이는 마오쩌둥을 모방한 것으로 ‘토호를 타도해 밭을 나누자’의 새 버전이다. 이렇게 하면 민심을 얻기 쉽다. 그들은 시진핑을 칭송할 것이며 문화대혁명 2.0의 강력한 지지세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오쩌둥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비난에 대해서는 중국 공산당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공동부유 목표를 제시하면서 단순히 파이를 나누는 데 초점 맞춘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면서 나누자는 것임을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 역시 덩샤오핑을 언급했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시절 ‘공동 부유’로 인해 저하된 생산력을 되살리기 위해 ‘먼저 일부를 부유하게 하고 뒤떨어진 사람을 도와주자’는 선부론(先富論) 제시했다. 선부론의 핵심은 능력을 인정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맘껏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시진핑이 공동 부유, 부의 재분배 정책을 내세우면서 덩샤오핑을 언급한 것도 공동 부유하면 자동으로 연상되는 마오쩌둥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황푸징은 “중국은 이미 ‘공동 부유는 생산력 저하’라는 역사적 교훈을 지니고 있다. 마오쩌둥 시절의 국가봉쇄로 돌아가면 결국 국가와 국민 모두에 거대한 재난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경제에 큰 타격을 입고, 사회는 창의력과 활력을 잃을 것이다. 그 결과 경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온다. 마오쩌둥 시절이 그랬고. 이제 같은 결과가 닥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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