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다자주의, 인류운명공동체”…바이든에 포문

류지윤
2021년 1월 27일
업데이트: 2021년 2월 5일

중국공산당(중공) 기관지 신화통신이 시진핑 중공 총서기의 발언을 대서특필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했다.

신화통신은 지난 25일 ‘시진핑이 세계 경제 포럼, ‘다보스 어젠다’ 회담에 참석해 특별 축사를 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시대적 과제 해결을 강조하며 다자주의를 지키고 실천해 인류 운명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시진핑의 연설 내용은 실제로는 미∙중 관계를 겨냥한 것으로, 공개적으로 바이든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노골적으로 과시했다.

지난 22일 시진핑은 19차 중앙기율위원회 5차 전체 회의에서 대내 담화를 발표했다. 1월 23일 신화통신은 이를 “정치적 부패가 가장 큰 부패로, 일부 부패한 사람들이 이익집단을 결성해 당과 국가 권력을 탈취하려는 비조직적 활동을 하고 있다”며 “질 수도 없고, 져서는 안 되는 투쟁”이라고 깊게 해석했다.

시진핑은 지난 11일 갑자기 “시기와 세력이 우리 편”이라며 “이야말로 우리의 굳건한 의지와 저력”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각종 예측 가능한, 그리고 불가능한 광풍과 폭우, 거친 파도 속에서 우리의 생존력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시진핑 자신이 정말로 ‘시기와 세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내적으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고, 특히 미국에 대한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미국에 강세 보이려는 시진핑

지난해 9월 22일 유엔 총회에서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시진핑은 “다자주의에 대한 제안”이라며 각국에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한편 정의를 주장하면서 “주먹 큰 사람의 말을 들어선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말을 아꼈다.

이제 시진핑에게서 “미국의 주먹이 크다”는 인식은 완전히 사라졌으며, 그의 발언도 ‘제안’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관계 구축을 추진하라’고 압박하는 ‘요구’가 됐다. 또한, 재차 ‘인류 공동 운명체’를 운운하며 세계의 지도자를 자처하기 시작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국에 대한 중공 당국의 태도는 곧장 강세로 바뀌었다. 트럼프 재임 당시 트럼프 정부 사람들을 제재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중공은 1월 20일 바이든이 취임하자마자 폼페이오 장관 등 28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며 바이든에게 힘을 실어줬다.

실제로 시진핑은 2021년이 시작되자마자 부단히 움직였다.

1월 4일, 시진핑은 ‘전쟁 준비’를 강조했다.

1월 5일, 중공은 홍콩에서 최소 53명의 민주파 인사와 1명의 미국 변호사 등 여러 사람을 잡아갔다.

1월 12일, 신화망은 ‘미국이라는 ‘등대’의 거꾸러짐에 대하여: 그래도 싸다!’라는 글을 게재하며 “서방 민주주의의 본보기라 자만하던 미국 ‘등대’가 무너졌다”, “미국은 ‘실패한 국가’가 됐다”, “미국은 실패하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를 이끌 수 없다”, “그래도 싸다!”라고 말했다.

1월 14일, 중공 기관지 인민일보는 왕이(王毅) 중공 외교부장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새 정부가 다자주의로 복귀하기를 기대한다”며 “다자주의를 빙자한 폐쇄적인 집단 정치에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1월 21일, 중공 외교부 기자회견에서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단결’이란 단어를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현재 미∙중 관계에 필요한 것”이라며 “지난 몇 년간 트럼프 정부,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미∙중 관계에 너무 많은 지뢰를 설치했기에 제거해야 하고, 너무 많은 다리를 태웠기에 재건해야 하고, 너무 많은 길을 부쉈기에 복구해야 한다”, “미국의 새 행정부는 (중략) 충돌과 대립을 주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1월 23, 24일, 중공은 갑자기 폭격기와 전투기를 대거 동원해 이틀 연속 대만해에서 도발했다.

최근 언론에서는 시진핑이 바이든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한다는 설과 양제츠의 미국 방문설이 나돌지만, 중공은 표면적으로는 이를 부인했다. 이런 반응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미국의 새 정부로부터 대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아직 내각 구성도 마무리되지 않았고 대내 정책에 여념이 없어 대중 정책을 체계적으로 논의할 시간이 없을 테지만, 시진핑은 마냥 기다릴 수 없는 게 분명하다. 따라서 속으로는 바이든의 ‘OK’ 사인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진핑은 미∙중 접촉을 서두르면서도 분명 높은 가격을 제시했을 것이고, 바이든 정부는 당분간 이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시진핑은 다보스포럼의 자리를 빌려 바이든에게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시진핑, 직접 가격 제시

  1. 다시금 글로벌 공급사슬 진입

시진핑은 “줄곧 경제 세계화를 지지한다”며 “전염병을 이용한 ‘탈글로벌’과 폐쇄 디커플링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 공급사슬이 원활하고 안정적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질 좋은 ‘일대일로’ 공동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시진핑은 ‘세계의 공장’ 지위를 되찾기에 급급한데, 당연히 가장 원하는 것은 미국의 공급사슬이고, 그다음이 유럽의 공급사슬이다. 소위 말하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FTA는 속임수이자 일시적인 대책이고, 내부 순환은 더욱 말도 안 된다. 2020년 중국 경제의 플러스 성장도 조작된 수치로, 글로벌화로 돌아가야 중국 경제의 진정한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중국 상품에 대한 트럼프의 높은 관세가 그대로 남아 있는 만큼 시진핑은 당연히 바이든이 조속히 철회하기를 바랄 것이고, 중공은 1단계 무역 협의를 이행하지 않아 시진핑은 이 역시 파기하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은 트럼프 앞에선 여러 차례 거짓으로 화해를 구했지만 바이든 앞에선 시늉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1. 미국 제재 철회 요구, 최소한 동등하게라도

시진핑은 “다자주의의 이치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것”이라며 “세계 앞날의 운명은 각국이 함께 파악하는 것이다”, “유아독존 해서는 안 된다”, “하나 혹은 몇 국가가 명령을 내릴 순 없다”, “글로벌 통치 시스템을 개혁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진핑은 실제로 바이든에게 미국의 세계 지도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진핑은 국제적 고립을 무릅쓰고 다시 미국과 패권을 다툴 태세다.

시진핑은 ‘작은 테두리’를 만드는 것과 ‘신냉전’에 반대하면서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개발 격차를 극복하자”며 “개도국 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국제사회의 약속이 실현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시진핑은 개도국의 ‘맹주’를 자처하며 미국과 서방에 지지와 성과 공유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시진핑은 강도와 다를 바 없는 이런 논리를 “과학 기술 성과는 전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지 다른 나라의 발전을 제한하고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말로 해명하면서 “더욱 개방된 사고와 조처로 국제 과학기술 교류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시진핑의 이런 발언은 자신의 이른바 ‘과학 기술 혁신’을 직접 부정하고 미국과 서방의 지식 재산권 절도를 버젓이 이어가겠다는 당찬 발언이다. 시진핑은 “걸핏하면 품절, 공급 중단, 제재를 일삼아선 안 된다”고 말했는데, 이는 바이든에게 일련의 제재를 철회하라는 게 진정한 목적이다.

시진핑은 바이든에게 오바마 정부 시절의 정책으로 되돌아가 중공의 침투, 확장, 덤핑, 절도를 계속 방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 공산당 정권의 지속적인 승인 요구

시진핑은 “‘이데올로기적 편견’, ‘오만’, ‘적대시’를 버려야 한다”, “사회적 제도를 남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 “충돌과 대항을 일으키지 않는다”, “냉정, 열전” 등을 이야기했다.

트럼프 정부는 중공 정권과 관계를 끊고, 중국 국민과 중공을 명확히 구분했으며, 중공과의 외교 활동을 거의 중단하는 등 중공 정권의 합법성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 중공 고위층을 공포에 떨게 했다. 시진핑은 이제 바이든에게 중공 정권을 확실히 인정하고 중공에 대항하는 전략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공은 미국과 서방을 적으로 삼아 반미(反美) 선전을 멈추지 않았다. 시진핑은 지난해 10월 ‘항미원조’라는 한국전쟁을 두 차례 기념했으며, 올해 초 다시 한번 ‘전쟁 준비’를 언급했고, 직전에 대만해에서 도발한 뒤 현재 노골적으로 미국에 양보와 항복을 요구하고 있으니, 중공이 제시한 가격은 정말 값비싸다.

협력 프로젝트가 너무 작다는 걸 알고 있는 시진핑

시진핑은 바이든을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미∙중이 현재 진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바이든이 복귀할 예정인 ‘파리기후협정’을 언급하며 2030년 이산화탄소 배출 최고치 도달과 2060년 탄소 중화의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마도 드물게 미국과 중국이 논의할 수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일 것이다.

시진핑은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는 감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국제적인 상황에서 짜고 치는 히든카드를 공개적으로 꺼내 들 경우 세계 각국의 큰 비난을 받을 것이다. 비록 시진핑이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이 역시 바이든이 중공과 협력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할 게 분명하다.

시진핑은 방역 협력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이는 그동안 그가 국제무대에서 이야기하던 주요 부분이었지만, 현재 각국의 전염병 상황이 심각하고 중국 본토 내 전염병도 감출 수 없어 방역에 관한 내용은 현저히 줄었다. 바이든이 WHO를 되돌리려 하자 시진핑도 “WHO의 역할을 발휘하라”며 “백신 협력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도 중공은 여전히 전염병 은폐 사실을 부인하며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고 다니니 서방 국가들이 기꺼이 협력하려 하진 않을 것이고 백신 기술을 얻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시진핑은 “코로나19와 같은 돌발 공중보건 사태는 결코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말이 중공 고위층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분명 이상하고 불길한 징후다.

시진핑은 글로벌 디지털 규제도 논의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 답변이 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바이든이 잠시 대중(對中) 정책을 회피한 것은 중공 고위층을 초조하게 만들어 끊임없이 각종 신호를 보내고 행동을 취하게 하는 전략일 텐데, 시진핑은 더 이상 앉아있을 수 없어 서둘러 바이든에게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시진핑은 또 오판한 나머지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도 강경하게 나오는 모습을 보이는데, 재차 헛발질을 한 모양새라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초조함을 드러내는 중공 고위층의 각종 행동은 미∙중 관계의 또 다른 순환의 발단을 어색하게 만들었고, 이는 중공의 내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2021년의 이야기는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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