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왕치산 토사구팽? 5중전회 앞둔 중공에 감도는 전운

이언
2020년 10월 14일
업데이트: 2020년 10월 15일

오는 10월 26~29일 베이징에서 예정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를 앞두고 중국 내부 권력다툼이 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법·공안조직을 대상으로 라이벌 세력 솎아내기 작업 중인 시진핑이 상대편 핵심 인물을 숙청하는 대가로 비중 있는 자신의 측근을 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재미 중국 정치평론가 탄샤오페이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기념 연휴 동안(10월 1일~8일)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72)의 위기설이 도마 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시진핑의 오른팔’로 불리던 왕치산은 최근 외신과 해외 중국 정치평론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측근 2명이 연달아 낙마해서다.

탄샤오페이는 “중국에서는 지도자급 정치인을 숙청할 때 먼저 측근부터 쳐내는 관행이 있다”며 “보름 정도 차이를 두고 측근 2명이 처분을 받았다. 왕치산 위기설에 힘이 실린다”고 전했다.

처분을 받은 측근 중 한 명은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앙기율위) 전 순시전문요원이었던 둥훙(67)이다.

부부장급(차관) 대우를 받았던 둥훙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인 중앙기율위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엄중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으나 구체적인 혐의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에서 “엄중한 기율 위반”은 종종 부패혐의를 나타낸다.

둥훙은 1998년 광둥성 발전연구센터 주임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부성장이었던 왕치산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부터 국무원 경제체제 개혁판공실, 베이징 시장을 역임한 왕치산 곁에서 국장, 부 비서실장 등으로 보필했다. 왕치산의 ‘비서실장’으로 불린다.

둥훙의 낙마 소식은 중국 안팎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청년시절부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시진핑- 왕치산 사이가 틀어졌다는 신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탄샤오페이는 “중국 공산당의 권력투쟁은 부정부패를 이유로 지인, 비서, 운전기사 등 주변 인물부터 조사해 들어간다”며 “사실은 주변 인물이 따르던 고위인사를 조사하는 것인데, 이때 그 고위인사가 주변 인물을 보호하지 못하면 곧 자신도 위험하다는 의미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둥훙은 반부패 선봉장인 왕치산의 행동대장이었다”며 “따라서 둥훙의 낙마는 반부패 운동으로 큰 타격을 받은 라이벌 세력 장쩌민 계파와 협상을 한 결과일 수 있다”고 봤다.

미중 갈등, 코로나19(중공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그에 따른 경제 둔화 등으로 안팎의 어려움에 처한 시진핑이 5중전회라는 중요한 정치적 고비를 앞두고 장쩌민 계파의 방해를 피하고자 어쩔 수 없이 양보했으리라는 것이다.

시진핑-왕치산 이상 기류설은 지난달 시작됐다. 왕치산과 각별한 관계인 중국 부동산 재벌 런즈창(69) 회장이 공금횡령·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 18년형에 처해지면서부터다.

 

런즈창 전 화위안그룹 회장 | 연합뉴스

탄샤오페이는 “18년형은 이례적으로 긴 형량”이라며 “재판 결과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분명한 정치적 제스처다. 왕치산과의 결별 수순이자 동시에 최근 자신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혁명원로 2세 그룹을 향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거침없는 언행으로 ‘대포’라고 불리는 런즈창은 시진핑을 ‘벌거벗은 광대’로 비유하는 비난 글을 썼다가 잠시 실종됐으며 이후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탄샤오페이는 “런즈창의 시진핑 비판은 그 자신의 개인적 견해이지만 원로 2세 그룹 내부 여론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며 “최근 원로 2세 그룹의 시진핑 비판이 부쩍 잦아졌다”면서 차이샤 전 중앙당교 교수와 전 혁명원로 마원루이의 딸 마샤오리의 공개서한을 언급했다.

치이샤 교수는 지난 7월 “공산당은 정치적 좀비가 됐다”며 시진핑 체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시진핑과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 마샤오리는 지난 9월 초 “몽골어 금지 정책에 반대한다”는 공동서한을 발표했다.

탄샤오페이는 “시진핑도 물러서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장쩌민 계파가 장악한 사법·공안조직 숙청 작업에 진전을 시도할 수 있다. 바로 멍젠주에 대한 처분이다”라고 예상했다.

멍젠주는 중국 공안부 부장(장관)이다. 그 역시 측근들이 줄줄이 처분을 받았다. 왕치산과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4월 멍젠주의 ‘비서실장’으로 불리던 공안부 부부장(차관) 쑨리쥔이 “엄중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곧이어 푸정화 사법부 부장이 면직됐다. 멍젠주 그 자신은 지난 5월 초 체포설이 나돌았고 7월에는 와병설이 전해기도 했다. 세 사람은 모두 장쩌민 계파로 분류된다.

탄샤오페이는 “지난달 30일 멍젠주와 왕치산이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기념식에 참석했다. 둘 다 건재한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실제로는 갈등을 잠시 봉합하고 당이 화합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공산당은 내부 갈등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고 했다.

그는 “두 사람에 대한 처분이 내려진다면 5중전회 전에 단행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시진핑이 완전히 왕치산을 내치기는 힘들다. 반부패 운동을 이끌며 시진핑의 권력을 다져준 공로가 크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직접적인 처분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5중전회 전 중국 공산당 내부 권력다툼이 고조되리라는 전망은 홍콩 언론들도 내놓고 있다.

밍바오 등은 공산당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의 말을 빌려 “5중전회를 앞두고 중국 지도부에 피바람이 불 것”이라며 “왕치산과 멍젠주가 주된 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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