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둘러싼 가짜정보…무역전쟁 전략 잇달아 ‘헛발질’

2019년 6월 8일 업데이트: 2019년 12월 1일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경제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정권이 가짜 정보의 영향을 받아 ‘오판’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공 관료와 언론의 오판이 미·중 무역전쟁 키워

2년 전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미·중 관계는 지금처럼 나쁘지 않았다.

2017년 4월 7일, 트럼프와 시진핑은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Mar-a-Lago) 리조트에서 ‘100일간의 무역협상’ 계획에 합의했다. 그러나 그해 7월 19일, 100일간의 협상이 끝났지만, 양측은 아무런 합의도 보지 못했다.

그러자 같은 해 8월 14일, 트럼프는 ‘301조항’에 따라 중국 공산당의 지식재산권 절도 행위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그해 11월에는 트럼프가 중국을 방문했다. 당시 중국 공산당 관료들은 트럼프가 중국에 머무는 동안 그의 체면만 잘 살려주면 더는 중국 공산당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트럼프 방중 기간에 확실히 그의 체면을 살려 주었다. 최고 등급인 국빈방문 예우 규정에 따라 3군 의장대 사열, 예포 21발 발사, 국빈만찬으로 접대했다. 또한 시진핑 내외가 자금성 내 보운루(寶蘊樓)에서 트럼프 내외를 직접 맞이해 자금성을 함께 돌아보며 오랫동안 환담했다.

트럼프는 방중 기간 중 “나는 중국에 이렇게 큰 이득을 준 나의 전임자를 탓할 뿐, 중국을 탓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수많은 ‘브레인’ 중에는 트럼프의 이 말을 이해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당시 홍콩 ‘명보(明報)’의 ‘헛다리’ 논평이 대표적이다.

명보는 논평에서 “중국 당국이 ‘국빈방문’ 매뉴얼에 따라 트럼프에게 ‘제왕급’ 접대를 했고, 자신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 트럼프는 즐거워했다. 하지만 중국이야말로 진정한 승자일 것”이라고 했다.

명보는 또한 “‘19차 당대회’ 이후 대권을 손에 쥔 시진핑은 ‘The Economist(經濟學人)’의 표현대로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되었지만, 트럼프는 미국에서 ‘러시아 스캔들’에 시달리는 등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정치를 어렵게 하는 가장 약한 대통령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명보는 “중·미 국력의 흥망성쇠의 대세는 점차 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마무리했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트럼프에게 2500억 달러(약 295조75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수입을 약속했지만, 이후 아주 소규모만 실행했다.

그러자 미국 정부는 중국 공산당에 일격을 가했다.

2018년 4월 4일, 미국 정부는 500억 달러(약 59조175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상품 1333개에 25%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미국산 대두, 자동차, 화장품 등 14종 106개 상품에 25% 관세로 맞받아쳤다.

같은 해 4월 5일, 트럼프는 301조에 근거해 1000억 달러(약 118조40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이후, 미·중 양측은 무역 협상을 시작했다.

미국 협상 대표팀의 내부 갈등 이용하려던 중국 정책은 ‘오판’

2018년 5월 3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피터 나바로와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등을 이끌고 베이징에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협상을 벌였다. 백악관 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 나바로는 대(對)중국 강경파로, 므누신과 로스는 ‘온건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Axios)를 비롯한 다수 언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므누신이 중국 협상대표와 단독 비공개회의를 해 나바로와 격렬한 언쟁이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이 먼저 협상을 제안했고, 미국팀 내부의 견해차를 이용하면 쉽게 협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관리들은 므누신과 로스의 지지를 받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므누신과 로스는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하고 월스트리트와 밀접한 관계다. 따라서 중국 관리들은 중국의 막대한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불공정 무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관점을 그들이 수용하리라 생각했다.

중국 공산당은 므누신에게 정성을 쏟았지만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므누신은 “중국이 자동차 시장과 금융 서비스 분야를 국제 시장에 개방하면, 트럼프 정부의 무역 우려를 충분히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트럼프 정부는 현재 무역전쟁을 보류하고 있다”고도 했고, 골치 아픈 중싱통신(中興通訊·ZTE) 문제에 “미국은 ZTE를 파산시킬 의도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의회의 거센 압박에 트럼프 정부는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와, ZTE에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바로 또한 ‘무역전쟁을 보류하고 있다’고 한 므누신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류허는 워싱턴 2차 협상 후 중국으로 돌아갔고, 중국 공산당 관영언론은 미국이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이는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 고위 관리들이 트럼프 정부의 운영 스타일을 잘 파악하지 못한 채 무역 협상을 므누신에게만 의존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8년 7월 6일과 8월 23일,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펜스 미 부통령 연설 흘려 보낸 중국 공산당

지난해 10월 4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워싱턴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에서 미·중 관계에 관해 연설했다. 이날 펜스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설명하면서 무역·군사·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이 저지른 만행을 규탄했다.

펜스의 발언에 대해, 신화사(新華社)는 외신들과 유명 싱크탱크의 견해를 인용해 논평했다. “백악관이 중국을 폄하하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는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부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조급증’에서 비롯된 발작 증세다.”

인민일보도 펜스 발언과 관련해 ‘맑은 물과 탁한 물은 섞이지 않는다 – 중국의 세계 기여도 계산’ ‘뜬구름이 시야를 가려도 두렵지 않다 – 경제 세계화 추세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등의 논평을 연달아 냈다.

신화사가 펜스의 발언에 대해 ‘단기적 효과를 낸다는 측면에서는 고려할 만하다’고 평가한 것은 중국 전략에 대한 미국 양당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중대 변화를 완전히 간과한 것이다. 또한 ‘인민일보’의 평론은 펜스의 연설을 경제 분야에 국한했을 뿐만 아니라 그저 정치인의 ‘정치적 발언’으로만 본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가 펜스의 연설에 반응하지 않았으니, 펜스의 발언이 트럼프를 대신하지 않고, 미국을 대신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하는 중국 공산당 언론도 있었다.

관례상으로 볼 때, 신화사와 인민일보의 이런 논평은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공통된 뜻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논평 했다는 것은 고위층이 가짜 정보에 휘둘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저급하게 오판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시진핑의 오판으로 격화된 미·중 무역전

올 5월 10일, 트럼프 정부는 2000억 달러(약 236조80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무역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애초 약속대로 10%에서 25%로 올렸다.

보도에 따르면, 미중 양국이 합의했던 부분을 중국 공산당이 번복하려고 해 협상이 결렬됐다.

5월 8일,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3일 밤 중국 공산당은 외교전화를 통해 150페이지에 달하는 무역협상 초안을 체계적으로 변경했다. 이로써 수개월에 걸쳐 이룩한 미·중 협상의 성과는 날아가 버렸다”고 보도했다.

5월 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공산당은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중국이 강경하게 대처해도 미국이 적극적으로 합의할 것’으로 오판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협상 결렬의 내막을 잘 아는 전·현직 관료 및 무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 결정은 시진핑이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트럼프의 갈망 정도와 트럼프가 미국 협상 대표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오판한 데서 비롯된 게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파광(法廣)은 중국 공산당의 이같은 오판은 역사상 중국 공산당 정권이 저지른 대형 실수 중 하나로 꼽았다. 이 오판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며 했던 약속을 빈번히 어기면서도 목적을 달성하자 평정심을 잃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트럼프가 대선을 치르기 전에 중국 공산당과 합의하고 싶어한다고 판단했다가 큰코다친 셈이다.

시진핑 정권이 이렇게 크게 오판하도록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지 이미 1년 가까운데 왜 시진핑 정권은 계속 오판하는 것일까?

베이징은 2020년 미국 대선을 기대하지만, 이 또한 오판일 가능성 높아

최근, 전(前)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잔 손튼(Susan Thornton) 차관보 대행이 상하이에서 미국 정부와 상반되는 발언을 했다.

손튼은 관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역협상 합의 내용을 중국 공산당이 대폭 수정했는데도 “트럼프가 양국 무역 협상을 깼다”며 중국 공산당의 비위를 맞췄다. 또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와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5월 16일 자 보도에 따르면, 손튼은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美中關系全國委員會)’와 ‘주(駐) 중국 미국상공회의소(中國美國商會)’가 주관한 행사에서 “이번 미국 정부가 중국의 협상 진정성을 믿지 못하면, 베이징은 다음 정부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미·중 양국의 합의를 바라지만, 그러기 위해선 베이징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트럼프가 정계에서 사라지기 바라는 중국 공산당은 2020년 미국 대선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스티븐 배넌 전(前)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곧장 손튼의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배넌은 지난 5월 23일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인 백악관을 기다리지 말라”고 직언했다.

배넌의 발언은 이미 하나의 추세를 대변한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지어 야당인 민주당조차 트럼프의 대 중국 정책이 느슨해 질까 우려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중국 공산당은 대세의 변화를 인정하기 싫은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오판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 GDP 하락, 겨우 1%?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왕양(汪洋)은 지난 5월 16일 베이징에서 대만 경제단체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GDP가 받는 영향은 1%포인트에 불과할 것”이라며 “미국도 중국 못지않은 손해를 보니 한바탕 겨뤄야 한다”고 호언장담 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1%에 불과할까? 해외 각계의 전망은 그보다 훨씬 더 비관적이다. 무역전쟁의 영향은 단순히 수치로 나타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는 중국 전체, 심지어 전 세계의 산업 사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 공산당 고위층이 어떻게 1%포인트라는 수치를 도출하게 됐는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단순한 경제 수치를 바탕으로 미국과 전면전을 선택한 것은 심각한 정치적 오판이라는 사실이다.

왕후닝의 어두운 그림자

미국의 엄청난 압박에 시진핑 정권은 오히려 마오쩌둥(毛澤東) 집권 당시 언어와 행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트럼프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를 적용했다.

같은 해 9월 25~28일 한바탕 무역전쟁 와중에 시진핑은 동북삼성(東北三省) 시찰에 나섰다. 당시 시진핑은 마오쩌둥 시대 계급투쟁에 자주 쓰던 ‘자력갱생(自力更生)’을 언급했다. 이후 한 달 뒤 남쪽으로 간 시진핑은 ‘거리그룹(格力集團)’을 시찰하던 중 ‘자력갱생’을 다시 언급했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 5월 10일,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자 시진핑 정권의 대응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5월 20일, 장시(江西)성에 시찰 간 시진핑은 홍군(紅軍) 장정(長征·중국의 홍군이 장시성 루이진에서 산시성의 북부까지 국민당군과 전투하며 이동한 행군) 출발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고, 21일은 중부 지방 간담회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시진핑은 수차례 장정을 언급하며 ‘행장을 재정비해 다시 출발할 것’을 요구했다. 시진핑은 또한 장시성의 희토류 생산공장도 시찰했다.

지난 5월 13일 정치국 회의에서는 6월부터 당 전체가 ‘초심을 잊지 말고 사명을 다하자’는 주제로 교육에 임할 것을 결의했다. 이 회의에서 시진핑은 ‘당 집권의 계급적 기반과 군중적 기반을 끊임없이 견고히 할 것’을 요구했다.

‘계급’과 ‘군중’이라는 용어를 쓰는 논법은 중국 공산당 이론에 속한다. 1980년대 이후, 중국 공산당의 슬로건은 ‘경제건설을 중심으로’ 였다. 그런데 지금 ‘계급’을 다시 꺼내 든 것은 ‘문화혁명’ 때의 아픈 기억 ‘계급투쟁’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시진핑의 행보 뒤에는 시진핑의 책사로 알려진 왕후닝(王滬寧)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시진핑이 권력을 잡을 때, 그리고 ‘시허신(習核心·시진핑이 핵심)’이라고 불리기까지 그는 중국 공산당을 근본주의로 회귀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즉, 마오쩌둥식 근본주의를 이용해 총서기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 반(反)부패를 통해 당내 권력투쟁에서 정치적 적수를 무력화했다.

시진핑이 희토류 공장을 시찰함으로써 중국 공산당의 ‘희토류 사용 카드’를 관측을 하게 했다. 이는 왕후닝의 후흑학(厚黑學·승리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문) 요소가 한몫했다고 본다.

대미 무역 협상을 마오쩌둥의 ‘계급투쟁’ 방식으로 대응하게 한 왕후닝의 조언은 시진핑을 불구덩이 속으로 몰아넣은 셈이다.

지난해 5월, 시진핑은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성대하게 치룬 뒤 최고 정책결정자들은 <공산당선언>을 단체로 공부했다. 그러나 <공산당선언>의 핵심 주장이 사유제 폐지임을 알고 있는 민영 기업인들은 이 소식을 듣고는 당황했을 것이다. 게다가 중국 공산당 창당 당시 이른바 ‘초심’에는 부르주아 계급을 없애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실현하자는 내용도 담겨 있다.

현재 시진핑 정권이 ‘초심’을 들먹이며 ‘계급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구호를 외칠 때, 민영기업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가능한 한 빨리 자산을 빼돌려 중국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을까?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중국 공산당과 중국 사회가 어떻게 무역전쟁에서 미국을 이길 수 있을까?

여기서 확실한 것은 모든 것이 끝났을 때, 그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바로 가짜 정보에 둘러싸인 ‘시진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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